근래 울진에서는 눈길(?)을 끄는 망신스런 세미나가 열렸었다.
2009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기간 중인 7월 31일부터 이틀 동안 울진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제11회 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녹색 기술 국제 심포지엄」이 그것이다.
‘지렁이~ 국제 심포지엄’은 내국인을 비롯해 인도, 러시아, 중국 등 멀리 외국의 관련 전문가들까지 참석하여 학술 주제를 발표했던 말 그대로 국제적인 규모를 지향한 심포지엄이었다.
7월 31일 오전 10시부터 심포지엄은 시작되었고, 오후 1시 30분에 개회식이 시작되었다.
개회식 당시, 700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청소년 수련관 강당은 좌석의 3분의 1도 채워지지 않은 채 텅 비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취재를 위해서 찾아간 그 자리는 사진을 찍기에도 적이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내국인은 물론이고 심포지엄에 초청된 외국인 관계자들까지 일일이 소개받는 자리가 텅 비어 있는 광경이 영 아니다 싶었는지, 주최측인 지렁이산업협의회와 울진군 담당자들은 내·외빈 소개가 끝나자 말자 참석자들을 배려한 안내방송도 없이 갑작스레 심포지엄 장소를 전시장으로 변경했다.
많지도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참석했으니, 차라리 그나마 꽉 들어차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는 좁은 전시실에서 행사를 하겠다는 취지였다.
한동안 수련관 로비를 거쳐서 자리를 이동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가운데, 갑자기 한쪽에서 여러 사람들 사이에 고성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개회식 당시 방청석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매우 미안하게(?) 여긴 울진군 담당자들이 급하게 인근 읍·면에서 버스 몇대로 주민들을 동원했는데, 막상 심포지엄 장소가 넓은 강당에서 좁은 전시실로 변경되면서 동원된 주민들이 들어가 앉을 자리가 없어진데 따른 항의의 목소리였다.
좁은 복도에서 행사 관계자와 일반 주민들, 외국인 관계자와 학자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급하게 인원을 동원해온 인근 읍·면 담당자들의 쩌렁쩌렁 울리는 호통소리와 동원된 주민들의 비아냥거림까지 뒤섞이며 그렇지 않아도 좁은 수련관 로비는 30분가량 ‘도뙈기’ 시장으로 변해 버렸다.
“이 바쁜 농사철에 사람을 오라고 해서 왔더니, 앉을 자리도 없고 지금 장난하나?”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너희들 무슨 일을 이따위로 처리해?”
“자, 다들 집으로 돌아갑시다. 이 바쁜 농번기에 사람을 오라고 해 놓고는 자리도 없고, 이게 도대체 뭐야?”
“울진군이 하는 일이 항상 이렇지, 상황이 이런대도 행사를 잘 치렀다고 사진 몇 장 찍어서 홍보하려고 달려들겠지, 뭐”
이날, 사실은 수련관 좁은 복도에서 행사를 주최, 주관하는 측과 공무원, 주민들 간에 고성에 욕설까지 마구 오고갔지만, 그 모든 정황을 동영상을 보듯이 옮기지 못하는 한계를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결국 바쁜 농사일손을 뒤로 하고, 울진군 행사의 빈자리를 채워주려고 버스로 동원됐던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자리가 없어서 다들 집으로 되돌아가는 촌극을 한바탕, 또 두바탕 벌이고 그날 소동은 잠잠해졌다.
그 시간, 한국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외국인들은 그저 눈만 멀뚱거리면서도, 항의하고 따지는 사람들의 거친 행동과 격앙된 말투로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됐다는 것을 쉽사리 짐작하는 듯, 자기들끼리 한쪽에 모여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지렁이 관련 국제 심포지엄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와 졸속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울진군의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얼마나 저하시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국제적인 망신, 그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던가?
그날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고국, 지역으로 돌아가서, 대한민국과 울진의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말하고 평가하고 또 소문낼 것일까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해진다.
지렁이 국제 심포지엄은 국제적으로 망신살을 톡톡히 당한 행사로 두고두고 찜찜하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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