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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아니야

  • 편집부
  • 입력 2009.10.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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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최

“엄마는 너무 사회생활을 안했어. 커다란 단점, 이거 나와 인간을 대하는 이해력이 부족해......” “...응...”  

 

“엄마는 너무 게을러” “...응”
“스무살 넘은 딸을 때리는 엄마가 어디 있어? 엄마는 너무 난폭해” “......응”
“엄마는 엄마 감정에 너무 충실해서 냉정해” “응”
“경제적 관념이 확실치 않아 보여” “응”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이 똑같으려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면서 엄마는 아이러니야” “...끙...”
“자신의 내면을 정확하게 보는 사람이 좋다면서, 엄마는 과연... 솔직해?” “켁”
“내숭 좀 떨지 마. 아까 엄마 친구들 많을 때는 왜 그렇게 조금 먹는 척해? 지금처럼 먹으면 돼지” “헉...”   

 

이것이... 그냥 콱...    
오늘 재은이와 천안에 갔다 왔다. 짧지만 여행 기분을 한껏 내보자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중학교 때 보고 처음 만나는 친구들도 보고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결혼을 빨리 한 친구들이 하나 둘 자식들 보내는 간격이 짧아지고 오늘 천안에 사는 친구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몇 십년 만에 만나 서로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고 안부를 묻고, 그러니 포크질 보다는 얼굴마주보고 웃는 시간이 당연히 나는 많았고, 이것저것 후식까지 세번은 일어나 얌전히 배를 채운 재은이는 나보고... 그것이 내숭이라고?     

 

우리는 안산에 도착해서 영화 ‘애자’를 보고 기분이 동한 김에 소주 한 잔 하러 갔다.
집 앞 주점에서 소주 한 병을 비우고 한 병만 더 먹자고 주문을 할 즈음, 취한건지 안 취한건지 꼼장어 쌈을 맛있게 우적우적 먹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집중적으로 후벼 판다.  

 

어제만 해도 어떻게 너는 엄마를 그렇게 모르냐면서 버럭버럭 화를 냈겠지만, 오늘은 다 인정하고 싶다.  

 

그래 맞다. 
누군가가 전혀 다른 나를 말하면 그것도 나 일수 있다는 그런 거, 오늘은 인정.
미안하다. 내가 너무 부족한 것 투성이구나. 어떡하면 좋겠냐? 그 모순에 밥맛 덩어리가 나라니...   

 

이제부터 나 조금씩 반성하면서 너한테 많이 웃어 줄게. 네 말 듣는 동안 이상하게도 네가 하지 않은 말을 들은 것 같애. 엄마 많이 웃어줘... 같은.     

 

“엄마, 사실은 내가 아무리 엄마를 헐뜯어도 좋아해. 싫은 점보다 좋은 점이 하나쯤은 더 많은 게 우리 엄마야” “아니야”
“내가 이렇게 잘 크고 있는 것은 오직 우리 엄마니까 가능한 그런 게 있어” “아니야”  

 

“고생 많이 하면서 생색 별로 안내는 거 다 알아” “아니야”
“엄마, 내가 제일 사랑 하는 것 알지?” “아니야 아 아 아니야, 알어 알어 알어...” 

 

두병째의 소주가 밑바닥을 보인다. 우리 2차 갈까? 오늘 소주 맛은 완전 무지개 맛이네, 그치? 어쩌고 하면서 둘이는 어깨동무를 하고 집에 와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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