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니까 꽤 오래전 일이다.아이는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왔다가도, 다시 유치원 놀이터에 자주 가서 놀곤 했다.
서양화가인‘페인트 최’는 고향이 서울로서 울진에서 15년간을 생활했다.
현재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며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층 창문으로 빤히 보일 만큼 가까운 놀이터라 큰 걱정 없이 간간이 내다보고 하면 아이는 시소도 탔다가 미끄럼틀을 타기도 하고 친구와, 때론 혼자서도 재미있게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놀러 나간다고 한 몇 분 뒤, 한 꼬마 아이가 뛰어 와서는 ‘재영이 얼굴에 피나요’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신발도 눈에 안 들어와 맨발로 뛰어나가 보니, 오른쪽 눈 위가 찢어져서 피가 철철 흐르고 아이는 앙 울고 있었다.
뭔가에 걸려 넘어지면서 다친 것 같았다.
나는 아이를 들쳐 안고 무조건 뛰었다.
병원을 찾아서 어서 빨리 피나는 그의 고통과 가슴이 찢어지는 나의 아픔을 치료받고 싶음에, 맨발에 지갑도 없이, 정신도 하나도 없이 막 달렸다.
엄마라는 건 앞 뒤 없이 자식이 아프면 온 몸이 아프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도 아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2학년 때에는 어디선가 날아온 짱돌에 맞아 이마를 꿰매고, 3학년 때에는 교실 복도를 지나는데 누군가 발을 걸어 넘어지면서 턱이 찢어져 또 몇 바늘을 꿰맸다.
다치고 올 적 마다 내가 백 번 아프고 마는 것이 나을 만큼 속상했지만, 아이에게 ‘집에서는 내가 엄마이고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엄마야’라고 강조한 내가 참으로 무색하게 ‘재수가 없어서 다친 거’라는 선생님의 표현이 사실 더 속상했다.
누가 돌 던지고 발을 건 아이를 찾아 달라고 했나? 병원비를 달라고 했나?
어차피 커가는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에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치고, 선생님도 엄마 마음만큼 속상해 하고 아플 거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는지.
내 학생을 내 아이가 다친 것처럼만 걱정해 주어도 얼마나 좋을까?
자기 아이가 이마 찢어지고 턱을 깨가지고 집에 오면, ‘재수 열라 없어서 그런 거여...’하며 마는 모양인지.
며칠 전, 신문을 보다가 울화가 새삼 올라왔다.
운동화 끈으로 서로를 묶고 높은 건물에서 투신한 여고생들.
어디에다 다 풀어 해결을 하지도 못하고 자기 엄마에게만 학교에 가기 싫다고 메시지를 남겼다는데, 얼마나 힘들고 무섭고 아프고 막막했을까?
자식 이마 조금 찢어져도 가슴이 찢어지듯 아픈 게 엄마인데, 그 아이들의 영혼이 철철 피 흘릴 때 상처를 마음 놓고 털어놓을 어른, 사람, 선생님 하나 없었다니 얼마나 막막하고 아프고 무섭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물지 않는 상처이기에 꽃처럼 날았는가? 가슴이 아프다.
그 지경이 되도록 주위 사람들은 눈멀고 마음 멀고 손 하나 쓰지 못할 정도로 어디 지구밖에라도 나갔었단 말인가?
아이들이 달려가서 살려 주세요, 우리를 제발 구해 주세요, 할 사람들 하나 없었다니.
꽃 같은 아이들이 죽음을 선택할 만큼 시달릴 때, 그냥 눈빛과 표정만 보아도 ‘탈이 단단히 났구나’하면서 안심시키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교감 백단의 엄마 같은 선생님이 있었으면 안 되었을까?
‘내 아이의 아픔은 내가 더 아픈 거야’하면서, 그 아이들 속에 들어가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그들의 문제를 위해 맨발벗고 뛸 수 있는 선생님 어른이 주위에 하나라도 존재하면 안 되었을까?
왜 매번 이런 일이 일어날 때 마다 그 정도인줄 몰랐다거나,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발뺌하기 바쁜 인정머리 없는 사회밖에 없는 걸까?
좋은 집에, 맛있는 음식에, 옷에, 구두에 모자람 없이 키운다고 꼭 좋은 부모라는 법 없다.
물론 시설 좋은 교실에서 높은 성적을 위해 실력 좋은 선생님이 꼭 필요하겠지만, 뭔가 엄마같은 선생님이 절실하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정말로 이상한건가?
그런 건 소설 속에서나 있으려나?
엄마와 아빠를 버무린 것 같은 선생님이 보고 싶으면, 김여령 작 “완득이”를 꼭 읽어 보시기 바란다.
꼭.
내 꿈속의 선생님 ‘똥주’가 거기에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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