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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단어

  • 편집부
  • 입력 2009.12.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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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널 사랑할 뿐이야>라는 일본영화가 있다.
예쁘고도 슬픈 이야기다. 
남자와 여자 사랑과 우정, 삶과 죽음.
그들의 따뜻한 심성과 사랑이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크게 남는다.  

 

내가 만난 이 영화 감상의 남다른 맛은 마치 독서 중 행간의 의미에 나만 아는 뭔가를 얻고 나서 슬며시 미소 짓듯 그렇게 만드는 대사가 있다는 것이다.  

 

남자 A가 여자 C와 첫 데이트를 할 때 들떠있는 남자 A를 챙기는 여자 B.   

 

센스 있고 귀여운 그녀 B가 여자 C와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는걸 보고 남자 A가 말한다.  

“나한테 잘하면서도 너는 C에게도 참 잘 하는 구나.”
B가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하는 거라고...”  

 

뉴옥스퍼드아메리칸딕셔너리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 ‘unfriend’는 네트워크상에서 많이 쓰이는 말로서, 기존의 친구라는 단어에 ‘un’을 붙여 동사가 된 ‘친구 삭제’라는 뜻이라 한다.  

 

그 해의 가장 큰 이슈이며 잠재적인 지속성이 선정의 이유라 하니, 우리의 시대상이 가장 잘 반영된 단어인지 모른다.  

 

나에게 있어 친구란 까만 밤길 외등의 빛에 더욱 진해진 내 그림자 같은 존재이거늘, 그리 쉽게 삭제할 수 있는 친구를 친구라 할 수 있으려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왔든, 다가왔던 사람에게 쉽게 지워버림을 당한 적이 있으니 그 ‘친구 삭제’라는 말은 나와 그렇게 동떨어진 단어도 아닌 것 같다.  

 

목숨을 건 의리와 사랑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영화라면, 멋대로 쉽게 다가왔다가 쉽게 삭제되는 무감동의 현실은 얼마나 난무 하는 것인지.  

 

한 해가 가고 있다 
올해뿐만이 아니라 영원히 간직해야할 나만의 단어는 ‘진정한 우정’이며, 내가 좋아하는 친구는 쉽게 삭제되는 공간에 있지 않다.
내 가슴 갈피갈피에 새겨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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