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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이 좋다

  • 편집부 기자
  • 입력 2010.02.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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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서두에 항상 ‘옛날에’라는 말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
‘예뻤다’, ‘부자였다’ 자랑하는 것에 큰 위로라도 받는 듯, 과거 시제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 사람과 어딜 가든 무엇을 보든 또는 무엇을 먹든, 현실의 시각과 맛은 사라진다.

 

저 먼 과거로부터 자기만의 세계에 남아있는 어떤 것이 최고였다는 걸 구구절절이 늘어놓기만 한다.
듣다보면 자기에게 넘친 것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채우려고 갈망했던 것을 저렇게 표현하나 의심이 들 때가 있다.   

 

그 사람과 산에 간적이 있다.
길과 나무와 하늘을 보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똑같이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옛날부터 그 산을 잘 안다면서 자연에조차 그 말을 써먹는다.  

 

단단히 큰 버릇으로 자리 잡았다.
작은 산 하나를 넘으면서 그 사람은 옛날부터 잘 아는 산에 대해 끊임없이 시끄러웠고, 옛날부터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는 짧은 대꾸조차 꿀 먹은 것처럼 할 수 없었으나 생각은 파도처럼 일었다.  

 

‘아는 척’, ‘잘난 척’은 부족한 사람일수록 한없이 극성스러울 수 있구나.
내가 아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말할게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가 중요한 거구나.
자기만의 방식이 삶의 최고 가치인양 강조하며 떠들어도 개소리와 구별이 안 될 때도 있구나...라는.  

 

화려했던 과거를 물고 늘어지는 그 사람과는 정말 대조적이게도 핑크빛 미래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
‘나중에’, ‘몇 년 후에’, ‘조금 있다가’.  

 

지금이라는 시제를 상실한 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공허하다.
옆에 있는 사람이 힘들고 아파도, 그 때는 눈멀어 버리는지 외면하면서 나중에 보살펴 줄게 한다.  

 

핑크빛 미래를 위해 한 사람은 꿈을 꾸고, 그 사람과 같이 살고 있는 한 사람은 굉장히 비감스런 독백을 뱉는다.
개나 물어 갈 핑크빛 미래 따위.  

 

외로워도 슬퍼도 지금을 같이 살아갈 힘이 된다는 건 화려했던 과거나 달콤한 미래가 아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의 느낌이다.  

 

과거만 곱씹는 사람이나 핑크빛 미래에만 관심 있는 사람을 보면 물질적 풍요로움이 이유이며 목적이다.
어쩌면 그 이유와 목적이야말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절대적 품목이라고 확신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에게 물어 봐도 부자 되는 게 싫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내가 발견한 생의 의미는 내가 발견한 생의 경구에 들어있다.  
조금 알면 오만해진다.
조금 더 알면 질문하게 된다.
거기서 조금 더 알게 되면 기도하게 된다.
인도의 철학자 ‘라다크리슈난’의 ‘기도하게 될 때까지’이다.  

 

높은 산 하나를 오르는 게 인생이라고 치면, 반백 살아온 나는 그 산의 반에 발 한 짝을 디밀었다.
희망을 가지고 정신을 닦으면서 나머지 산을 오르리라
기도하게 될 때까지, 나는 지금 그리 살 것이다.
나는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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