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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엇이 이겼는지

  • 페인트 최
  • 입력 2010.05.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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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를 보고 주차하려던 남자는 깜박이도 켜지 않은 채 달려와서 먼저 자리를 차지한 젊은 사람 때문에 화가 났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이제 20대를 막 넘긴 젊은 사람에게 “너 같은 사람 때문에 안 나도 되는 사고가 난다”고 “기본과 상식을 지키라”고 한 마디 했다.  

그냥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면 좋았을 걸...
어느 집 개가 짖느냐는 식이다.
젊은 사람은 그런 말을 들을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자기 할 일만 했다.

 

그 보다 더 큰 아들을 둔 남자는 화가 났다.
젊은이에게 다가가 알아듣게 한마디만 하려던 남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차례 뺨을 때렸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이 병원엘 갔다 오고, 경찰서에 갔다 오는 사건이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로서는, 양보와 배려는 점점 사라지고 이기와 감정만 커지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요즘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든 사람이 많은가 보다.
살짝 달라붙은 몸살기운을 멀리 보내려 감기약을 찾아 먹고 “푹 자야지” 한 날, 하필이면 우리 집 바로 밑 담벼락에 서서 술주정을 하는 여자 때문에 더 잡고 싶은 잠을 날렸다.  

멀리 날리고 싶은 두통 대신 말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었다.
아직 캄캄한 사위와 고요한 새벽공기를 뚫는 소리는 얼마나 생생한지 모른다.
살짝 꼬부라진 혀로 자기 삶의 온갖 꼬투리를 찾아내는 여자.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기 삶에 붙은 온갖 요소가 다 불만인 여자.
밤 세워 술을 먹고 술 힘을 빌려 화를 늘어놓고 있는 동안, 그 여자는 자기 때문에 잠이 깨어 슬슬 화가 나는 사람들은 절대로 생각을 못하겠지.  

 

시간 반을 떠들던 그 여자는 결국 누군가 와서 달래었다.
좋은 말로 아무리 집에 가자고 달래어도 듣지 않다가, 결국은 상대가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며 차인지 담벼락인지를 주먹으로 내리친 다음에야 말을 들었다.
아무튼 나는 다시 잠을 찾고, 그 여자는 제정신을 빨리 찾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인지라 때때로 넘치는 감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넘쳐서 서로가 해가 된다면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요즘 딸과 충돌이 많았다.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일들로 서로를 갉아 먹었다.  

 

내 감정만 중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억울한 척, 잘난 척 해보지만 너도 참 속이 상하겠구나.
만날 나의 감정이 알량한 나의 이성을 이기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엇이 이겼는가?
사람들이 한 번씩 물어보고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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