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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거... 지팡이

  • 편지부
  • 입력 2010.07.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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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지리산 종주를 하고 오겠다는 재은이의 말에 내 입에선 단번에 안돼! 라는 말이 비명처럼 나왔다. 

 

내가 지리산이 안 되면 엄마는 동네 앞산조차 안 될 거라면서, 마음이 상한 재은이는 그 안 된다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왔다. 

 

우선은 걷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만큼 운동하는 것 하고는 거리가 멀어 신체적으로 견딜 수 있을까? 그 걱정이 제일 커서 안 된다고 했다. 

준비운동도 없이 자다가 마라톤을 뛰겠다고 하는 것처럼 무모해 보였으므로. 

 

그러나 엄마인 나의 걱정을 보란 듯이 무시하고 밤차를 타고 출발했다.
이것저것 준비물을 챙겨주긴 했지만 참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운 열기에 익기도 하고 살짝 타서 벌건 모습으로 그녀가 집에 들어섰다. 

파스와 맨소래담 로션의 결정체가 다 된 듯 하다나.

 

다리를 주무르면서 그녀가 그랬다. 
“딱 그거 지팡이, 지팡이가 필요한 거더라구요. 어떤 이들은 스키를 타는 것처럼 양손에 들었더구만, 나만 없었어. 왜 안 챙겨줬어요? 엄마” 한다. 

 

어이구, 그래 맞어. 스틱이 얼마나 필수 조건인데 그걸 까먹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아무리 큰들 이미 지나간 상황일 뿐.

아마도 다음에 또 다시 산에 갈일이 있다면, 재은이는 죽어도 지팡이만큼은 꼭 챙길 거라는 믿음이 소득이라면 큰 소득이다. 

 

15일 예정 자전거 전국일주. 이번엔 자전거란다.
안돼... 라는 말은 그냥 삼켰다.
그 어떤 이유인들 여전사 같은 그녀의 밀어붙이기 앞에선 무색해 질 것이 뻔 하기에.

 

그리고 내심 간직되기만 하는 내 평생의 꿈을 그녀는 바로 펼치는 듯해서 부러운 마음이 팍 일기도 했다.  나 아닌 무엇이 되고 싶은 마음이 평소엔 하나도 없었으나 그녀가 만드는 아름다운 길을 그녀와 한몸처럼 누비고 다닐 자전거, 그 자전거의 튼실한 은빛 바퀴가 간절하게 되고 싶었다. 

 

그녀의 자전거 탄 풍경들, 그 높이로 보는 세상은 얼마나 색다를는지.
그녀를 지켜주며, 나는 바닥으로라도 따라가고프다.
그러나 그녀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빛나는 푸른 미소를 날리며 손을 흔들고는 출발해 버렸다.
 

 

8월 8일 시이~작.
짧디 짧은 통신들. 북한강 어귀의 사찰, 여주의 가산리 교회, 둔내 유스호스텔, 진부 작은 마을의 할머니 집, 정동진, 동해... 그리고.
 

 

어둑해 질 무렵이면 ‘오늘은 여기에서 잡니다’라고 메시지를 주어 조금은 걱정을 씻게 한다.
먹는 게 부실하진 않을까 걱정하면, 인사만 잘해도 다양한 먹거리가 생기는 인정이 많은 우리나라라 한다.
재미있냐고 물으니, 장난 아니야로 대답한다. 

 

가만히 있어도 녹아 버릴 것 같은 이 염천에 자전거를 타고 몇십 킬로를 달리는 아이, 결코 장난이 아닌 게 맞다.

이번 자전거 여행이 끝나면 “딱 그거...”, 결정적으로 필요했으나 몰라서 준비를 못한 무엇인가가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있을 것이다.

많은 경험은 많은 준비를 하게 하는 것이라는 걸 그녀가 알고, 그것이 그녀의 재산이 되길 바란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녀·는·여·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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