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밥상머리 美事

  • 편집부
  • 입력 2010.07.13 13:49
  • 글자크기설정

어떤 이들을 막론하고 먹음의 아름다운 기억에서 어머니가 빠지는 예를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이래서 엄마의 밥 맛 이라는 거구나’라는 잊지 못할 밥상의 그 향과 색, 그 느낌. 

 

온기가 눈물 나던 몇 해 전의 어느 날을 유난히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늘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자랐고, 늘 차려주는 손끝 그 이상의 정성과 사랑이 녹아 맛없는 적이 없었지만.
강된장, 호박 나물, 깻잎, 금방 지어 따끈한 밥. 

 

그날 그 순간의 밥은 오로지 이 세상의 밥상을 통틀어 가장 가슴을 채우던 맛으로 남아 있다.
나는 별로 토속적인 음식에의 향수도 없는 편이었는데, 그날 이후 한국적인 재료와 음식이 그리운 먹을거리가 되어 혹시 그날 맛이 느껴질까 싶어 자주 찾는다. 

 

다니러 왔던 친정을 떠나야 한다는 그 날의 기분과 딱 맞아떨어지는 맛.
그 이상의 신비한 맛이 엄마의 밥상엔 존재 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고슴도치처럼 싸우고, 다람쥐처럼 화해하는 딸 재으~니 지지배.
요즘엔 벼락을 맞는 기분이다.
멀쩡히 이야기하다가도 된통 짜증 한 바가지씩을 퍼 붓는다.
이것이 그럴 땐 제 에미인 것을 망각 하는지.
‘너 왜 그래?’ 그러면, ‘엄마도 할머니한테 그러잖아’ 한다. 

 

억울하기가 땅을 치고도 모자라지만, 그랬다 하니 정말로 효하고는 거리가 먼 못된 딸임을 인정할 밖에. 

 

하지만 그래도 삐끗거리며 감정이 상할 때마다 선행은 어디가고, 악행을 비교하며 자기를 정당화시키려는 행셋거리가 괘씸하기 짝이 없어 그제는 엉덩짝을 냅다 차주었다. 

 

그리고 나는 진짜 삐져서 하루를 앓아누웠다.
몸과 마음이 마구 토라져서 몸살이 와 버렸다.
‘엄마, 밥 안 먹을 거야?’
‘안 먹어’ 

 

오장육부가 한껏 꼿꼿해져서는 쉽게 누그러지지가 않는 참에 내쳐 누워있었다.
‘밥이 다 뭐란 말인가...’

‘엄마 밥 먹자’ 라며 일으켜 세운다.
‘난 너에게 실어증 걸렸어’라며 단단히 입을 봉하려던 참인데, 밥상을 들이민다.

 

고소한 치즈를 듬뿍 얹은 스파게티에 감자 버터구이...
주방에서 한 시간을 지지고 볶더니 완전 서양 식사를 만들었다.
속으로는 마음이 자꾸 간지럼을 탄다. 

 

언제 그랬냐 싶게, 내 오장육부는 벌써 저 스파게티 면발처럼 유들유들해져 있다.
포크를 놓을 때 ‘정말 맛있지?’ 라고 묻는 딸에게, ‘엉 정말 맛있쪄’ 라고 냉큼 대답을 했다. 

 

아침나절부터 버터로 범벅을 했건 간에, 세상에 없는 그 맛은 또 가슴을 데운다.

기막히게 따뜻하고, 기절할 만큼 맛있었던 엄마의 밥상 기억.
그 기억의 한 페이지 뒤에, 기막히게 예쁘고 기절할 만큼 느끼 고소하던 그날의 딸내미의 밥상도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밥상의 기억이란 결국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마음이 먹는 것이니.
 

ⓒ 울진뉴스 & ulji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추천뉴스

  •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덫
  • 금강송배 전국 유소년클럽 축구대회, 울진서 열전 돌입
  • 국립울진해양과학관, 내부 청렴도 향상을 위한 정책발굴 간담회 개최
  • 울진 기성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성황리 개최
  • 온정중학교, 두들아트로 자기이해와 관계의 힘을 키우는 사회정서프로그램 운영
  • 울진교육지원청, 2026년 하반기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정기회 개최
  •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문화힐링데이 개최!
  • 2026년 울진군 3분기 통합방위협의회 개최
  • 2026년 울진군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성황리 개최
  • ‘에너지 산업수도 울진, 2026 미래에너지포럼’ 개최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밥상머리 美事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