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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국, 메뚜기, 김치, 말로 다할 수 없는 그 무엇들

  • 편집부
  • 입력 2010.07.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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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가을, 그녀의 집 식탁 한 쪽에 노란 소국을 소복이 담은 대바구니가 가을 향기를 짙게 뿜어내고 있었다. 

지금도 쪄서 말린 노란 소국 대바구니가 있는지.

 

우리가 만났던 그 해 가을, 들길을 헤매면서 같이 소국을 꺾었었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은 선명한 색을 갖는다.
해마다 먼저 가을을 알리는 노란 소국처럼.
 

 

한 동네에 살면서 틈만 나면 달려가곤 했는데, 내가 이사 오면서 우리는 일년에 두번 봄가을에 얼굴을 본다.
짧은 시간이나마 서로 시간을 맞추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하면서 그리움을 푼다. 

 

마주보고 앉아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찬찬히 들어주고, 시원한 맥주 한잔 곁들여 밥을 나누어 먹는다.
그렇게 만나서, 항상 내 마음속에 함께 한 그녀의 사람 향기를 만끽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지지난 봄 우리가 여행했던 부석사가 생각나” 하면 벌써 가을이라 보고 싶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이고, “지난 가을 청량산의 바람소리가 들리는듯해” 하면 봄이 오고 있으니 한번 보자꾸나 라는 메시지라는 걸 서로는 알아먹는다. 

 

만날 때 마다 “네가 좋아할는지,,,”라면서, 그녀가 책을 한권씩 선물한 것이 책장 한쪽을 채우고 있다.
그 책들을 정리 해놓고 손끝으로 쓸어볼 때 마다 그녀의 예쁜 마음길이 보이는듯해 얼마나 행복한지.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값지게 빛나고 있다.

어김없이 이번 가을 길에도 “네가 좋아 할는지” 라면서 한권의 책을 내 손에 쥐어준다. 

 

마음의 양식을 꼭 챙기는 그녀, 더불어 뭔가를 같이 내어놓는데 메뚜기.
드넓은 고성리 무공해 논에서 운동 삼아 잡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내 몫까지 생각해 땀을 더 흘렸겠지. 

 

윤기 나게 볶은 메뚜기 한 봉지를 내 가방에 넣어놓는다.

집에 갖고 와 다시 한번 볶을 때 프라이팬 속 메뚜기를 보고 딸아이는 질겁을 했다. 

 

본적도, 그래서 먹어보려 생각조차 한 적도 없는 딸아이는 멀리 도망 가버렸지만 나는 한마리 한마리 꼭 꼭 맛을 음미하며 오래오래 먹었다.
그것은 그냥 메뚜기일 뿐이지만, 그녀가 잡아준 메뚜기라서 특별한 선물이 되는 것임을 나는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제는 먹고 힘내라는 편지와 함께 김장김치가 도착했다.
그것은 그냥 맛있는 김치로 남는 게 아니라, 내 생명을 살리는 의미가 양념처럼 속속 들어가 버무려진 그런 김치인 것을 나는 안다.
 

 

그녀에겐 힘이 있다.
내 두려움과 아픔을 물처럼 풀어놓게 하고 금처럼 처방하는, 또는 끝내 말하지 못하는 말을 해독하는.
그래서 끝내는 나를 살리는 마지막 사람이 되는.

우정을 넘어 혹시 하나님이 나에게 보내신 천사가 아닌지. 

 

그러나 급할 때만 그 이름을 부르는 게 괘씸해 천사를 보낼 리는 없고, 전생에 정말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보다고 생각하는 게 고작이지만 나에게 큰 축복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녀, 그 무언의 눈길과 기도.
땅속에 묻힌 내 핏줄보다 더 진하게 나를 보듬는 내 친구.
“너를 위해 해줄게 나는 하나도 없구나” 하면, 건강하고 멋지고 씩씩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너. 

격려와 응원의 말이 항상 내 귓가에 맴돈다. 

 

친구야.
행여 이번 겨울에 운동 삼아라는 핑계로 개구리도 잡으러 다니는 건 아니겠지,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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