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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끗 차이

  • 편집부 기자
  • 입력 2010.07.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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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 아는 척을 하면서 서로 인사를 했는데 도무지 어디에서 어떻게 알게 된 사람인지 기억이 안 나서 점점 죽어가는 나의 뇌세포가 걱정되고, 빈번해지는 나의 기억 이탈로 인해 그 걱정은 거의 공포스럽던... 그런 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리를 다니면서 지금 나는 약간의 편안함을 느낀다.
다니면서 누군가를 스치고 헤어져서는, 쥐어짜고 비틀어도 생각이 안나는 분명히 아는 사람의 잔영 때문에 나의 노화된 뇌세포를 한탄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며칠 전 일년에 두 번 모임이 있는 자리에 나갔다.
그림도 그리고, 여행도 다니고, 글도 쓰고, 토론을 즐기는 참 자유로운 영혼으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나는 지인의 이끌림으로 발을 들여놓기는 했지만 참여보다는 배움에 목적을 두려 했다고 할까, 거의 반년 만에 얼굴을 보는 사람들.
나의 노화된 뇌세포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불과 몇 달 전에 봤던 사람을 그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하는 일이 생겼다.  

 

그것도 두 사람이나...  

한 사람은 순전히 예뻐 보이고 싶고, 젊음을 붙잡고 싶고, 멋지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했다는데 아무리 남의 돈이지만 들인 돈이 아까워 죽을 지경인 금액이다.

 

그 금액으로 양귀비 뺨치게 예쁘게 공사를 했다고 해도, 내 입장에서는 곧 죽어도 이해불가의 행위이다.
그 사람은 새로운 모습을 얻었다고 뿌듯해 하는데, 나는 그 사람이 가졌던 진솔한 모습을 잃은 듯해 못내 아쉬운 마음이다.  

 

예전의 그 사람 모습이 자꾸만 내 기억에서 어른거린다.

내가 못 알아본 또 한 사람은 몇 달 전에 로또복권에 2등으로 당첨이 되었다고 얼핏 들었다.
맛있는 것 실컷 사먹고 피둥피둥 살이 쪄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는데, 뼈에 가죽만 남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났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어디 아프냐고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사람들.
뒤로 넘어가게 기가 막힌 이유.
1등을 못해서란다.
몇 달 동안 밤 낮 한끗 차이로 놓친 1등이 억울해서 땅을 치다보니 뼈만 남더라나...
  

 

사람들은 왜,
자기가 누리는 아홉은 제쳐놓고 없는 한끗에 미련을 떠는 건지.
그래서 인간이라는 말에는 할 말이 없지만, 미련을 줄이고 자기 앞에 놓인 것만으로 감사함을 늘이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 따라 젊음이 가는 건 순리가 아니겠는가?
억지로 주름을 지우고, 피부를 벗기고, 눈을 짼다고 시간이 거꾸로 흘러주겠는가?

노력하지 않고 얻은 재물은 욕심을 낼수록 마가 깃든다.  

 

살아보니 그렇지 않던가?
공짜로 채우려는 사람치고 내어주는 사람 못 봤고, 내어주지 않으니 썩어 똥내가 난다더라.
  

 

그들은 서로 인사는 했는데 누군지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내 기억력이 공포스러웠다는 것이, 내가 가진 최대의 고민이었다는 나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웃을까?  

 

예전에 나는 그랬다.
지금도 역시 그렇다.
공포스럽게 걱정하지 않는 것만 다를 뿐, 그럭저럭 내가 편한 이유는 갑자기 총기 있어지려 노력하면 예전의 내가 아니다 하고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 싶기도 하고, 무엇 보다 세월이 자연스레 주는 것을 거부 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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