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 조각의 선량한 의식

  • 편집부 기자
  • 입력 2010.07.22 17:59
  • 글자크기설정

내가 완전히 집중해서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 무엇인가를 타인에게 설명할라치면, 어찌된 셈인지 지극히 평범하고 따분해지는 것을 경험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받은 감동 또는 나에게 스미는 슬픔과 기쁨을 잘 전달하지 못할 것 같으면 가슴 깊숙이 숨겨 놓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받은 감동이 반감되지 않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일전에 본 따뜻한 풍경하나가 그렇다.

우리 골목엔 수레나 리어카를 이용해 폐품을 수집하는 분이 몇 분 계신다.
골목에 사시는 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지나가는 걸 본 바로 그렇다는 거다.

 

어쩌다 깨어 운동하러 간다고 일주일에 서너 번 새벽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 시간에 젊은 아저씨가 배낭을 메고 리어카를 끌고 지나가면 몇 분 차이로 젊은 아줌마가 수레를 끌고 지나간다.  

 

그리고 오전엔 우리 집 맞은편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부지런히 골목을 정리하신다.
간간이 아예 차를 끌면서 폐품을 수집하는 분도 있고,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도 종종 본다.  

 

그 중에 오전, 오후, 해 떨어진 저녁, 새벽 가리지 않고 보게 되는 할아버지 한분이 있는데, 까맣게 탄 피부와 살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앙상한 다리와 퀭한 눈이 너무나 안쓰럽다.  

 

할아버지를 지나칠 때마다 한 끼니 될 뭐라도 먹을 것을 주고 싶다는 생각은 드는데, 시간 맞춰 준비해 놓지 않은 이상 나는 항상 마음 뿐인 거다.
리어카의 무게에 구부정해진 허리와 퀭한 눈이 보기에 정말 짠하다.
  

 

어느 날 오후 저녁을 먹기엔 좀 이른 시간.
감기 기운 때문에 두통이 오고 입맛이 없다는 딸을 위해서 약국에 갔다가 오면서 김밥 집과 편의점엘 들렀는데, 잘생긴 남학생 하나가 가는데 마다 내 앞서서 계산을 하고 있다.  

 

김밥 집에선 김밥을 두 줄 샀고, 편의점에선 시원한 보리 물을 계산한다
편의점에서 우유를 하나 사들고 우리 집 오는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무심코 잘생긴 청년의 등짝을 보았나 싶은 순간 그가 누군가에게 김밥과 음료수를 건네고는 가던 길을 간다.  

 

건물과 건물사이 좀 들어간 공간에서 그 할아버지가 쭈그리고 앉아 김밥과 음료수를 너무나 맛있게 들고 계신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며칠 뒤 또 그 남학생이 너무나 익숙하게 할아버지께 뭘 주고 가는 걸 본 뒤에 할아버지한테 가서 그가 누구냐고 물어 보았다.  

 

“몰라.”
할아버지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의 고마움과 친절을 다 설명할라치면 뭔가가 지극히 평범해 지는 게 싫은 듯...
언제부턴가 매일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른 오후에 그 학생이 맛있는 먹을 것을 준다고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시간에.  

 

나는 한동안 가슴이 뜨겁고 환했다.
감동이라는 물결에 출렁거렸다.

겉으로 보이는 인상으로 첫 느낌을 판단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해지는 그 사람의 인간미로 근접도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알기란 포장을 풀지 않은 놀라운 선물 같을 때가 종종 있다.  

 

한 골목을 쓰면서 가끔 그를 지나칠 때 마다 나는 그를 사람으로 봐야할지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로 봐야할 지 헷갈리지만, 뭇 사람의 뱃속에 들어있는 오장육부 외에 어디엔가 분명히 선하디 선한 향기 주머니 하나가 더 달려 있을 것만 같다.  

 

아름다운 향기로 얼마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그 자신은 결코 자랑하지 않겠지만, 그에게서 실천하는 한 조각의 선한 의지를 배운다.


 

ⓒ 울진뉴스 & ulji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문의 054-781-6776)

추천뉴스

  • 금강송배 전국 유소년클럽 축구대회, 울진서 열전 돌입
  • 울진국유림관리소, 지자체와 더불어 하천·계곡 불법행위 합동 점검 실시
  • 제293회 울진군의회(임시회) 의사일정안
  • 울진군, 지방도917호선∙군도20호선 4차로 확장 추진
  • 왕피천공원서 펼쳐지는 '2026 야(夜) 울진' 호러 퍼레이드
  • 울진군 지역자원 창업의 기회로! ‘2026 울진군 창업아카데미’ 첫 문 열어
  • 2026년 찾아가는 어린이 구강보건교실 운영 !
  • 울진군, 울진군청년연합회와 소통 “순수한 열정으로 지역 활력 이끌어 달라”
  • 울진군 드림스타트, 여름방학 맞아 ‘가족 나들이’행사 실시
  • 울진군청소년수련관·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 함께 ON 문화여행’ 운영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한 조각의 선량한 의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