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시 기억해내기

  • 편집부
  • 입력 2010.08.31 11:48
  • 글자크기설정

가끔 만나 공원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이라거나 일요일의 오후에 동네 뒷산에 올라 산바람에 땀을 식히는 일, 참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의 정감어린 목소리 톤이라거나, 한마디 한마디에 담겨있는 반짝이는 유머와 지혜로운 말솜씨 등을 잘 버무려서 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유쾌함은 훨씬 더 좋다.  

 

내가 좋아하는 희숙씨가 그렇다.
처음 보았을 때 허리가 구부정하고 짧은 파마스타일 때문에 나보다 나이가 적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뒤에서 보면 영락없이 할머니 폼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기보다는 내면에 감추어져있는 그이의 샘물 같은 매력을 느낄 수만 있다면 복 받은 거다.  

허리가 좀 안 좋은가 보다 짐작은 했지만, 그녀의 이야길 듣기 전까지 그리 오래 아프고 고생을 한 병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희숙씨는 몇 년 전에 척추 수술을 받았다.
한번이 아니라, 십 년에 걸쳐서 여러 번.
결혼해서 두 아이 낳고, 어느 날 갑자기 걸음을 걸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방 안에만 누워서 몇 년을 지내다가 두 발목을 양 손으로 잡고 겨우 일어설 수 있었을 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의지어린 투병은 눈물과 고통의 세월이었으리라.

어찌 그리 담담히 이야길 하는지.   

 

나 같으면 눈물 콧물 흘리며 얼마나 아픈 세월이었는지 징징 과장해서 엄살이나 피우고 서운한 사람들 탓도 해가며 특별한 인생계급장처럼 그 뭐냐, 연극적으로 표현을 하는 재미에 살짝 맛을 들였을 터인데. 아마도.  

 

아파서 꼼짝할 수도 없을 때, 그 때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책을 스승 삼아 등불을 밝히고, 길을 찾고, 지혜를 얻어야만 살 수 있을 것처럼 그렇게 평범하게 살지 않아서일까?  

 

내가 좋아하는 희숙씨의 특징은 남의 말을 안 하고, 어쩌다 해도 좋은 말만 하고, 궂은 일 도맡아 하면서도 공치사 안하고, 목말라 자기가 물 한잔 먹을 때 꼭 옆 사람 시원한 물 한 잔 떠다주고, 약속시간을 금 같이 지킨다.  

 

좋은 점, 배울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불볕이 조금 식은 오후에 동네 뒷산에 올랐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오늘도 수다가 아니라 새록새록 즐거움에 빠져들게 하는 우리들의 대화와 청량한 산바람이 마음과 몸을 채우고 머리까지 헹궈 준다.  

 

준비한 얼음물을 권하며 좋은 목소리로 희숙씨가 말했다.
“언니, 요즘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참 힘들어 하는걸 볼 수 있어요. 누구는 남편이 확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바람을 피운 다네요. 누구는 대출 받고 무리해서 집을 샀는데, 억 단위로 집값이 떨어진다고 잠을 못 잔답니다. 누구는 시댁과 종교가 틀려서 미움을 받는데요. 누구는 딸 발목을 묶어놓고 살고 싶데요, 수상하고 미친 시대가 불안해서.”   

 

......“생각하면요 언니, 다 내 얘기도 돼요. 그런데 나는 힘들고 나쁘고 괴로운 현실 고민만하고 살고 싶지 않아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좋은 기억만 끄집어내서 살 거예요. 나에게 닥쳐서 제일 안 좋은 건 멀쩡한 사지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밖에 없어요. 사지 육신 멀쩡하게 움직이면 생각의 끝도 당연히 멀쩡하고 현명해지는 게 인간이어야겠죠. 건강이 주는 감사와 긍정의 힘을 믿는 마음이 항상 중요하고, 그때마다 행복해지던 기억을 평생 간직하고 살 거예요.”

  

그렇지. 그렇지 그거.   

건강이 주는 감사와 긍정의 믿음으로 힘을 내던 순간들, 그  순간들을 기억하기.
다시 기억해 내기.
나뿐만이 아니라, 그것들로 사람들이 다시 힘을 내고 행복을 찾아 가면 좋겠다.

희숙씨, 다음 주일에 우리 산에 또 가자고.

ⓒ 울진뉴스 & ulji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추천뉴스

  •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덫
  • 금강송배 전국 유소년클럽 축구대회, 울진서 열전 돌입
  • 국립울진해양과학관, 내부 청렴도 향상을 위한 정책발굴 간담회 개최
  • 울진 기성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성황리 개최
  • 온정중학교, 두들아트로 자기이해와 관계의 힘을 키우는 사회정서프로그램 운영
  • 울진교육지원청, 2026년 하반기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정기회 개최
  •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문화힐링데이 개최!
  • 2026년 울진군 3분기 통합방위협의회 개최
  • 2026년 울진군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성황리 개최
  • ‘에너지 산업수도 울진, 2026 미래에너지포럼’ 개최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다시 기억해내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