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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마을 방한덕씨가 토종꿀 뜨던 날

  • 이명동기자
  • 입력 2010.11.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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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햇살이 따스하던 가을 오후, 서면 전곡리 원곡마을에서 수십 년 전부터 토종벌을 치고 있는 방한덕(70세)씨가 토종꿀을 채밀(採蜜)하고 있다.  

 

“날씨가 차가우면 벌이 성을 내면서 자꾸 쏴요. 그러니 이렇게 햇살이 따스한 날에 벌꿀을 뜨지요.”  

 

오동나무 속을 자귀와 끌로 파내고 낫을 휘어서 붙인 호비칼로 다듬어 만든 통나무 벌통의 뚜껑을 들어내자, 위쪽에 모여 있던 수십 마리 벌들의 움직임이 침입자를 경계하면서 빨라진다.  

 

방한덕씨는 그런 벌들이 다치지 않게 입으로 연신 바람을 불어내며 멀리 떨어지도록 유도한다.  

미처 피하지 못한 벌들은 지푸라기를 들고 세심하게 마저 다 밀어낸다.  

 

벌통 안 위쪽에는 미처 덜 찬 ‘개(꿀벌이 만든 벌집)’가 뽀얀 색깔로 기하학적 유선형 무늬를 그리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날씨도 잘 도와주지 않았고, 꿀이 덜 찼네요.”  

 

벌을 다 떨어낸 방한덕씨는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질러 넣고 ‘개’째로 꿀을 떠서 왼손에 들고 있는 양푼이로 옮겨 담는다.
이내 침샘을 자극하는 누런색을 띤 꿀물이 ‘개’에서 흘러내린다.  

 

벌통 속에서 삼분의 이 가량의 꿀을 덜어낸 방한덕씨가 손을 멈춘다.
“벌이 많이 든 큰 벌통은 한되 반, 작은 벌통은 한되 정도의 꿀을 남겨놔야 돼요. 그래야 벌들이 다음해에 꽃필 때까지 먹고 살지요.”  

 

꿀을 다 뜨고 나자 양푼이 안의 찐득한 ‘개’와 꿀 속에 토종벌 수십 마리가 뒤범벅이 되어 빠져 나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벌은 물에 빠져서는 죽어도 꿀 속에 빠져서는 안 죽어요. 시간이 지나면 다 빠져 나오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얼마쯤의 시간이 지나자 양푼이속의 꿀 속에 잠겨있던 벌들이 한 마리 두 마리 빠져 나오더니 몸을 말리기에 분주하다.
“‘개’째 꿀을 뜨고 나면 강제로 꿀을 내리지 않고 2~3일 동안 체에 받쳐두면서 저절로 꿀이 빠지게 합니다. 꿀이 빠져나온 밀랍은 다시 벌통 속에 넣어서 벌들이 겨울 양식으로 사용하도록 하고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만 빠끔히 열려 있는 울진에서도 최고의 오지마을인 서면 전곡리 원곡마을에 사는 방한덕씨는 평생 약초꾼으로 살아오면서 토종벌을 함께 치고 있다.  

 

“지금 산에 놓아둔 벌통이 스무 통 정도 되고, 집 가까운 곳에 놓아둔 벌통이 열통정도 됩니다. 마음이 아프기는 해도 겨울에 벌이 굶어죽더라도 설탕은 주지 않지요. 그러다보니 어떤 해는 벌통이 30~40통도 됐다가, 어떤 해는 10통도 됐다가 대중이 없어요. 토종꿀이 필요한 사람들이 내 양심만 믿고 찾아오는데, 벌이 죽는 게 아깝다고 설탕을 주면 죄 받지요.”  

 

방한덕씨가 채밀하는 토종꿀은 1되에 25만원에 팔린다.
(약초꾼 방한덕씨 연락처 054-783-9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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