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앞집과 뒷집이 1미터 이상의 경사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노인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울진원전 1,2호기 건설 사업에 따라 북면 덕천리 주민들의 이주 대책으로 추진 중인 집단이주단지의 입주 예정 이주민들이 택지 조성 위치와 공사 부실 의혹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이주민들은 신울진원전 건설 공기에 쫓겨 부실시공 중인 주택을 철거한 후에 새로 신축해주지 않으면 현재 살고 있는 덕천리 마을을 절대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부실시공 의혹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주민들
3월 4일, 죽변면 후정리 집단이주단지 조성 사업 현장에서 이주민들은
▲‘이주 단지 택지가 동남향이 아닌 동북향으로 조성되어 있어 햇빛이 들지 않고 습기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외벽과 옥상 콘크리트 타설에 사용되는 철근이 10mm로 너무 가늘다.’
▲‘주택과 주택 사이가 너무 가까워 일조권 방해와 사생활 노출 등의 문제가 있다.’ ▲‘콘크리트로 타설한 주택의 외부 벽체와는 달리, 내부 벽체는 벽돌로 시공되어 구조적으로 옥상 등 상부의 하중을 감당할 수 없어 불안하다’ 등의 문제점을 열거하며, 조성 사업 주체인 한수원과 울진군이 당초 이주민들과 협의한 주택 건립안을 배제하고 추가 협의 없이 다른 건립안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주민 김모(74세. 북면 덕천리)씨는 “집단 이주 단지 내의 집 한 채를 짓는데 이주비 3천만원을 포함하여 8700만여원이 소요된다. 8700만원짜리 집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짓는가? 우리는 처음에 외벽과 내벽이 모두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튼튼하고 안전하게 지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60~70년대에 가난하게 살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짓던 집을 지금 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애초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선정한 주택 건립안이 주민들과의 별도 협의 없이 다른 안으로 변경되었다. 지난번에는 하도 답답해서 무리한줄 알면서도 현장 소장에게 ‘15년, 20년이 지나도 이 집이 안전할 것이라는 각서를 써주면 이 집에 입주해서 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각서를 써 줄 리도 만무하지 않은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애초 이주민들과 협의했던 1안대로 집이 시공되지 않고, 도중에 3안으로 변경되어 집이 시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집을 짓는 도중에 알게 됐다. 입주자 대표들과 별도로 상의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들 개개인은 전혀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왔다가 부모님이 입주해서 생활하게 될 이주단지를 둘러보고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는 김모(41세. 울산시)씨는 “한수원이 신울진원전 공사 기간에 쫓겨 택지 조성부터 주택 건립까지 너무 다급하게 추진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주택 부실시공을 포함해서 토지 구획도 명확하지 않고, 이주 단지 앞쪽에서 도로를 횡단하여 뒤쪽으로 올라가려면 1미터 이상 되는 경사로를 거쳐야 한다. 이것은 연세든 노인들을 등산시키자는 것도 아니고 극히 비상식적이다. 특히 주택 단지를 시공할 때는 사전에 모델하우스를 지어놓은 상태에서 이주민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어야 했다. 동북향 집이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습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대부분 연세 많은 노인인 이주민들이 이런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어떻게 살겠는가? 또 집을 지을 때는 실내의 벽체까지 완성하고 난 후에 옥상 슬래브를 쳐야 하는데, 시공 순서도 뒤바뀌었다. 외벽에 옥상 슬래브까지 치고 난 다음에 벽돌로 실내 벽체를 쌓고 있는데, 이렇게 시공하면 벽체가 어떻게 위쪽의 힘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며 한수원과 울진군을 비난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원자력발전소를 받아들이면서 고향 땅과 집을 잃고 이곳으로 이주해오는데, 어떻게 이 모양으로 사람이 살집을 지을 수 있는가? 어느 누가 보더라도 튼튼하고 안전하게 제대로 지어 놓아야 반강제로 이주해오는 주민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주민들은 택지가 동북향으로 조성되어 햇빛이 들지 않고 습기가 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재 집단 이주 단지에 이주가 예정되어 있는 60세대 중 3세대는 현재 시공 중인 집을 완전히 헐고 재시공하지 않을 경우, 이주단지에 절대 입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김모(41세. 울산시)씨는 “다른 입주민들의 동참 여부는 시간을 두고 협의해봐야겠지만, 어쨌든 22, 29, 30번을 배정받은 가구의 입장은 확고하다. 집을 다시 지어서 제대로 된 집이 제공되어야만 입주하겠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부실로 지은 집을 허물고 사람이 안심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집이 제공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런 뜻을 울진군청과 한수원에 전달할 것이다. 결국 이주 주택은 개인 재산권의 문제이고, 삶의 질 문제이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설계사 A모씨는 “개인적으로 볼 때, 건강한 사람들이 살 집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런 구조의 집은 노인들이 살기에는 부적절하다. 바람과 햇빛 등 전체적인 주거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주택이 시공되고 있다. 한마디로 햇빛이 들지 않는 응달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그런대로 견디며 살겠지만, 노인들이 저런 집에 살게 되면 적어도 몇 년 정도는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고 본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선택하는데, 이런 방향과 구조는 아파트만도 못하다. 이주민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집이 지어지고 있다.”고 평하며, 자칫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부가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주민들 일부가 집단 이주 단지의 택지 조성 위치 부적정과 부실시공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울진군 관계자는, “실제 신울진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자인 한수원이 사업 주체가 되어 집단 이주 단지 조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공공시설 조성과 이주 세대 생계비 지원 사업 또한 한수원이 사업 주체”라며 택지 조성과 부실시공의 책임을 한수원에 돌렸다.
반면에 한수원 신울진건설소 관계자는 “2008년 5월에 이주대책협의회에서의 논의가 끝나고 체결된 협약서에 따르면, 집단 이주 세대에 대한 주택 건축 제공은 울진군이 하도록 되어 있다. 협약서에 따라 신울진건설소는 이주 단지 내의 공공시설 설치 이외에는 어떤 부분도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주민들의 주택 시공과 관련된 부분은 전적으로 울진군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결국 집단 이주 단지의 거주 여건이 부실하거나 일부 이주민들의 주장대로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손해는 고스란히 이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08년도에 4자 협의체에서 결정된 협약서는 집단 이주 단지 조성 과정에서 만약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의 책임 소재에 대해 해당 지자체인 울진군과 사업자인 한수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로 일관할 수 있을만한 다소 애매한 부분이 눈에 띈다.
시공 중인 어느 주택의 외벽 콘크리트용 철근이 시뻘겋게 녹슬어 있다. 이주민들은 철근의 굵기도 너무 약하다고 주장한다
시공 중인 어느 집 화장실 안에 가득 고인 물. 입주 예정자 김모씨는 옥상의 누수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주민들은 내부 벽체도 콘크리트로 타설돼야 내력벽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으로 주장한다
2008년 5월 7일 울진군, 울진군의회, 덕천리이주대책위원회, 한수원(주) 울진원자력본부장 등 4자협의체에서 체결된 ‘집단 이주민에 대한 이주단지 조성 및 생계 지원과 분묘 이장’ 등에 관한 협약서 3항은 “집단이주단지 조성 사업(개별 건축 제외)은 주민 대표, 울진군과 협의 하에 한수원이 사업 주체가 되어 시행한다. 다만 관계 기관의 인·허가를 원활히 획득하기 위하여 필요할 경우에는 주민 또는 울진군 명의로 인·허가를 신청하며, 울진군에서는 인·허가가 원활히 취득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신울진 이주 단지 조성은 ‘개별 건축은 제외’라는 단서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한수원이 직접적인 사업 주체가 되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울진군은 각종 인·허가 사항을 간접적으로 도와주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5항은 “울진군은 집단 이주 세대(60세대)에게 각 세대당 330㎡(100평)의 택지(택지 조성 포함)와 82.5㎡(25평)의 주택을 건축하여 제공하되(현금 보상 불가), 주택 신축 비용은 30억원으로 하되, 건축비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울진군에서 추가 부담한다. 단, 주택 신축 계약 방법은 공개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농어촌 주택 설계도를 참조하여 주민과 협의 후 시행한다.”고 3항과는 책임 주체가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한수원이 사업 주체로 되어 있는 3항과는 달리 5항은 울진군이 신울진원전 이주민들의 주택을 건축하여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협약서에는 이주 단지 조성 과정에서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부실시공과 관련한 책임 규정 또한 별도로 명시되지 있지 않다.
이렇듯 부실시공 의혹 등의 민원 발생에 대한 책임 주체가 각각의 입장에서 일정 부분 다른 해석이 가능하도록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는 협약서로 인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각종 문제점은 해결점을 모색하기에 앞서 한수원과 울진군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양상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죽변면 후정리 일원에 조성중인 집단 이주 단지는 42,256㎡(12,782평) 부지에 택지를 조성한 후 주택 60세대를 비롯해 마을회관, 어린이 놀이터, 주차장, 공용 농기구 창고 등의 각종 부대시설이 시공 중이다.
▣ 신울진1,2호기 집단이주단지 조성, 추진 경과 ▣
▲2005년 7월 26일 : 지역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회의(재난안전관리과, 덕천리 이장, 북발협, 울진원자력본부 실무 관계자 등)
▲2005년 11월 23일 : 울진군 의회 업무 보고시 협의체 구성 협조 설명
▲2007년 2월 23일 : 협의체 구성 실무 회의(군의회 의원 포함 협의, 간사 등)
▲2007년 5월 23일 : 협의체 구성 및 첫 회의(울진군, 울진군의회, 한수원, 주민) ▲2007년 6월~2008년 4월 : 첫 회의 이후 12차례 협의회의 개최
▲2008년 4월 10일 : 덕천리 이주 대책 합의서 합의
▲2008년 5월 7일 : 이주 대책 협약 체결(단지 위치, 세대수, 택지 규모 확정)
▲2008년 9월 : 지구단위계획(안) 입안(울진군)
▲2009년 2월 5일 : 관리 지역 세분화(계획 관리 지역) 지형도면 승인(경상북도) ▲2009년 3월 26일 : 울진군 제2종 지구단위계획 심의
▲2009년 4월 : 지구단위계획 결정 및 고시(울진군 고시 제2009-11호, 04. 03) ▲2010년 2월 : 신울진 1,2호기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승인 및 고시(지식경제부 고시 제2010-19호,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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