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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기행 (1)

  • 울진뉴스 기자
  • 입력 2011.05.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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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
(시인, 수필가)

룸비니에서 인도의 국경을 넘는다. 인도, 참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나라다. 국토는 한반도의 서른 배가 넘고 인구는 어림잡아 십삼 억이다.

백성의 80%가 힌두인으로 수많은 인종과 부족이 혼합되어 있다. 공인된 언어만 열여덟 개, 서로 다른 표현과 방언은 무려 400 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자국(自國)의 축구팀끼리도 언어 소통이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문맹(文盲)이 사할에 가깝고 농촌인구가 칠 할이 넘어 국민소득 이천불이 체 안 되는 데도, 꿈틀대는 잠재력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세계 사대문명(四大文明)의 하나가 인도 문명이요, 그 뿌리는 힌두이즘이다. 영국이 반세기동안 식민 통치를 하면서도 그 전통과 관습은 어쩌지를 못했다.

인도와 힌두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인 이슬람은 차치하고라도, 어쩌면 스스로 족쇄(足鎖)가 되어 문명의 발전과 흐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라나시에 이르는 삼백 여 킬로, 나지막한 산자락 하나 보이지 않는다. 삼월에 밀을 거두고 팔월에 옥수수를 딴 뒤, 벼를 심어 삼모작을 한다는 데도, 차창에 비치는 사람살이는 윗동네 네팔이나 거기서 거기다. 세 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하루해가 저문 후에야 파김치가 되어 여장(旅裝)을 푼다. 어쩌겠는가. 여행은 이래야 제 맛이 난다며 웃을 수밖에……

갠지스, 힌두인들 에겐 어머니 같은 성스러운 강이다. 시바신이 살아 있는 곳, 모든 죄업을 씻어주는 은혜의 상징이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다. 여명(黎明)은 아직도 이른데, 갠지스 순례자들의 행렬이 꼬리를 문다. 숙소에서 십 여 분 거리, 노숙자들이 발치에 걸리고 애절한 눈빛으로 내미는 손길이 끝이 없다.

유유히 흐르는 물, 여느 강물과 무엇이 다르랴만, 모여드는 인파가 인산인해(人山人海)다. 무당 푸닥거리 같은 의식도 보이고 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우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석고처럼 앉아 명상을 하기도 하고, 잠을 자는 무리도 부지기수(不知其數)다. 혹은 목욕을 하고, 혹은 빨래를 하고, 혹은 계속해서 물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물총새 물 질 하듯 연신 자맥질을 하는가 하면, 촛불을 띄우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 물소의 사체(死體)가 여기저기 문드러지는데도 그걸 의식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참으로 기이한 풍경이다.

삶과 죽음이 어우러진 화장터 가트, 그 느낌의 표현이 쉽지 않다. 죽음을 기다리는 허름한 장소, 그들의 표정이 너무나 태연하고 평온하다. 기다리는 자나 지켜보는 가족이나, 이미 죽음 저 편에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가는 자나 보내는 이나 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도인(道人)들이란 말인가, 링거액이나 산소 호흡기 같은 것은 있는지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 같다.

숨이 멎었다고 의식적인 울음을 터트리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한 줌 재로 만들어 갠지스에 띄운다.

맨발이 보이는 사체(死體)를 들것에 매고 나온다. 얼핏 보아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어느 여인이다.

갠지스의 물을 퍼서 먹이고 여기저기 씻기는가 싶더니, 천으로 가린 다음 마치 모닥불을 피우듯 불을 지핀다. 타고 있다. 내 것이라 믿었던 몸, 그토록 아끼던 육신, 죽을 줄 모르던 ‘나’가 타고 있다.
충격이다. 마치 휴지 한 조각이 타듯 사람의 몸이 타고 있다. 이렇구나. 정말로 이렇구나. 사람의 삶이 순간이구나. 나중은 없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내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명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명확한 해답은 없다. 나도 언젠가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그 길을 가야 되는 사실을 잊은 체, 허망에 사로잡혀 사는 어리석음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일까.

죽음 저편에 있는 듯한 힌두인들, 충격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사는 게 별건가. 내 남은 소풍 길, 가볍게 즐기다가 한 점 구름으로 사그러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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