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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위공(天下爲公)

  • 울진뉴스 기자
  • 입력 2011.06.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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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원 섭
(경민대학교 교수)

공자가 노(魯)나라 사제(蜡祭)에 손님(賓)으로 참석하였다. 제사를 마치고 성문(城門)의 누대(樓臺)에 오르며 갑자기 공자가 길게 탄식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때 옆에 있던 제자 자유(子遊)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탄식하시는지요?” 공자가 대답했다.
“큰 도(道)가 행해지는 세상은 천하를 모두 공유(公有)한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 관직을 맡겨 신의(信義)와 친목을 다진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홀로 자기의 어버이만을 모시지 않았으며 홀로 자기 자식만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노인들은 편안히 여생을 보낼 곳이 있으며, 젊은이들에게는 일자리가 있고, 어린이에게는 모두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과부와 홀아비, 부모 없는 고아, 자식 없는 외로운 이, 그리고 불치의 병에 걸린 이로 하여금 다 부양을 받을 수 있게 하며, 남자는 일정한 직분(職分)이 있고 여자는 돌아갈 가정이 있다. 재물이 땅에 버려지는 것은 싫어하지만 반드시 자기만 사사로이 독점하려 하지 않으며, 힘은 자신으로부터 나오기를 원하지만 자기만을 위해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음모가 없고 도적이 생기지 않아서 집집마다 바깥 대문을 잠그지 않는다. 이런 사회를 대동이라 한다.(大道之行也 天下爲公 選賢與能 講信修睦. 故人不獨親其親 不獨子其子 使老有所終 壯有所用 幼有所長 矜寡孤獨廢疾者皆有所養 男有分 女有歸. 貨惡其棄於地也 不必藏於己 力惡其不出於身也 不必爲己 是故 謀閉而不與 盜竊亂賊而不作 故外戶而不閉 是爲大同)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실린 공자의 이 말씀은 그의 제자 자유(子遊)에게 당시 사회의 어지러움을 탄식하며 자신의 동경하는 이상사회에 대한 언급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자가 주장한 ‘대동(大同)’은 만인의 신분적 평등과 부(富)의 공평한 분배, 인륜의 구현을 특징으로 하는 유교의 이상사회, 즉 인간이 천지(天地)는 물론 만인(萬人)과 하나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는 곧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 하여 온 세상이 일반 백성들의 것이라는 뜻으로, 즉 모든 사람이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는 국가를 모든 사람들이 빠짐 없이 참여해서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이다. 이 대동이라는 말은 〈장자(莊子)〉나 〈여씨춘추(呂氏春秋)〉에도 보이지만 그 개념이 정립된 것은 〈예기(禮記)〉의 ‘예운편(禮運篇)’이다.

오늘날 중국의 국부(國父)로 추앙을 받고 있는 쑨원(孫文, 1866~1925)이 평생을 통해 가는 곳마다 부르짖은 것도 바로 ‘천하위공(天下爲公)’이었다. 그가 그렇게 끊임없이 절규하다시피 한 이유는 무엇일까.  

19세기 말, 청(淸)나라는 거의 외국 열강의 식민지나 다름없었다. 지배계층은 부패하고 무능했으며 국민들 역시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아편전쟁으로 영국에 패하면서 나라가 망해가는데도 여전히 아편은 국민들을 좀먹고 있었다. 게다가 청일전쟁 결과 일본에게 마저 패하는 바람에 타이완(臺灣)과 펑후(澎湖)제도를 일본에 할양하고 조선이 완전한 자주독립국임을 인정해 주어야 했다. 이제 중국은 종이호랑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엄청난 위기감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그러나 그에 따른 각성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황실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혹은 뒤엎고 새로운 중국을 건설하기 위한 모색을 시작했다.

쑨원은 이런 위기를 자초한 원인을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공(公) 의식의 결여라고 생각했다. 국가 지도자들의 의식과 일반 국민들의 의식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공(公) 의식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며 그 중심되는 구호가 바로 ‘천하위공’, 즉 천하는 만민의 공유물이라는 주장이었다.

해뜨면 일하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쉰다.(日入而息)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鑿井而飮)
밭을 갈아서 먹으니(耕田而食)
제왕의 힘인들 어찌 내게 미치리오.(帝力于我何有哉)

요(堯) 임금 때 온 백성들이 즐겨 불렀다는 격양가(擊壤歌)라는 노래이다. 가사의 내용을 보면 우리 임금이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이 누구인지 모르는 통치의 상태’가 가장 태평한 시대의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의미다. 이 노래가 수천 년 중국인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렸다면 그만큼 왕조는 그 ‘노래 구실’을 못한 것이다. 결국 쑨원도 평생 ‘천하위공’을 외쳤지만 그의 생전에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라고 다름이 있을까. 조선왕조 5백년 내내 국가 지도자들이 일반 백성들을 위해 베푼 정치 행태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입만 열면 선공후사(先公後私)니 선난후획(先難後獲)을 말하고 심지어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을 부르짖으며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실제로는 권력과 국가재산을 사유화하면서 일반 백성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섬김만을 받으려 한 것 외에 그들의 역할은 거의 미미했다. 왜 임금이 있으며 왜 벼슬아치들이 있는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국가란 도대체 어떤 존재였던가.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들에게 공(公)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데 하물며 다스림을 받는 백성들이 어떻게 공(公) 의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오늘날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도 없다. 국민으로부터 끊임없이 지탄을 받으면서도 고위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공당(公黨)을 사당(私黨)으로 만들려 하고 국가대사를 밀실에서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하곤 한다. 공(公) 의식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투명함(公明)과 바름(正大)이 결여되어 있다.

최근 굵직한 현안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놓고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운 것도 바로 이런 현상의 연장이다. 몇몇 지자체가 서로 사활(?)을 걸고 유치활동을 벌이던 영남권 신공항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LH(한국토지주택)공사 그리고 국방개혁안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발표 이후 탈락된 지자체와 이런저런 연고를 갖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가 가관이다. 대통령 후보와 장관까지 했던 국회의원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도지사가 삭발에다 단식농성을 하는가 하면 한 정당의 도당위원장인 모 국회의원은 아예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담요를 깔고 먹고 자면서 머쓱했던지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역정서를 달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의 법 질서 확립을 위해 법을 만들고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편에서는 국방개혁안을 놓고 예비역 장성들은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 정부가 추진하는 군 개혁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미 군복을 벗은 사람들이 정부의 군 개혁안을 꺾어놓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즉 지역 갈등이나 양극화 문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놓고 시위나 농성, 단식, 삭발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지금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가적 차원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런 마당에 국회의원과 도지사, 예비역 장성들이 갈등을 부채질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우리 사회를 더 큰 혼란 속으로 밀어넣는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들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당장은 정치적 손익계산에만 매달려 들끓는 지역 민심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쓸 뿐이다. 법치(法治)의 주축으로서 국민에게 공(公) 의식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국회의원, 도지사, 장군들까지 이른 바 ‘떼법(法) 만능주의’에 빠져 있으니 대체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대들에게 과연 천하는 무엇이며,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말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놓고 공자처럼 탄식하는 이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우리 서민들에게 요(堯) 임금 시절의 격양가를 다시 부를 수 있는 날이 올 수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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