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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앓으실 분 없니껴?

  • 입력 2011.11.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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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득 회색 빛 바람이 춤을 추면 나는 11월을 앓는다.
배낭을 꾸려 설레는 마음으로 미지의 곳을 헤매고 싶은 꿈도 크지만, 꼭 그렇게 떠나는 여행 말고 한 달, 일 년, 십 년... 과연 시간을 얼마나 잘살아 냈는지 뒤돌아보는 그런 여행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런 여행을 하기 가장 좋은 때가 11월이라고 생각한다.  

뒤돌아본다는 것, 그건 후회를 하거나 무언가 부족한걸 아쉬워해서 좀 더 채워야지 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모가 나고, 맺히고, 아프고, 분하고, 딱딱한 걸 얼마나 잘 녹이고 잘 풀고 잘 흘려보냈는지 보는 거다.  

며칠 전 장염, 위염, 감기 몸살이 한꺼번에 연합작전을 하는 바람에 엄살 하나도 없이 엉망으로 아프던 나는 의사 처방의 약을 먹고 겨우 일어난 적이 있다.  

그건 단순하게 나의 몸이 고장 난 게 아니다.
스멀스멀 엉겨 붙던 피로와 우울, 원망과 분노를 잘 녹이지 않은 틈을 타고 강력한 종합병원 바이러스가 나의 정신에 파고들어 여지없이 독으로 쏘아댄 결과라고 확신한다.  

잘 녹이지 못한 죄, 잘 풀지 못한 죄, 잘 흘러가게 못한 죄, 용서하라.
그러나 용서하지 못하고 죽어라 미워한 죄, 복수를 꿈꾸는 것과 복수에 대한 소설을 쓰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복수만을 생각한 죄.   

또 하나의 큰 죄가 있다면, 이 세상 이해관계가 얽힌 모든 인간들의 처지가 딱 반대가 되어보게 하는 바람을 가진 죄.
이런 죄가 있는지 지금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번뇌가 마음에 들러붙으면 정신을 곪게 하지만 흘러가면 고통을 덜어준다고 했건만, 깜빡 잊고 그 모든 걸 거리낌 없이 섞어찌개 만들어 버린 죄.  
그만큼만 앓고 일어난 게 다행일 만큼 나는 독을 많이 만들었다.

11월을 잘 앓고 싶다.
아프게 때리는 두 개의 회초리 같은 11월, 잘 용서해서 흘려보내기 좋은 큰 강과 같은 11월.  

무엇이 되건 한 번 돌아볼 일이다. 눈물겹게 견디고 있음의 우리 생을.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人生 여행을 잘하고 싶다.

※ 서양화가인 ‘페인트 최’는 고향이 서울로 울진에서 15년간 생활했다. 현재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며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lomo / 이명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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