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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이 고와야 美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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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2.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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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마다 하나씩은 눈에 띄는 요양원에 다니는 언니가 있다.
가끔 거기에서 일어나는 영화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면 재미있게 듣곤 한다.  

며칠 전에 들은 이야기 하나가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는다.
같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한번 웃고 말던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곰곰 그 이야기 끝의 생각을 잡고 있다.
젊은 사람도 간혹 있지만 요양원에는 어르신들이 주로 계신다고 한다.  

거기 계시는 할머니들 중, 2층에 몸이 많이 불편해서 움직이지는 못해도 깔끔하고 아주 예쁜 할머니 한 분과 3층 입원실에는 자신도 아프지만 불편한 옆의 사람들을 지극히 잘 보살피는 활발한 할머니 한 분의 이야기이다.  

2층 할머니의 문제는 누군가 찾아와서 친구가 되거나 누군가 움직이게 도와줘야만 하는 이유 때문도 약간 영향이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온 요양원의 이 사람 저 사람 흉을 보고, 없는 일을 만들어 거짓말하고, 좋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 독설을 날리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이 세상에서 하나도 없다고 하는 통에 항상 외롭게 있다 한다.  

3층 할머니 한 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해주겠다고 가끔 찾아와서 2층 할머니를 돌보면서 틈만 나면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생각과 편안한 마음을 먹으라’는 말을 해주고는 했는데, 보란 듯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2층 할머니의 거짓말과 욕과 흉은 늘어만 갔다.  

어느 날 저녁 아무도 몰래 3층 할머니가 자고 있는 2층 할머니를 찾아가서 ‘왜 나한테 까지 없는 소리에 흉을 보고 욕을 하느냐?’며 뺨을 두 차례 때리고 왔다고 한다.   

움직일 수 없는 2층 할머니는 그 날 이후 충격과 분노에 치를 떨며 끼니를 끊었다고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2층 할머니가 식사도 못하면서 분해하는데 걱정보다는 속 후련해 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한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심정이 되는 것이 ‘누가 옳고 틀렸다’거나 ‘누가 잘했고 못했다’는 걸 따지기가 씁쓰레하기만 하다.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 톤이나 적절하게 풀어가는 말솜씨를 첫 이미지로 기억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일까?’ 가늠하는 기준으로 말하는 모습을 무심한 듯 주의 깊게 본다.  

그것은 얼마나 잘살고, 얼마나 배웠고, 얼마나 잘났나의 기준이 절대로 아니다.
도리 없이 넘어가서 나중에 끌끌 혀를 차는 거짓말도 말이고,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위선의 말도 말이고, 의미 없이 남의 흉을 하루 종일 봐도 말이고, 다 듣고 나면 그 때부터 불쾌한 오만덩어리도 말이고,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말도 있고, 상대방의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자르고 붙이고 피 흘리게 하는 칼 같은 말, 건성으로 듣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말, 주워들은 말로 유식을 가장하지만 무식한 말, 눈은 웃어도 얼음같이 차가운 말, 녹음기를 튼 듯 갇힌 말......  

이렇듯 수 십 가지의 말들......
무심코 누군가의 가슴에 피를 내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말들 속에서 나는 점점 말을 잃어간다.  

들여다 볼 수도, 그래서 쉽게 알 수도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이 말이 되어 나온다고 생각하는 나는 조금은 퉁명스러워도 그 안에 사랑과 배려와 이해가 깔려있는 말이 좋다.   

그 색과 무늬가 진심이면 가장 아름다운 결이 되는 말이 정말 좋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말이 고운 사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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