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호에 소개하는 자료는 조선(朝鮮)시대 규방 가사(閨房歌辭)의 하나인 석별가(惜別歌)이다.
석별가는 혼례식을 끝내고 신방(新房)을 치른 뒤 신랑 집으로 들어가는 의식인 신행(新行)을 가는 신부가 절친하게 지냈던 벗들과 이별의 정을 나누면서 여러 가지 예전 일들을 떠올리고, 신행을 간 다음에 남의 집 며느리로서 지켜야 할 도리 등의 다양한 내용을 엮은 노래이다.
이 문서는 지은이와 연대가 미상(未詳)으로 알려지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표준(?) 석별가를 옮겨 적었지만, 다수 가사가 표준 석별가의 원문과 달라서 울진 지역에서 독특하게 불렸던 이 글과 표준 가사를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자 한자 정성을 들여 손수 붓으로 써내려간 이 석별가는 애초 1958년 21살의 나이로 원남면 금매2리 몽천마을에서 근남면 행곡1리 쌀구마을 샘실로 시집을 가는 남옥랑(75세. 근남면 행곡1리)씨에게 같은 마을에 살던 청년과 처자들이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선물로 전달한 것이다.
전통 닥종이를 풀칠해서 겹으로 붙인 후 글을 쓰고 들기름을 먹인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의 크기는 폭 28cm, 길이 2m30cm이다.
특히 이 문서는 전체적으로 울진 지방의 사투리를 소리 나는 대로 옮겨 적는 등 울진 지역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를 담고 있어 전근대 여성들의 삶과 문학적인 측면에서 그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또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공간에서 창작되고 회자되고 전승되어온 규방 가사로, 단순히 전통의 계승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문학에서의 다양성 충족이라는 측면에서도 귀한 자료이다.
본지 [울진뉴스]는 울진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석별가(惜別歌)」를 이번 2월호부터 오는 5월호까지 표준 석별가와 대조하며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울진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석별가
「신행가는 동무들아 석별가나 들어봐라. 인간 새상 서런것이 이별밧게 또 있는가. 이별중에 서른것은 생이별리 재일이라. 부모언덕 지중하나 이별하면 그만이라. 이십년을 노든 인정 일조애 끈탄 말과. 애석하고 가련하다. 여자 팔자 가소롭다. 부모 교육 갗이 타고 이 새상에 생겨나서 설하에 살아날제. 우리갓튼 여자신도 새상없는 자식같이 고이~ 길러낼재.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애글타고 모두어서 먹고 입고. 자라나면 등애업고 엽애 찌고 농사 질삼 하을적에. 고생도 식히시고 걱정도 식히시면 따뜿하든 부모사랑 태산같이 바듯든이. 새월이 여유하여 이팔광음 다러니 부모언덕 알게되고. 꽃봉오리 피난듯이 날로~ 잘아나면 꽃을 찾어 오는 나비 어느 누가 금할손가. 옛법 쫓아 성인하니 태산같은 부모 언덕 엊이하면 갑흘손가. 따뜿하든 부모사랑 내엊이 뜰어질고. 이십년간 잘아나면 깁히~ 매진 동무. 정다웁게 노든 동무 내 엊이 이별할고. 이별할일 생각하니 압길이 암~하고 우름밖에 안난구나. / 무심한 남자들은 성인하면 좃타해도. 여자 골물 생각하니 보슨로수 중침할일 성인한후 여가없다. 춘하추동 사시절애 이복하기 골몰이요. 잔일하기 골몰이요. 거중에 여가나면 지옷하기 분주하여 일년이 다가도록 마음편고 놀새없다. 한식 단오 좋은 시절 훌훌이 지나가고. 추석 중구 돌아가고 내년 명절 돌아오면. 너 생각 간절하야 어이하면 좋을손냐. 평생이 다가도록 하로같이 노잣든이. 내어찌 조용하며 실토록 놀아보고 어화 이팔 처자들아 아희때 못논것이 성인한후 한탄이라. 동지섯달 긴~밤에 밤새도록 잠못자고. 삼사월 긴긴해에 해지도록 일을 해도 일도~ 많을시고. 신행전애 일만하고 합타고 하여내도 어되서 솟아난지. 일좆아 귀치않타 마음썩히 내사실타. 밭을머고 보선짖고 품모르고 큰옷하기 이러하면 맞일손가. 저리하면 맞일손가. 엊지하여 마음들고 남의 성품 내놀래라. 엇지하면 맘애들고 성문고안춰 솔팔가라고 문성내사실내 애닯고도 두렵더라. 마음썩히 내사실타. 섬~옥수 고흔손애 / 요지경이 하로허니 하월같은 고흔 얼골 숙척토도 장상하다. 허다밧게 일다하고 농문을 열고보니 할 일도 숫타하다. 명주비단 고흔가음 누비질 언재할고. 백포 황포 장찬 가음 푸사따듬 누가 할고. 춘화복 누비할제 열손가락 다 파인다. 동화복 따듬할제 두팔이 미질하다. 엇지하여 얻다아바 속절없고 내못할새 귀찬해라 괴로워라. 한평생이 얼마 되리 내사실타. 놀고 보고 아니 하면 그만이라. 서의김이 성을 내여 울면불면 단기다가 상방에 들어가서 사방 문을 닷아놀고. 이불을 덥혀쓰고 정막히 누었서니 동지섯달 찬바람은 쏜살같이 불어오고. 푸르르 떠는 문풍지도 날과 함께 우는구나. 나뭇가지 노든 참새 짹짹 거린 그 소래에 나의 심사 살탄하다. 신행 갈일 생각하니 앞길이 캄캄하며 나는 것은 한숨이요 설은 것은 동무 이별. 엇지하면 조흘손가 물어도 말이 없고 불러도 대답없내. 전전반침 누워 두었다가 다시 한번 생각하니. 이내 목숨 죽잔어면 일만 하고 어이할이. 이래서야 안되겠다 와락컥 일어않어」
◈표준 석별가 원문
「신행(新行)갈 동무들아 석별가(惜別歌) 드러보소 인간세상 슬픈 것이 이별 밖에 더 잇는가. 이별 중에 서른 것이 생이별이 제일일세 부모은덕(父母恩德) 지중(至重)하나 이별하면 다잊나니. 이십년 노든 인정 부모골육 가치타서 세상에 낫것만은 슬하에 자라나서 남녀 소처 판이(判異)하다. 남이 견문 다 못 보고 심규(深閨)에 가처 안자. 의복 음식 잘골몰을 역녁히 다주다가 세월(歲月)이 여류하야 이팔광음(二八光陰) 다닥치니 옛법을 조차서라 성인(成人)이 되단갈가. 무심한 남자들은 성인 하면 조타하나 여자 골몰 생각하니 춘하추동 사시절에 정성(定省)하기 골몰이오. 토수 보선 줌치동을 잔일하기 골몰이오. 그 중에 여가나면 제 옷하기 분주하다. 일년이 다 가도록 마음 펴고 놀 때 없네. 한식(寒食)과 단오절(端午節)은 총총이도 지나가고 추석중구(秋夕重九) 세시(歲時)때는 몽중(夢中)에 의희(依稀)하다. 평생(平生)에 즐기든 일 윳과 척사 아니런가 우리 언제 조용하야 실토록 노름할고. 삼오이팔(三五二八) 처녀(處女)들아 너이 부대 잘 노라라 아희때 못대 놀면 성인한 후 여한(餘恨)이다. 동지 섯달 긴긴 밤에 밤새도록 잠 못 자고 삼사월 긴긴 해에 해지도록 일을 하나 일도 일도 만흘시고. 신행(新行) 전(前)일 하도 만타 하노라 하여내도 어대서 소사나고 마음 쉬기 어렵도다. 발모르고 보선 깁고 품 모르고 큰 옷 할 제 이리하면 마즈실가 저리하면 마즈실가. 저리하면 실수될가 남의 성품 내 모르고 성문고안(盛門高眼) 취소(取消)될가. 허다한 바느질을 근근히 거진하고 농문을 열고 보니 할 일도 새로 잇네. 명주 비단 고운 가음 누비질 언제 하며 백(白)토 황(黃)토 장찬 가음 푸새다듬 누가할고. 춘추복(春秋服) 누비할 제 열손가락 다 파이고 동하복(冬夏服) 다듬할 제 두팔이 휘절린다. 귀찬하고 괴로워라 평생이 얼마되리 내사 실타 놀고 보자 아니하면 그뿐이지. 제 바람에 성이 나서 울며 불며 다니다가 상방에 드러 가서. 방문을 다다 걸고 이불을 더펴쓰고 적막히 누엇스니. 무러도 물이 없고 불러도 대답 없네. 다시금 생각하니 내 목숨 죽기 전에 일못하고 어찌하리 이리하여 아니 될가.」
(자료 소장·제공-전은우 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울진읍 읍내4리)
※개인 또는 기관, 단체에서 소장하고 있는 울진 지역의 옛 자료를 제공해 주십시오. 지역에 미처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문헌, 자료, 사진 등을 제공해주시면 [울진뉴스] 지면에 게재하겠습니다. (소개하는 자료는 개인 소장 자료로써 무단 전재, 스캔,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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