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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시(哀悼詩)] 운곡(耘谷) 선생

  • 입력 2012.04.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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耘谷선생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갑작스레 눈마저 내린다.

참을 수 없는 술 생각에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산포리 해안으로 차를 모는데
굵은 모래알 같은 눈발이 파도치는 밤길에 달려들어 자욱하다.

운곡 선생!
작은 전동차를 몰고 대로에서 전진만 하고 있던 모습을 간간히 보았고,
곰팡이 슬고 오래된 먼지 켜켜이 쌓인 구석진 문화원의 낡은 소파에서 주옥같은 선현의 글에 곡조를 붙여 읊조리던 낭랑한 목소리도 들었다. 가끔은 한자로 된 헌시를 지어왔고, 출처불명의 자랑을 듣고 있노라면 익숙한 뒷말이 짐작한데로 흘러나왔다.

그가 오늘 89세를 일기로 생을 접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삶 아닌가.
추운 날도 따스하던 날도 있었으리라.
스스로 얽은 법도에 가리어 보지도 못한 하늘 아래서 맴돌다가 갔는지도 모른다.
살아온 나날만큼이나 눈이 내리는데 맨 낯에 뿌리는 모래로 맞는 듯 화끈거린다.

아! 운곡 선생.

-2012년 3월 20일 람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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