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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評 『돈키호테』를 읽고··· 꿈 그리고 또 다시 좌절하지 않는 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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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5.2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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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이 극찬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법한『돈키호테』란 책을 읽었다.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 정도는 누구나 알만한 것이 아니었던가.

학교 다닐 때 읽은 것은 부분 부분으로 그것마저 가물가물하지만 제대로 정독을 해본 적이 없었다. 왜 이 책이 그토록 명저인지 궁금하기도 하여, 2011년에 완역한 신판 돈키호테가 나왔기에 차곡차곡 한 번 읽어 보기로 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돈키호테』, 박철 옮김, 시공사, 2011, 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이었다.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중간에 내 딸이 영문도 모른 채 몇 장을 읽어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숨차게 책장을 넘겼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는 이 책을 지어내는 것보다 서론이 어려웠다고 하면서 “나는, 세상에 돈키호테의 아비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의 의붓아비에 지나지 않는 만큼, 세상의 풍조를 따르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그대들에게 내가 낳은 이 녀석의 결점들을 용서해 주십사고, 좀 봐주십사, 남들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애원하지도 않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대는 그의 친척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대의 영혼은 그대 자신의 몸속에 간직되어 세상에 누구 못지않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왕께서도 마음대로 세금을 내라 하실 수 있는 것처럼, 그대들도 집안에서는 주인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라 고백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의 의지대로, 생각대로 읽으면 된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작품은 세상에 내놓는 순간 읽는 사람의 것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돈키호테 탄생은 어쩔 수 없이 독서에 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기사를 내세워 말하고 주장하는 것들은 그의 경험만으로 채울 수가 없다. 그가 읊은 그 많은 인명들, 장소, 사건들이 과거와 현재의 역사 속에서 오르내린다. 결국은 책이 아닌가. 경험만으로 그 만한 지혜를 모두 얻기란 불가능하다. 돈키호테가 모험 중에 읊어대는 그 많은 이야기들은 당연히 세르반테스의 머리에서 나온 것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돈키호테는 그만의 골방 서재에서 읽고 또 읽었다. 바람 부는 강변에서, 아수라장의 성벽 아래로, 말달리는 들판으로, 수 천 수만의 군대가 창과 방패와 검이 불꽃을 튀기는 전장으로, 공주가 갇힌 저 웅장한 성벽 속으로, 수많은 군중 앞에서 즉위하는 황제의 대관식으로, 성주의 아리따운 딸을 두고 벌이는 결투장으로, 뜨거운 물이 끓고 독사가 우글거리는 늪으로 뛰어들어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출하면서, 한 발 한 발 책의 깊은 심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무릎이 차고 배가 차고 목까지 차오르다 어느 날 온 몸이 완전히 가라앉고 말았다. 뭍으로 나온 그는 이미 정상인으로 회생시키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온갖 굴욕과 비굴, 부끄러움은 없어지고 말았다. 오직 자신이 정한 명예를 위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지켜나갈 태세다. 이 정의의 기사요 편력기사는 자신을 속이는 그런 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다. 책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그대로 현실이 되어 가장 위대한 기사로 탄생하고 말았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불의를 척결하면서, 엄청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나의 도냐 둘시네아 델 토보소에게 이 모든 영광을 바치고 그녀에게 청혼을 하리라 굳게 맹세한다. 나름대로 일관된 논리로 무장하고 있으며, 본인이 정한 기준에 따라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한다. 어차피 대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무리다. 오직 본인이 알고 있는 편력 기사의 입장에서 그대로 돌진한다. 그리고 해박하고 명쾌한 그의 언어들. 꾸밈이나 가식도 없다. 이 지구상에 그가 주인이요 법이요 진리다.
  
산초 판사는 도대체 글을 모르니 책을 읽은 적이 없는데다가 약간은 모자라고 순진무구하다. 아둔하고 미련한, 때로는 아주 현실주의 입장에 서기도 한다. 겁이 많기는 하나 돈키호테의 시종으로 끝까지 충직하게 그의 옆을 지킨다. 끝없이 이상 속에 노니는 돈키호테에게 나름대로 현실의 상황으로 이끌려고 무척 노력하지만 허사로 끝난다.
  
전대미문의 모험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곧바로 준비에 들어간다. 본인의 이름을 기사에게 걸맞은  ‘돈키호테 데 라만차’ 라고 지었다. ‘라만차 지방의 돈키호테라’는 뜻이다. 선대에 사용하던 낡은 갑옷과 방패들을 손질하고, 그의 집에 있던 볼품없이 마른 말을 천하제일의 명마로 둔갑시켜 ‘로시난테’라 명명했다. 그리고 “사모하는 여인과 사랑이 없는 편력기사는 잎새와 열매가 없는 나무요, 영혼이 없는 육체와도 같다.”라고 하면서 서로 말도 한 번 건네 본 적이 없는 이웃마을의 알돈소 로렌소란 여인을 아름다운 여인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 이름을 짓고는 흡족해 했다. 
  
이제 출정준비는 모두 끝났다. 크나큰 모험을 위하여 우리의 돈키호테는 드디어 집을 나선다. 그는 첫 모험에 나서면서 혼잣말로 다음과 같이 중얼거리면서 그냥 말이 가는 곳으로 떠난다. “이제 막 불그레한 아폴로 신이 금빛 실 같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광막한 대지 위에 펼치고, 알록달록한 작은 새들이 질투 어린 남편의 부드러운 침대를 박차고 나의 현관문과 발코니에서 바라다 보이는 라만차의 지평선으로 밝아오기 시작하는 장밋빛 여명에 인사를 건넬 때. 깃털 이불을 빠져나온 라만차의 이름난 기사 돈키호테는 명마 로시난테를 타고 유서 깊은 몬티엘 들판을 걷기 시작했노라.”
  
주막에서 우스꽝스런 기사 임명식을 치르는 이야기, 신부와 이발사가 돈키호테의 서재에서 책을 재판한 이야기, 풍차거인에게 달려들어 다친 이야기, 비스카야인과 돈키호테의 싸움, 앙구수아스 마을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 주막집에서의 시련, 갤리선 노역을 선고받은 죄수들을 풀어준 이야기, 모레나 산속에서 둘시네아를 위해 스스로 만든 고행, 가죽부대를 거인이라 여기고 칼로 찔러 포도주를 흘러내리게 했던 이야기, 마르셀라와 그리소스토모의 이야기에서 보이는 여성의 평등주장, 카르데니오와 루신다 및 도로테아와 페르난도 이야기, 무모한 호심이 빚은 이야기에서 안셀모와 로타리오 그리고 카밀라의 관계 심리묘사, 주막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 예를 들면 포로라고 불리던 사람과 그의 동생 재판관과 딸 클라라, 목동으로 변신한 루이스 청년과 그를 데리러온 하인 4명, 이들과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신부, 이발사, 주막의 주인과 그의 부인, 등이 서로 얽히고설키고, 그들이 겪은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그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인 돈키호테를 잠시 잊어버릴 만큼 재미가 있다. 돈키호테는 세 번째로 집을 나와 사라고사로 갔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그의 죽음에 관해 명쾌한 언급이 없었다.
  
『돈키호테』의 마지막은 이렇게 되어 있다. “아마도 또 다른 누군가가 더 나은 악기로 연주하리.”
  
『돈키호테』의 원래 제목은 ‘재치 있는 시골 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이다. 톨레도의 알카나 시장을 거닐다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아랍인 역사학자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가 아랍어로 쓴 ‘돈키호데 데 라만차 이야기’를 구입, 이를 스페인어로 번역하게 한 후, 돈키호테의 모험 이야기를 계속해나간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돈키호테의 저자는 아랍인 아메테가 되어야 하지만 이의 진위는 알 수 없다. 검열이 심하던 시대에 검열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아메테의 이야기를 번역한 글을 소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고도의 계산아래 쓴 글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책 중간 중간에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를 보는 것은 큰 감동이었다. 내용의 정황이나 배경을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내가 읽은 2011년 판 『돈키호테』를 번역한 스페인 문학의 대가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철 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돈키호테』는 당시 유행하던 통속적인 기사소설을 응징하기 위하여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돈키호테』에는 또 다른 소설 즉, 삽입소설(액자소설) 7개가 나온다. 『돈키호테』에서 총 659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남자가 607명이고, 여자가 52명이다. 그중 150명의 남자와 50명의 여자와는 실제로 대화하고 행동한다. 『돈키호테』가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소설로 손꼽히는 이유는 우리 인간에게 꿈을 심어주는 모습이 그 안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꾸는 꿈이 물거품으로 끝날지언정 한순간이라도 꿈과 희망이 없다면 삶의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돈키호테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꿈과 이상을 위하여 모험을 하지만 끊임없이 좌절하고 실패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실존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꿈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바로 우리의 양면적 모습이자 실존인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당시 부조리한 사회를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유머와 풍자로 조소를 보내는 탁월한 기교로 문학적 진가를 높였다. 프랑스 비평가 생트 뵈브는 『돈키호테』를 일컬어 ‘인류의 성서’라 하고, 미국 저명한 소설가 겸 수필가 워싱턴 어빙은 ‘성경과 견줄 만한 작품’이라 『돈키호테』를 극찬했다. 『돈키호테』가 1605년에 출간했다고 하니 400여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에는 1915년 최남선이《청춘》에 소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돈키호테』가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등의 작품을 제치고 세계 유명 작가 100여 명이 세계 제 1의 소설로 선정한 것은 세르반테스의 근대적 사상과 파격적인 글쓰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돈키호테』는 문학 이외의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구스타브 도레오노레 도미에,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같은 화가들, 헨리 퍼셀,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 펠릭스 멘델스존, 쥘 마스네, 모리스 라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저명한 음악가들이『돈키호테』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을 남긴 바 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돈키호테』보다 더 심오하고 힘 있는 작품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으며, “『돈키호테』를 모르면 서양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T.S.엘리엇은 말했다. 윌리엄 포크너는 “매년 성경처럼 『돈키호테』를 읽는다.” 하고, “돈키호테보다 더 살아 있는 캐릭터는 없다.”라고 밀란 쿤테라가 일갈했다.
   나는 돈키호테 하면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파문을 생각하면 굉장히 사려 깊은 사람이 된다고 했다. 돈키호테는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다. 일어날 파문은 알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상반되는 두 견해지만 인류 역사 발전의 양축임을 부인할 수 없다. 유치원생이 아닌 다음에야 좌고우면하면 하지 바로 행동에 옮기는 도전 정신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반 투르게네프는 강연에서 ‘햄릿형 인간’과 ‘돈키호테형 인간’이 있다고 했다. 돈키호테에게 좌절이란 단어가 없다. 식지 않는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또 다시 시작한다.
  
아름답지 않는가.
꿈을 꾼다. 언제나 좌절하지 않는 꿈
살아 있음에 또 다시 꿈꾼다.
돈키호테를 만나면 힘이 솟는다.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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