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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창을 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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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6.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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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어 같은 신록이 춤을 춘다.
죽어 있던 모든 것이 깨어나 좋은 음악처럼 귀를 간질이고 즐겁게 웃음 주는 계절이다.
그래서 감사할게 더욱 많은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4평짜리 주말농장 텃밭에서 물주고 거름 주고 키운 거라면서 아는 분의 대견한 채소들을 얻어먹었다.
한입 가득 쌈 야채를 싸먹으며 어느 때 보다도 더 진한 녹색을 느꼈다.
심고 가꾸는 과정에 내 것이라는 애정과 정성을 가지면 확실히 더 맛이 좋은 것 같다.
  
오후에 커피 한 병 끓여 담고 동네 앞 공원이나 걷자 하고 집을 나서다가 옆집 여자를 만났다.
옆집의 젊은 엄마는 자기 아들을 보자마자 아들에게 ‘숙제해’ ‘공부해’ 소리를 자동 발사 한다.
  
집을 나서던 그 집 아들은 구긴 인상으로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고, 옆집 여자는 나에게 아들의 시험 성적이 떨어져서 속상하다며 학원을 또 옮겨볼까 한다는 소리를 마치 알사탕 하나 까먹는 것처럼 쉽게 한다.
더 심각한 건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창문이 없는 방으로 공부방을 옮겼다는 것이었다.
‘아니 아니, 아니 되오’
허우대 멀쩡하고 잘 생긴 그 개그맨 버전의 유행어 ‘아니 되오’가 머릿속을 휘저었다.
  
커피나 한 잔 하자며 옆집 엄마와 공원 의자에 앉았다.
“사실 나도 아이들 어릴 때 그대와 똑같이 하여 반성을 많이 했다오. 그러나 지금 만약 우리 아이들이 공부할 그 나이로 돌아간다면 절대 똑같이 반복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소. 고개 들어 바라보는 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자연을 보는 여유가 시들어 죽어가는 화초 같은 아이들을 살릴 것만 같은데... 죽어라하고 공부만 하라고 한 게 창피할 지경이오. 
  
오지랖에 노파심인데 해로운 소리는 아니니 내 말을 더 들어 볼라우. 한 학교가 있는데, 창문이 거의 없고 낡은 건물이라 낮에도 형광등을 켜놓았지만 어두컴컴한 교실에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인다며 창문의 커튼까지 쳐 놓고 수업을 했다지요. 그러나 학생들의 성적은 전국 꼴찌를 맴돌았다네요. 선생님들은 아무리 힘들게 가르쳐도 성적이 그 모양이니까 아이들의 머리가 나쁜 걸로 결론을 냈답니다. 
  
그러다 얼마 후 신축한 건물로 학교가 이사를 했는데,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널찍한 창문이 있어서 학생들이 문득문득 무한히 펼쳐진 하늘과 탁 트인 들판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대요. 놀랍게도 1년 만에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수직 상승을 하면서 전국에서 일등을 했답니다. 실제로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래요. 
어느 학교냐고요? 아이구 참... 요즘 내 기억력이 거지같은데 뭐시냐 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포오우크스 초등학교입니다.
  
어쨌든 그 소문을 들은 다른 학교들이 따라서 창문을 크게 크게 만들었더니, 놀랍게도 성적만 좋아진 게 아니라 아이들의 평균 키도 커지고 충치 발생률도 뚝 떨어졌답니다. 그리하여 북미의 초등학교는 물론 고등학교도 일제히 창문을 넓히기 시작했답니다.
  
요약하면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자연에 푸르른 식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주 내다볼수록, 창문이 크면 클수록 학생들의 성적도 좋고 대학 진학률도 높더라는 결론입니다.
  
자연을 바라보며 산책을 즐긴 세계적인 철학자, 예술가, 과학자들도 많죠.
정확하게 오후 3시30분 자기가 평생 살던 쾨니히스베르크를 매일 산책하던 칸트, 산책하지 않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심지어 폭우 속에서도 길을 나섰던 베토벤.
루소와 에머슨, 키에르케고르, 홉스... 그들은 자연이 주는 마력의 힘을 더 많이 느낀 위인들이 아닌가 합니다.”
  
젊은 엄마는 말이 없다.
자기 아들에게 쏟는 애정과 정성의 진정성을 정리하려면 아마도 필요한 건 말이 아닐 것 이다.
빨리 집에 가서 창이 넓은 방으로 아들의 방을 옮겨 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다리 운동 하려고 집을 나섰는데, 간만에 입 운동만 열심히 해 버렸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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