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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다 카더라

  • 입력 2012.08.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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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있어 뭔가 자기를 위한 변명 내지는 이유를 설명하면 오해가 없을 것 같은 상황일지라도 그녀는 말이 없다.
자기식의 합리화를 떠벌이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만 돋보이고 자기만 살겠다고 주위를 살펴 배려하는 마음이 그리 많지 않을 때, 뜻 밖에도 그렇게 말없던 그 친구가 약자의 편에서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았다.
  
자기도 힘들면서 없는 걸 쪼개 더 없는 사람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았다.
흙 빵 먹는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 친구들의 괴롭힘에 죽음을 택한 아이들을 보며 눈물 흘리는 사람,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접혀진 허리로 하루 종일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를 위해 눈물 흘리는 사람, 돈이 없어 집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을 위해 눈물 흘리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사실은 같이 눈물 흘려주는 사람은 많다. 그것은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친구는 눈물 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자기 것을 나누어 주어 도움이 되게 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나에게 있어 그런 일은 골 천 번 마음먹어도 마음만 먹다가 말 일같이 어려운 일이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 그녀의 그런 모습이 나는 자랑스럽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세월이 쌓여도 변함없는 그녀를 보면서 요즘 자기 앞 막음도 급급한 시대에 딱 바보소리 듣기 쉽게 뒤처지는 사람이라는 둥, 어디가 좀 모자란 사람 취급을 하며 뒤에서 조잘조잘 흉을 보기도 한다.
  
교묘하게 남을 속이고 짓밟는 시대, 탐욕과 이기가 몸부림치는 시대, 강자와 약자의 논리가 춤을 추는 시대에 너 나 없이 좀 더 잘나 보이고 좀 더 잘살기 위해 발버둥 치기가 쉽지,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남을 위해 살기란 얼마나 힘든 일일까?
  
조금 손해를 본다는 기분만으로도 광분하고, 조금 피해를 입었다는 느낌만으로도 살의를 풍기는 세상에 내가 손해를 보고 말지, 좀 피해를 입으면 어때 하고 지나간다는 건 확실히 현실적이지 못한 면이 있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옆에 있다가는 좋은 일은 커녕 뭔가 손해를 왕창 보는 불똥이 튈 것 같은 걸 느꼈는지 하나 둘 씩 친구들도 떠나갔지만, 굳이 그녀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놓치지 않고 사는 사람, 윤기 없이 깡마르고 예쁘진 않아도 나는 진정 그처럼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이 세상의 약자들을 위해 소리 소문 없이 봉사하고 후원하는 그녀에게 삶의 모토가 무엇이냐고 마음먹고 물으니 마음먹고 대답하라고 했다.
  
커피 한 잔의 온기가 싸늘하게 식을 때까지 그녀의 눈을 바라보던 나에게 그냥 어떤 영화 하나 보고 줄거리 말하는 사람 취급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빨리 잊어도 좋다고 한다.
  
내 귀와 머리를 걸러 내 입으로 나올 시간도 길 만큼 잊는 건 내 전문이라고 했다.

부모 형제 없고 힘없고 힘든 삶들을 보면 그냥 딱 자기 자신을 보는 듯 느끼고, 불의와 불친절을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다 보니 정의와 친절과는 협상을 잘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들이 바로 자기의 힘이자 스승이자 재산이라고 했다.
  
걱정 근심 없이 잘 살 때가 잠시 있었는데, 그럴 땐 하나도 보이지 않던 세상이 막다른 골목같이 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참담함이 찾아왔을 때, 턱 밑 근처 사람들부터 멀어지기 시작하고 부모 형제조차 모르는 사람 취급함에 ‘그럼 고아라고 생각하고 인생을 새롭게 살자’ 결심했다 한다.
  
전혀 느끼지 못했던 세상을 많이 배웠고, 전혀 다른 세상을 배우면 배울수록 자식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주위를 두루 살피게 되었고, 살피다 보니 아픈 사람, 억울한 사람, 없는 사람이 참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처음엔 생각 없이 주위의 이기적이고 부당한 인간들이 어쩌고 어쨌다 카더라 하면서 침 튀기고 살았는데, 한 번 두 번 반복할수록 덧붙여지고 독해지고 있는 그 시간이 어느 순간 너무 한심하다는 깨달음과 반성이 머리를 쳤다 한다.
  
아무것도 변하는 것 없이 자기 말만 많아지는 순간, 자고로 말 많고 실천하는 자 적으니 자기는 말 줄이고 행동하자 결심 했단다.
욕심 없고 즐겁고 소신 있게 아픈 사람들을 위해 살다 죽자고...
  
지금도 어디선가 어떤 사람들은 ‘누가 어쨌다 카더라’ 하면서 뒷담화 하고, ‘어쨌다 카더라’ 하면서 뒷담화 당하는 세상일 것이다.

그녀처럼 좋은 일 하는 사람도 싸잡고, 심지어는 매일 얼굴 보면서 헤헤거리는 사이도 모자라 같이 눈인사 한번 한 적 없는 사람의 사돈의 팔촌까지 ‘어쨌다 카더라’ 하는 세상이다.

‘어쨌다 카더라’가 많아 시끄러운 세상일지라도, 정의와 친절함만 실천하면서 말없이 살고 싶다.
나도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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