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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불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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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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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좋은 것이어라.
오늘 같은 날 택시에서 내리니
춥지도 덥지도 않은 새벽에 달빛마저 포근하다.

불그스레한 반달이 일렁이고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바다는
그 끝자락을 하얗게 감았다 불가로 스러진다.
뭍을 만난 감격의 소리가 퍼지는데
달밤 불가에서는 소리마저 적막하다.

그날처럼 바닷가 동네 ‘오이’는 그 자리다.
아리랑 목재 옆 고새집에서 가져온 상여를 불가에서 왁자하게 꽃으로 치장하고는
바다로 난 골목길마다 절을 하며 떠났다.
그 때는 왜 그리 상여소리가 자주 들리었는지.

때론 술이란 놈이 없던 기억을 퍼 올린다.
고유명사처럼 내용도 모르고 불렀던 구구장네 집.
혼자 있던 노모마저 떠난 텅 빈 집을 지나는데
신명난 장단으로 밤새도록 장구를 치던 철똥이네 어른들은 왜 갑자기 떠오르는지.

구구장 뒷집은 마을 구판장이라 불렀는데 역시 빈집이다.
아지트 같은 이곳에서는 막강했던 구장과, 어촌계장, 개발위원장, 새마을지도자, 분초장, 초소장, 그리고 학교 소사아저씨의 모습이 잡힐 듯 한데 청년들은 없었다.
  
안방에서 술 마시며 동네 대소사를 주무르던 유지들과 대모의 걸걸한 목소리는 갯가 동네라 원래 크고, 칼빈총으로 빈 밭에 내린 꿩도 잡던 경찰아저씨는 이 집 셋방에 신혼집을 차렸다. 
  
동네서 보기 드문 하얀색 피부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키 크고 가늘었던 새댁이 아련하다. 
  
구판장을 주름잡아봤자 더 많은 먹물이 필요했던 읍치가 향음주례에는 출입도 어려운지라, 동네의 제도와 법도는 그들이 만든 섬에서 무슬림의 집보다 더한 대문을 잠그고 불소 가득한 우물물을 마셨다. 
  
가끔 고기떼가 불 가까이 들어오면 후리그물을 내리자고 외쳤는데, 준대로 어이쌰어이쌰 하며 배를 내리던 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걷다보니 어느새 웅굴 앞이다.
때론 술이 더 많은 기억을 이어간다.
이월 영등할매에게는 설날 제상보다 더 푸짐하게 떡과 어물을 바쳤고.

어디 그 뿐인가, 소 잡고 알록달록한 무리들이 소리와 춤으로 몇 날 밤을 이었다.
웅굴제를 지내던 금줄도 물을 먹지 않으니 없어진지 오래고, 웅굴은 아예 녹슨 뚜껑으로 덮어놨다가 농약 타는 물로 전락했다. 

깨끗한 몸으로 용알을 뜨고 그 물로 메를 지어 성황당에서 기원하던 사람들.
빙초산으로 붉게 비빈 회를 먹고 붉은 얼굴로 큰소리를 치던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나는 어이타가 여기 서있는가 하고 묻는데 집 앞이다.

*불가 : 백사장
*웅굴 : 우물
*용알 : 우물물 중에서 제일 먼저 뜬 물
*메 : 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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