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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일처럼 일할께요

  • 입력 2013.01.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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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북한강을 끼고 풍경화 같은 작은 마을들을 지났다.
산자락 사이로 사라지는 작은 길의 이정표에는 명달리, 정배리, 문호리... 그런 마을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11월 중순의 찬바람과 비까지 오는 날, 이사 짐 실은 차의 차창 밖으로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우리의 목적지인 수입리에 도착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우선은 맑은 공기, 한적한 사방의 풍경, 그것뿐이지만 회색 벽의 도시를 떠나 유배지 같은 골짝인 이곳에 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형편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편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사를 망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도시를 항상 떠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늘 눈앞에 소박한 자연이 있다는 건 나의 꿈이다.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가 아무리 생각해도 미리 짜인 각본 같다. 벼락치기 당일 대본인데 말이다.
  
나는 집의 계약 만료가 다가와서 이사할 곳을 알아보는 중이었고, 외사촌 오빠 네는 같이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사 와서 같이 일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서로에게 필요한 조건을 두 말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십년이 넘도록 얼굴 서너 번 본 게 전부인 외사촌 오빠 네의 권유가 있기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곳이지만, 이사를 결심하고서는 조건이 훨씬 좋은 곳에서 오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친척이라 해도 놀러간 것이 아닌 이상, 이제까지보다 고생이 더 될 거라는 것은 계산했다. 일단 일하는 곳의 규모가 컸으며, 안과 밖으로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곳이다.
  
안 해본 일을 새로 시작해야 하지만 일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하루하루 성실하고자 하면 다 넘길 수 있다.
나의 마음가짐은 준비 완료. 준비 완료의 초심이 방전되지 않게 마음을 또 다진다.
  
내 계산이 틀리거나, 미처 계산하지 못한 구석이 어딘가 숨어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파악되거나 맞춰지지 않는 사람의 성격일 수 있다.
  
유난히 내 성격은 이래저래 하면서 좋거나 싫은 게 분명한 올케에게서 나와의 다름이 상당히 예상되지만, 똑똑하고 강단 있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서 나에게 없거나 부족한 점은 배울 생각이다.
  
여기에서 일한지 며칠 있으면 한 달이 되는데, 어느 날 문득 뒤바뀐 생각이 하나 있다.
내일처럼 하겠다고 한 생각을 ‘남 일 하듯’으로 말이다.
힘들다고 쉬고, 피곤하다고 미루고, 하기 싫다고 게으름을 조금 피어도 되는 것은 내일을 할 때다. 적어도 남의 일은 일을 끝낼 때까지 맡은 바 성실해야할 책임이 크다.
  
일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하는 내 일 처럼이 아니라 직업인의 정신으로 내가 만족하는 남의 일, 그런 의미의 남 일. 남 일 하듯 시간을 보살피고 내 일 하듯 남을 이해하며 지내려 한다.
  
끝까지 자신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사 오길 잘했다.
북한강로 1300번지, 주소마저 멋있는 이곳으로 놀러오세요. 1박2일 정도는 제가 같이 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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