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구 울진문화원 사무국장
단발령과 을사늑약에 비분강개한 조선의 백성과 유림들의 우국심은 들불과 같이 전국 방방곡곡에 메아리 쳤다.
우리 지역에서도 전기(前期) 의병 시기인 1896년에 이미 울진과 평해에 유진소(留陣所)가 설치되어 독립운동에 가담하고 있었다.
『울진의 독립운동사』(2011)에 의하면, 울진 유진소는 1896년 3월 13일 장기현(長岐縣) 출신의 토교좌구마(士橋佐久馬) 등 23명이 탄 일본 어선이 죽변에 출현하자 총격을 가하여 15명의 일본인을 사살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일본 공사는 진상 규명과 가해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외무대신 앞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처럼 울진은 구한말부터 구국 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을사늑약 이후에 불영사를 근거지로 의병활동을 하다가 죽임을 당한 김현규(金顯奎. ?∼1906)란 인물이 있어 소개한다.
김현규의 본관은 김해이고, 김해에 거주하였다고 하나 알 길이 없다. 용맹함이 남보다 뛰어났으며, 일찍이 장수의 기개를 타고 났다.
그러나 김현규가 언제 어떻게 울진에 왔으며, 불영사에서 활동하던 때가 그의 나이 몇 살인지도 알 수 없다.
더구나 보훈처에서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될 당시에 후손이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가계가 누구인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다만 영주 출신의 독립운동가 기려자(騎驢子) 송상도(宋相燾, 1871~1946)가 지은『기려수필(騎驢隨筆)』에 그의 행적이 보이는 것이 유일하다.
『기려수필』은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한 이후에 송상도가 명나라가 망한 뒤 기려도사(騎驢道士)가 명말(明末) 충신의 사적을 수집하였던 것처럼 우리나라 애국지사의 사적 편찬을 결심한데서 만들어진 책이다.
송상도는 전국 방방곡곡을 수십 년간 돌아다니며 애국자의 유가족 또는 친지를 역방하면서 사적을 기록하거나, 사건 당시의 신문과 기타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렇듯 현지답사를 통하여 채록된 『기려수필』은 당시 항일 투쟁의 실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문헌이다.
『기려수필(騎驢隨筆)』의 저자인 송상도에게는 1986년 건국표창, 1990년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김현규와 지역의 독립 운동과 관련된 자료인 『울진의 독립운동사』(2011)에 의하면, 김현규는 1905년 11월 진보의 이현규(李鉉圭), 김대규(金大圭) 등과 의병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음해인 1906년에 충과 의로써 인사(人士)들을 감동시켜 의병을 일으켜 울진군 불영사에 들어갔다.
같은 해 2월 울진에서 활동하고 있던 김현규와 함께 불영사에서 창의하여 영해의 신돌석, 영천의 정용기 등과 제휴하였다.
불영사에서 의병의 진용(陣容)을 갖추고 군사 훈련과 게릴라 전법과 같은 활약을 하였는데, 군기와 법도가 엄정하여 군법을 범하면 조금도 용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1906년 그가 불영사에 유진(留陣)하고 있던 중, 의병 주낙조(朱洛朝)에 의해 살해당하였다.
살해의 동기는 불분명 하지만 내부 조직의 주도권 싸움이나 갈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죽음을 당하는 순간을 『기려수필(騎驢隨筆)』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5발의 총포를 연이어 맞고 일어나 “내가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토벌하려고 했으나 너희들이 나를 사살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것 또한 천명이다.”란 말을 마치고 순절하였는데, 이 때 하늘에서는 큰 별이 지붕 꼭대기에 떨어졌다.(時有朱姓人在陣中, 憚其威猛, 夜率暴兵, 直入幕中, 亂炮向射. 顯奎方臥, 連受五炮, 徐起號曰, 吾欲興兵討賊, 而爾輩殺我何故, 是亦天也. 言訖而絶, 是時大星隕屋角-全州柳寅植)」
김현규와 독립운동의 전개 과정을 『울진의 독립운동사』(2011)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906년 2월 19일 경북 영양에서 창의한 이현규(李鉉圭) 부대가 울진으로 들어와서 불영사에 주둔한다.
이때 이강년(李康秊) 휘하의 김현규가 강원도 남부의 각 군을 돌면서 독려하던 중, 1906년 2월 울진에 도착하여 100여 명의 의병을 모집하여 합세하였다.
그리고 삼척군에서 활동하던 김하규(金河奎)와 강릉에서 활동하던 황청일(黃淸一)도 20여명의 포군(砲軍)을 거느리고 합세하였다.
이현규는 이들과 함께 부대를 편성하고 불영사에 본부를 정하고 군대를 훈련하였는데 그 규모는 500여 명이었다.
이현규는 신돌석이 조직한 영릉의진(寧陵義陳)이라는 부대의 지휘부 기록인 창의장명록(倡義將名錄)이란 기록에 나오는 것을 보면 당연히 신돌석 장군과 영양, 봉화, 영덕, 삼척을 무대로 의병활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1906년 2월 이현규와 함께 울진 근북면에 거주하고 있던 일본인 고하(古賀)로부터 총 1자루와 한화 60량을 탈취하는 등 울진과 평해 등지에서 군사와 무기를 모집하였고, 1906년 3월 의병 50여 명을 거느리고 매화리를 출발하여 죽변에 있는 일본 해군 망루를 기습하여 격파하고 수비병 3명을 사살하였다.
4월 5일 의병 100여명을 모집하였고, 또 서면 삼근리 창고에 쌓여있던 봉화 토호 강재산(姜才山)의 소작미 100여 석을 희사 받아 군량을 확보하는 등 혁혁한 공적을 세웠다.
그러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기도 전에 비통에 가고 말았다. 그는 울진군 서면 하원리에 묻혔다.

그 후 무덤을 돌볼 후손도 없이 잡초 우거진 채 쓸쓸히 있었는데, 울진 정림의 유학자 무실재(務實齋) 남진영(南軫永)은 해방 전 후에 김현규의 묘를 지나다가 그의 애국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시 한 수를 읊었다.
「장군의 의기는 어지러운 세상을 다 털어낼 수가 있어서
눈물로 나라를 위해 의병을 모집했네.
장비가 비록 범강 장달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유비를 향한 붉은 마음은 조금도 닳지 않았네.
불영사 밖에 외로이 있는 무덤가엔
오랜 세월 잡초가 우거졌는데
주위 사람에게 물어 알아서
잡초를 제거하고 꽃다운 혼을 위로하네.
(將軍義氣拂層霞 泣募耘兵衛國家
翼德縱罹張范害 報劉丹臆不曾磨
竺山寺外寄孤墳 歲久將夷纍塚邊
欲問傍人能識別 剪除面草慰英魂)」
翼德縱罹張范害 報劉丹臆不曾磨
竺山寺外寄孤墳 歲久將夷纍塚邊
欲問傍人能識別 剪除面草慰英魂)」
그리고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던 무덤은 1977년에 당시 울진군 교육장 임두환(林斗煥)에 의해 비가 세워졌으며,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이어 2012년 울진군에서는 그의 애국 충절한 얼을 기리고 교육의 장으로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묘소를 정비했고, 2013년에 비를 세울 계획이다.
비통한 시절, 불영계곡에 어느 바람처럼 왔다간 이 있었다네.
올 봄에도 그 자락에선 다시 바람이 불고 꽃이 필 것이다.
※현재 비문
「乙巳保護條約(을사보호조약)에 憤起(분기)한 金大將(김대장)은 英陽奉化蔚珍等地(영양봉화울진등지)에서 義兵(의병)을 募集(모집) 佛影寺(불영사)에서 寧陵陳(영릉진)을 編成(편성) 訓練中(훈련중) 一九○六年(1906년) 二月(2월) 部下(부하)에게 暗殺(암살)되니 當時(당시) 儒林(유림)의 憤怒(분노)가 컸다.
祖上(조상)의 빛난 얼을 되살리고 그 爲國忠義(위국충의)를 높이 받들어 나라 빛내는 國民(국민)되기를 念願(염원)하는 뜻에서 이제 廢墟(폐허)된 이 무덤을 三斤敎育家族(삼근교육가족)의 손으로 盛土改修(성토개수)하니 내 이를 길이 保存(보존)코져 이 碑(비)를 세우다.
一九七七年(1977년) 七月(7월) 十日(10일) 蔚珍郡敎育長(울진군교육장) 林斗煥(임두환) 竪(수)
寧陵義兵大將(영릉의병대장) 金顯奎(김현규) 之墓(지묘)」
※『기려수필(騎驢隨筆)』의 번역은 김주부(성균관대 박사 졸업)선생이 바쁜 일정 중에 해주었다.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참고 문헌
『울진의 독립운동사』, 울진문화원,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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