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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효선의 울진문화 읽기 11 - 죽변항 초매식(初賣式)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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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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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발 고기 좀 많이 나고 잘살게 해주소”


초매식은 의미 그대로 ‘그 해 첫날에 잡은 고기를 처음 경매에 붙이는 의식’입니다. 동해 연안 죽변지방에는 풍어를 기원하는 의례가 다양하게 전승되어집니다. 동해안 별신굿과 영등제, 뱃고사, 초매식 등이 그것입니다. 이 중 별신굿과 영등은 죽변지방을 비롯한 동해연안의 대표적인 민속이자 해사(海事, 바다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풍어제의(豊漁祭儀)입니다. 또한 집단제의인 까닭에 이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계사년, 새해 첫해가 떠오르기 전 새벽 7시, 어둠에 휩싸인 경북 울진군 죽변항 위판장에 바다를 생명줄로 희망을 일궈 온 어민들의 발길이 분주합니다.  

계사년 한 해 풍어를 기원하고, 어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초매식(初賣式)’을 치루기 위해서입니다.
계사년 새해 첫날, 예년과는 달리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곳곳에는 눈이 내리고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매서운 칼바람과 함께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임진년 마지막 날, 기상대는 동해안을 제외하고 서울을 비롯 전국에 눈이 내려 계사년 새해 일출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보한 터라 죽변항을 비롯 동해 연안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해맞이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죽변항과 맞닿아 있는 죽변수협 위판장에는 임병옥 죽변수협장을 비롯 직원들과 중매인, 어민들이 초매식을 치르기 위해 고사 상을 앞에 두고 무리를 지어 빙 둘러 서 있습니다.
한 해의 풍어를 기원하는 첫 의례를 치르는 어민들의 얼굴에는 사뭇 긴장감마저 묻어있습니다.

고사 상에는 잘 생긴 문어와 울진대게, 대구, 방어, 가자미 등 죽변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고급 어종과 붉은 시루떡이 시루 채로 놓였습니다.

고사 상에 빼놓을 수 없는 잘생긴 돼지머리도 놓였습니다. 물론 과일과 술도 진설 됐지요.

새벽 7시경, 검푸른 바다가 희뿌옇게 열리자 어민들이 초매식에 참석하기 위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초매식장 앞으로 모여듭니다.
모두들 죽변항에서 푸른 바다를 생명줄로 평생을 보낸 어민들입니다.

초매식은 의미 그대로 ‘그 해 첫날에 잡은 고기를 처음 경매에 붙이는 의식’입니다.

죽변항을 관장하고 죽변항을 생명의 터전으로 삶을 일궈 온 어민들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해산물 유통의례’인 셈입니다.
동해 연안 죽변 지방에는 풍어를 기원하는 의례가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습니다.


동해안 별신굿과 영등제, 뱃고사, 초매식 등이 그것입니다.
이 중 별신굿과 영등은 죽변 지방을 비롯한 동해연안의 대표적인 민속이자 해사(海事, 바다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풍어제의(豊漁祭儀)입니다.

또한 집단제의인 까닭에 이는 축제 양식으로 펼쳐집니다.
이들 제의의 주체는 어민들입니다.
제의의 양상은 지역별로 조금씩 상이하나, 별신제의 경우, 무격(巫覡)에 의해 주도되는 오신(娛神) 굿의 형태를 띠고 전승되고 있습니다.

바다를 관장한다고 여기는 ‘바다의 신’인 용을 즐겁게 하여 풍어를 기원하는 어민들의 소망이 담긴 엄숙한 제의이자 축제인 셈입니다.


어민들 언 가슴 덮이는 화톳불 위로 첫해 “둥실”잘생긴 대게 뭍으로 풀어놓는 어부의 얼굴에 웃음 “가득”

별신과 영등, 뱃고사가 일차적 생산담당자인 어민들이 주도하는 것이라면 초매식은 ‘관 주도 의례’의 성격이 강합니다.
특히 초매식은 수산물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수협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매인’들이 주도적으로 치르는 ‘수산물 유통의례’입니다.

물론 한 해의 풍어와 안전조업을 기원한다는 점에서는 별신과 영등과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사년의 초매식은 죽변수협 조합장의 초헌(初獻)으로 시작됐습니다.

초매식의 절차는 유교제의와 민간제의가 섞여 있는 형태입니다.
초헌, 아헌, 종헌이 선정되고 상차림 또한 유교식 진설에 따른다는 점에서 다분히 유교제의에 가까우며, 상 위에 돼지머리가 오른다는 점에서는 다분히 무속적입니다.

수협 직원과 중매인들, 선주들, 어민들이 차례로 재배를 한 뒤, 마지막으로 임병옥 죽변수협장은 수협의 소지와 어민들의 소지를 올리며 풍어를 기원했습니다.

소지가 불꽃을 달고 연처럼 하늘로 오르자 어민들은 “소지 잘 오른다”며 박수를 치며 풍어를 기원했습니다.
수협 직원이 고사상에 오른 제물을 한 가지씩 떼 내어 참종이에 담아 바다에 던집니다.
바다를 관장하는 용신에게 바치는 ‘유식 의례’이지요.

최근 초매식이 '일제강점기에 관 주도로 처음 시행된 권위적 잔존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점차 쇠퇴하고 있지만, 매년 새해 첫날이면 어민들이 모여 풍어를 기원하고, 한 해의 경매를 처음 시작하는 의미를 가진 의식이라는 점에서 어민들은 여전히 매우 각별한 의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초매식 첫 경매가 순조로워야 풍어가 든다고 어부들은 믿고 있습니다.
이날 초매식 첫 경매에는 울진대게와 대구, 오징어가 올랐습니다.
모두 죽변항을 살찌우고 어부들의 생계를 꾸려주는 주요 어종들이자 울진지방의 수산 명산물입니다.

초매식 의례가 끝나자 임병옥 죽변수협장이 초매식의 하이라이트인 첫 경매를 알리는 종을 세 번 치며 중매인들을 부릅니다.
그러자 중매인들이 앞다투어 경매장 앞으로 달려옵니다.

초매식 첫 경매에서 대구는 30만원에, 울진대게는 20만원에, 오징어는 15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울진대게’ 다섯 마리가 20만원에 낙찰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첫날 초매식 경매에서 대구, 대게, 오징어가 고가로 낙찰되자 어부들은 올해도 대풍이 들 것이라는 기대로 한껏 기분이 고조되는 표정들입니다.

죽변수협의 해산물 위판 경매방식은 독특합니다.
죽변수협으로부터 허가를 얻은 중매인들이 ‘후다’라고 부르는, 손바닥 크기의 얇은 나무판에 백묵으로 단가를 써넣어 경매사만 볼 수 있도록 건네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경매사는 이 중 가장 높은 단가를 써넣은 중매인에게 낙찰하는 방식입니다.
최고가 입찰제인 셈이지요.


7시 40분, 초매식 의례가 ‘첫 경매’ 의식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자 풍어를 예고하듯 계사년 첫해가 죽변항을 박차고 ‘또아리 튼 구렁이’처럼 구름을 휘감고 떠올랐습니다.

죽변항을 지키는 어민들의 ‘후다’를 건네는 힘찬 손길 위로, 어민들의 가슴을 데우는 화톳불 위로 계사년 붉은 장엄이 만선의 꿈을 꾸며 출항을 서두르는 죽변항 대게 자망어선 위로 새벽을 밀며 둥실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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