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남효선의 울진문화 읽기 9 - “바닷물로 김장 담그네”

  • 입력 2013.03.14 17:57
  • 글자크기설정

  • 귀한 소금도 아끼고, 맛도 내고...

김장철이 돌아왔습니다. 서민가계에서 김장과 땔감을 마련하는 것은, 겨울을 나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살림살이입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긴 겨울을 날 김장과 땔감을 장만하는 일은 농어촌 살림살이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김장은 온 식구가 이듬해 봄까지 먹어야 할 소중한 먹을거리인 까닭에, 제 때에 맞춰 김장을 담그지 못하면, 식구들은 끼니때마다 맨 밥으로 겨울을 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촌의 아낙네들은 여름에 옮겨 심은 배추가 제대로 속이 들어찼는지, 벌레나 먹지 않았는지 살피며, 매일 같이 밭에 나가 일일이 배추벌레를 손으로 잡아냅니다. 요즘은 농약이 일상화되었지만 식구들의 소중한 밑반찬인 김장거리에는 농약을 가능한 치지 않는 것이 몸에 밴 농사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정네들은 한가한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겨우내 땔 장작을 장만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집에서 사용할 땔감은 물론이지만, 소득이 없는 겨우 내내 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일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보태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장작을 패서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음력으로 10월쯤이면 마을은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느라 부산해집니다. 김장은 대개 각 집마다 날을 잡아 돌아가면서 담갔습니다. 품앗이인 셈이지요. 어느 집에서 김장을 담그는 날이면 마을 아낙들이 아침부터 그 집으로 삼삼오오 모입니다. 최근에는 소금이 흔해지면서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지만,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해 연안의 농가에서는 거의 배추를 이고 바닷가로 나가서 바닷물에 배추를 절였습니다.

옛날에는 김장할 때, 바다에 가서 배추를 씻어 왔지. 그때는 소금이 귀해서 소금 아낄라고 그랬는 거도 있고, 또 바닷물에 배추를 절이면 맛이 있었거든. 울진에는 소금 만드는 염전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소금을 살래면 값이 비쌌지. 아침에 큰 다라이에 배추담아 이고 바닷가로 가서 배추를 씻어. 식구가 많은 집에서는 신랑이 배추를 지게에 짊어지고 가지. 그러면 여자들이 배추로 바닷물에 씻어, 대발에 척척 걸쳐서 물을 찌워. 그래 저녁쯤에 집에 이고 와서 김장을 담갔지”

올해로 일흔 세 살을 드신 김춘란 할머니의 얘기입니다.

배추를 바닷물에 절여 김장을 담그는 일이 요즘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30여 년 전 이 땅의 어머니들은 소금 한 줌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찬바람을 맞으며 바닷가로 나가 배추를 절였습니다. 배추를 바닷물에 절인 것은 소금이 귀하기도 했지만, “바닷물에 배추를 직접 절이면 배추 숨이 골고루 죽는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에 절인배추로 담근 김장 한 포기 한 포기 속에는, 이처럼 지독한 가난을 이겨 온 우리 어머니들의 지혜가 듬뿍 담겨 있는 셈이지요.

바닷물에 절인 배추를 집으로 가져와 하룻밤을 재우면 소금간이 맞춤하게 들었습니다. 바닷물에 씻은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아낙들은 김장에 들어갈 양념을 만듭니다. 양념을 만들 때는 먼저 찹쌀풀을 쑤고, 여기에 꽁치간수(젓국물)와 고춧가루,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고 후립니다. 이어 김장소를 만드는데, 울진지방에서는 김장소로 생선을 많이 넣었습니다. 바닷가 마을이어서 생선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장소로 쓰이는 생선은 주로 대구, 새치, 힛뜨기, 퉁수, 멸치 따위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대구는 시원한 맛을 내는데 일품이었으며, 새치는 김장 맛을 깊게 하는 데 일품이었습니다.

김장소는 미리 장만해 놓은 대구나 새치 등의 생선에 다진 마늘, 생강, 대파, 당근, 쪽파, 미나리, 청각, 쑥갓 따위를 넣어 버무립니다. 김장소에는 바다나물인 청각을 반드시 넣는데, 이는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서입니다. 양념과 김장소가 마련되면 비로소 김장담그기에 들어갑니다. 바닷물에 절인 배추를 큰 함지에 가득 담아 가운데 두고, 한 사람은 배추를 한 포기씩 꺼내 양념을 바르고, 또 한 사람은 양념을 바른 배추에 김장소를 골고루 넣어 잘 여며 놓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미리 잘 씻어 말려둔 커다란 단지에 먼저 양념한 무를 깔고 그 위에 양념과 소를 넣은 배추를 포개어 놓습니다. 또 그 위에 양념한 무를 한 줄 깔고, 소를 넣은 배추를 포개어 넣습니다. 이윽고 한 단지가 꽉 차면 맨 위에 양념과 소를 바르지 않은 절인 배추포기를 포개어 놓습니다. 이를 “우거지를 넣는다.”고 합니다.

김장 담그기가 끝나면 남정네는 미리 파 놓은 웅덩이에 김장독을 묻습니다. 비로소 이듬해 봄철까지 먹을 소중한 김장담그기가 끝이 납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많은 식구가 비비적거리며 살던 70년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김장독을 보통 3~4개씩은 묻었습니다. 김장을 담그는 날이면 양념과 김장소를 듬뿍 넣은 겉절이를 안주삼아 아낙들은 막걸리를 한잔씩 돌리곤 했지요. 김장을 담그는 집에서는 으레 밥은 물론이고, 살림살이가 넉넉한 집에서는 돼지고기를 삶아 겉절이와 곁들어서 한바탕 동네잔치를 벌였습니다.

바닷가 골장마을에 사는 할미가 마침 손녀딸을 데불고 며느리와 함께 바닷물에 무를 절이고 계셨습니다. 사진은 죽변 골장마을 앞 바닷가에서 찍었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 울진뉴스 & ulji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추천뉴스

  •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덫
  • 금강송배 전국 유소년클럽 축구대회, 울진서 열전 돌입
  • 국립울진해양과학관, 내부 청렴도 향상을 위한 정책발굴 간담회 개최
  • 울진 기성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성황리 개최
  • 온정중학교, 두들아트로 자기이해와 관계의 힘을 키우는 사회정서프로그램 운영
  • 울진교육지원청, 2026년 하반기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정기회 개최
  •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문화힐링데이 개최!
  • 2026년 울진군 3분기 통합방위협의회 개최
  • 2026년 울진군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성황리 개최
  • ‘에너지 산업수도 울진, 2026 미래에너지포럼’ 개최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남효선의 울진문화 읽기 9 - “바닷물로 김장 담그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