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준씨 ‘행복전도사’되고 싶다

음료수 하나 주세요! 라는 말에 약간은 불편한 몸이지만 환한 미소를 띠며 주문한 물건을 손님에게 건네주고 있다.
울진의료원 매점에서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는 김갑준(55세. 울진읍 읍내리)씨는 울진군에서 장애인 고용 창출의 일환으로 만든 희망카페 1호점에 근무하며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그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울진 시내를 운동복 차림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재활 훈련에 매진했었다.

김씨는 10년 전 혼자 집에서 TV를 시청하던 중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딸이 발견해 119구급차에 실려 울진의료원을 찾았지만, 치료가 어렵다 하여 대구 경북대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마저 당시 휴일인 경대병원은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어 다시 대구문성병원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었다.
뇌졸중은 발병 시 시간과의 싸움인데, 김씨는 울진에서 대구까지 또 그곳에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 다니며 지체한 시간이 5~6시간으로 조기 수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8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지만 왼쪽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도우미가 없이는 대소변조차 가릴 수 없었다. 당시 김갑준씨는 몸만 망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던 금은방도 닫을 수밖에 없어 당장 생계에도 크게 타격받게 돼 암울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사회단체 활동과 경제적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던 가정에 갑자기 찾아온 불행에 제일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부인 김경자(54세)씨였지만, 마냥 고민하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당장 수입원이 없어서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찾아 나서 겨우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 생계를 꾸리며 남편 병간호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큰딸은 수험생으로 포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둘째는 사내아이로 중3이었다. 두 아이 모두 한참 뒷바라지를 해주어야 할 시기였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다. 공부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시간에 밥과 집안 살림을 혼자 해결하며 고생한 딸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런 딸이 힘든 내색하지 않고 빠짐없이 토요일마다 면회 오면 가족들은 어느새 서로 안고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김씨는 투철한 신앙심과 집사람의 희생, 자녀의 사랑이 없었으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지금도 매 주일 빠지지 않고 교회를 찾아 예배와 봉사, 그리고 재활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가 입원했다가 퇴원해서 처음 한 것이 걷는 운동이었다. 재활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집에서 출발해 엑스포공원을 일주해 돌아오는 코스를 정해놓고 시작 첫날은 몇 번이고 119를 부르고 싶었다고 한다. 몇 번 중도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여기서 무너지면 자신의 미래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해가며 쉬엄쉬엄 4~5시간 걸려 완주했었다고 한다.
처음은 힘들었지만 조금씩 자신감도 생겼으며 작은 목표도 생기기 시작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돌아오기, 시간과 운동량을 조금 늘리기 등 목표는 작았지만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목표점을 상향 조정했다. 그는 운동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한전 뒷산(현 삼봉산) 등반과 경주 남산 등반에 성공했다. 그날 느낀 성취감은 잊을 수가 없으며, 이 모두 가족의 응원과 운동 중에 만나는 주변 분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재활 훈련에 매진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준 부인 경자씨와 청주에 살고 있는 처삼촌의 격려와 물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처가 식구들의 작은 도움 하나하나도 가족들에게는 큰 보탬이 되었다고 했다. 그 덕에 아이들도 잘 커 딸은 대전성모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아들은 한수원에서 3년 차 직장인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들 녀석이 작년에 중형차 한 대를 선물해주는 등 효심이 지극하다며 자식 자랑이다.
병상에서 일어나 이젠 어엿한 월급쟁이가 된 김 씨의 일과는 바쁘기만 하다. 의료원 현관 입구에 있는 희망카페 1호점에는 8시 30분 출근해 매점 안 청소와 물건을 정리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하루를 열어간다. 손님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물건을 팔다가 가끔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은 환자가 찾아오면 자신이 병마와 싸워 이겨낸 경위와 재활 훈련 방법을 알려주며 이야기를 교환하다 보면 언제 시간이 후딱 지나갔는지 모른다고 한다. 특히 그들에게 자신이 겪은 역경을 설명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목에 힘이 들어간다고 한다.
오후 3시 30분 퇴근해서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근남농협 앞을 출발해 망양정을 돌아오는 코스를 약 1시간 정도 걷는데 날씨와 상관없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하고 있다.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 먹은 후에 성경을 필독한다. 밤 10시를 전후해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서는 새벽기도를 다녀오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몸이 망가지기 전에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해 술친구들이 많아서 매일 밤늦게 귀가했었지만, 규칙적인 생활과 절제된 행동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원동력이라 믿고 믿음 생활과 운동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거듭난 인생을 살아간다며 생각하고 예전에 타락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새롭게 시작된 삶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 끝에 시작했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 집에 가전제품들이 고장이 나서 방치하고 있다 하면 찾아가서 가전제품과 전기 등을 수리해주고 있다. 변변치 못한 기술이지만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 나를 위해 수고한 모든 분에 대한 작은 보답인 것 같아 너무 좋다며, 그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전도사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갑준씨는 오늘도 밝은 미소를 잊지 않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성경책과 운동복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힘차게 걷고 또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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