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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대, 축구는 내 삶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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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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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학으로 시작한 지도자·심판의 길


“방과후 수업에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뛰면 옷이 구슬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그런데 기분은 상쾌해지고 몸이 가벼워진다는 박성대(54세, 울진읍 읍내리)씨는 축구, 배구, 배드민턴, 육상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학교 방과후 강사이다.

새벽 기도를 갔다가 아침 운동까지 끝내면 뒷산을 찾아 나물이며, 약초를 캐러 다니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효소 만들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의 박 씨지만, 지난 시절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다.

박 씨는 기성면 척산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울진읍 월변(읍내 3리)으로 이사 왔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때문에 밥 한번 배불리 먹지 못하고 자랐다. 공 차는 것을 좋아해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한 그에게는 사치에 불과했다.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축구부에 들어가면 등록금이 면제되는 줄 알고, 당시 축구 감독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러나 등록금은 내야 한다는 말에 내심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었던 축구 선수의 꿈도 사정없이 무너져 버렸다.


1994년 울진초등학교 감독시절

지도자의 길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들은 대학이니 취업이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을 때 그는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있었다. 
  
박씨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축구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저에게 그쪽 길은 가당치도 않았다.”며,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는 그저 자신을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울진남부초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축구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당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던 남만희 선생님께 “제가 부족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며, “보수 같은 건 필요 없고 학생들과 같이 공을 찬다는 마음으로 지도하겠다.”고, 무작정 억지를 쓰다시피 부탁해서 겨우 시작하게 된 것이 축구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축구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 박 씨에게 학생들 지도는 무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낮에는 축구공과 씨름하고 밤에는 축구 관련 서적을 보며 독학으로 공부했다. 학창시절 공부에 별 흥미가 없던 그에게 축구에 관한 공부는 밤을 새워도 피곤한 줄 모르고 재미가 있었다.

1981년에 울진중학교로부터 축구 코치 의뢰가 들어왔다. 처음으로 그를 인정해주고 불러준 것이다. 1년 정도 중학생들을 지도하다가 영장이 나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군에 입대를 했다. 제대 후 울진남부초, 87년도 울진중, 89년도 죽변초를 옮겨 다니며 감독직을 맡았다. 


1993년 제12회 서울시협회장배 국·중·고축구대회 사진

1급 축구심판 되다
어느 날 시합에 출전해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경기 중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경기를 망치는 일이 생겼다. 흐름을 빼앗겨 팀이 경기에서 졌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어 심판 공부를 시작한 동기가 됐다. 88년도 2급 심판자격증을 따고 그만해야지 했는데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왕 시작한 공부의 끝을 보고 싶어 마침내 91년도 1급 축구심판 자격증을 따냈다. 박 씨는 세상을 다 획득한 기분이었다. 또한 울진을 떠나 큰물에 나가 활동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울진이 아닌 서울에서 좀 더 축구에 대한 견문을 넓혀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사실 부모님께 제일 죄송했다. 장남으로 가족들을 위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였지만, 자기 자신 하나도 건사 못했던 박 씨를 부모님은 “진심으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후회 없이 해봐라.”고 밀어주었다.

서울생활… 눈물의 순댓국밥
91년도 봄, 심판 자격증 하나 들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그에게 곁을 내줄 자리는 그리 쉽지 않았다. “시골에서 올라온 아무런 빽도 없는 촌놈이 무작정 축구협회를 찾아갔지만, 문전 박대를 당했다.”며, 그렇지만 경기장을 찾아가 “경기장 뒷정리, 선배들 심부름 등 궂은 일을 마다치 않는 성실한 모습에 조금씩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한 달 내내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당도 넉넉하지 않아 배는 늘 고팠다. 친구네 집, 선배네 집, 지인들의 집 등 잠자리도 일정치 못했다.

가끔 울진 친구들이 찾아와 도움을 주고 격려도 해 주었지만, 서울생활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며칠을 굶어 힘도 기운도 없던 어느 날, 마침 지인이 찾아와 겨우 순댓국밥 한 그릇을 먹는데 이틀 만에 밥을 먹는다고 자존심이 상해 말할 수도 없었다. 순대 내장을 영양 보충이라 생각하며 먹는 자신이 너무 서럽고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돌아가는 지인의 뒷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다.

박 씨는 “이런 모습으로 고향에 내려가고 싶지 않았어요, 이래 살다 죽더라도 성공해서 가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는 실패하지 않는다. 어떤 좌절에서도 반드시 일어설 용기와 힘을 얻는다는 하나님 말씀을 늘 묵상하며 서울 생활을 견디어 냈다. 그러면서 축구 심판으로 조금씩 인정받고 출전 기회도 늘어났다. 


2005년 10월 은퇴 경기를 마치며

두 마리 토끼는?
92년 초봄, 박 씨의 성실함을 묵묵히 지켜보던 심판 선배가 본인이 맡고 있던 남대문중학교 축구 감독직을 물려줬다. 축구부원들과 동고동락을 같이하며 열심히 지도했다. 팀을 맡은 지 1년 만에 서울축구협회장기대회 4강에 들어가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고지가 바로 눈앞에 온 것처럼 조금만 달려가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이었다. 축구 지도자가 심판을 맡을 수 없다는 축구연맹의 규정에 따라 감독이나 심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빠졌다. 울진에서 축구 심판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쓰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감독직을 포기하고 4년 만에 축구 심판으로 돌아왔다.

박씨는 프로축구 2부 리그 결승전, 대학연맹 결승전 등 국내 굵직한 대회에서 주심으로 활약했으며, 2005년 10월 5일 은퇴식 경기를 갖고 ‘축구 심판 24년’을 마감했다. “검정고시로 축구계에 입문했다.”며, 농담을 던질 정도로 축구가 그의 인생 전부였다.


부자도 나누지 않으면 거지, 가난한 자도 나누면 부자
박 씨는 울진에 내려와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강사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지역을 위해 작은 봉사를 했다.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달걀 한판이라도 갖다 드려야 한다는 마음에 무작정 시작했다.”고 말했다.

“울진읍사무소, 울진보건소, 중증장애인센터 등 달걀 50판을 매달 갖다 준다.”는 박 씨는 수년째 이 일을 계속하면서 그와 뜻을 같이하는 후원자도 생겼다. “노호선(형제건어물 대표)씨, 임찬욱(현대자동차 차장)씨, 이원빈(삼보컴퓨터 울진점대표)씨, 류진훈(베지밀 울진점대표)씨, 전명경(만나삼계탕 대표)씨, 배성진(명진수산 대표)씨 등 이분들이 매달 도움을 줘 그저 심부름만 한다.”며 겸손해한다.

박 씨는 스포츠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무료로 레슨을 해준다. 지난 2010년에는 전교생이라야 10명이 전부인 서면 삼근초는 박 씨가 지도한 선수들이 출전한 경북도 ‘스포츠클럽 배드민턴 대회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2011년 유소년 생활체육 풋살 전국대회에 출전한 울진초 학생들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울 생활에서 쌓인 인맥으로 그는 울진군이 유치한 춘계전국고등부대회, 여자축구전국대회 등 각종 전국대회를 유치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지역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야 한다.”며, “후배들에게는 추억을 심어주는 선배로, 학생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스승으로 남고 싶다”는 박 씨는 오늘도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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