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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진주 ‘블라디보스토크’ 함께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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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9.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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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가까운 유럽 이야기
  / 조수명(61세, 죽변면 죽변리)

‘동방의 진주’라 일컬어지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어로 블라디는 점령하다, 보스토크는 동방을 뜻한다. 동방을 점령하라는 의미를 가진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인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을 지인으로부터 제의받고 설레임에 잠을 설쳤다.

멀게만 느껴지던 러시아를 속초에서 배를 이용해 다녀올 만큼 가까운 거리라는 생각은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동행을 약속했다.

8월 9일 울진에서 동해안 국도 7호선과 동해-양양간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정도를 달려 속초에 도착했다. 속초의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서 막국수와 수육으로 점심을 먹은 후 아바이마을과 동명항까지 둘러봤다. 처음 발을 들인 속초국제여객선터미널은 깨끗하고 깔끔했다. 승선권을 받고 간단한 입국 절차를 거쳐 ‘스테나 뉴블루오션호’에 승선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배 안에서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삶이 바쁘다며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모두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배에서 본 블라디보스톡 항구

해상에서 바라본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한국에서 20여 시간 달려온 배는 현지시각 오후 4시경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유럽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상당한 경비가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일본, 중국처럼 가까운 거리에 인접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옛 러시아의 과거 역사부터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작년에 APEC 행사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국제적인 관광도시이자 크루즈 정박항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유럽의 등대로 불리는 이곳에서 제일 먼저 갈매기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생각보다 제법 큰 항구였으며, 항구 주변에 특색 있는 빌딩 숲을 구경하느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루스키섬과 대륙을 연결하는 사장교는 배에서 바라본 풍경이 장관이라 잊을 수가 없다.


블라디보스토크 역

블라디보스토크 역
출입국 수속 절차를 받는데 2시간 넘게 걸렸다. 한국처럼 빠르고 신속한 나라는 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숙소에서도 느림보 수속은 이어져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첫날은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여행이 됐다. 방을 배정받고 간단한 복장으로 시내 구경에 나섰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TSR)의 출발역이며, 종착역이기도 한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처음 찾았다.

역은 유럽풍의 건물로 아름답고 깨끗했다. 입구에는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보안은 허술한 편이란 느낌을 받았다. 대합실 안은 한산했으며, 천장에 그려진 벽화 한쪽은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 역의 모습이며, 반대편은 종착역인 모스크바 역을 그려 넣었는데 굉장히 유명한 그림이라 했다. 


잠수함 박물관 앞에서(좌), 해군 함대(우)

혁명광장, 영원의 불꽃, 개선문, 잠수함 박물관
역에서 인접한 혁명광장으로 이동했다. 광장 주변은 블라디보스토크 최고의 번화가로서 100년 전통의 궁 백화점, 쇼핑센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광장의 깃발과 나팔을 든 거대한 동상은 러시아 수립을 위해 싸웠던 군사들의 모습이다. 광장에서 10분 거리에는 영원의 불꽃, 개선문, 잠수함 박물관이 있다.

비가 와도 꺼지지 않는 영혼의 불꽃은 전쟁에 참여한 20만명의 군인들 중에 돌아오지 않는 5만명을 위한 불꽃으로 러시아 정교회 앞에 놓여있다. 남녀가 손을 잡고 문을 통과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사연에 개선문,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출전해 승리를 거둔 실전 잠수함을 그대로 보전한 잠수함박물관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개선문(좌), 러시아 정교회 분회(우)

아르바트 거리, 해변공원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아르바트’ 거리는 아무르만 해변이 인접해 있다. 야외 카페와 상점들이 즐비해 젊은이와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석양이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또한 유럽풍의 건축물이 다양하게 건축되어 유럽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든다.

땅거미가 드리워진 해변공원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우리나라 포장마차처럼 맥주, 말고기와 새우요리 등 다양한 먹거리로 관광객의 주머니를 유혹했다.


혁명광장(좌), 아르바트 거리(우)

독수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블라디보스토크 전경
다음날 택시를 타고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고도 214m)에 자리한 독수리 둥지라는 의미를 가진 오클리노예 그네즈도산 요새에 올랐다. 군사 도시답게 곳곳이 요새화되어 있는 이곳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전망이 좋아 현재는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다.

정상에 있는 두 남자의 동상은 키릴로스와 메소리오스라는 형제로, 지금 러시아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자를 고안해 낸 사람으로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라고 한다.


정교회 앞에서

신한촌 기념탑, 러시아정교회
기념탑 주위를 다소 흉물스럽게 둘러싸고 있는 철제 테두리 위에는 작은 태극기가 나부꼈다. 3개의 비가 세워져 있는데 가운데는 고려인,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대한민국을 의미하며 과거 한인촌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됐다.

신한촌은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연해주 일대의 재정적 후원자였던 최재형, 단재 신채호, 안중근 의사 등 항일 민족 지사들의 집결지였고 국외 독립운동의 중추 기지였다. 기념비에서 연해주 한인들의 독립운동을 기리고 재러 고려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헌화와 묵념을 하고 일행과 함께 러시아정교회로 이동했다.   

정교회 중 최대의 교세를 가졌으며 동구 러시아 국민들과 떨어질 수 없는 생활문화가 된 러시아정교회 블라디보스토크 분교를 방문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남자는 모자를 벗어야 하고 여자는 미사포를 써야 된다. 내부는 꽃처럼 화사하면서 우아하게 꾸며져 있었다.


사장교(좌), 영혼의 불꽃(우)

블라디보스토크를 뒤로하며...
조용하지만 빠르게 변화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4박5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러시아의 의식 수준은 분명 한 발 앞서가는 느낌이었다. 잘 정비된 도시, 정결한 도로 등 자유분방하면서 절제된 모습의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의 해맑은 미소에서 무겁고 힘든 러시아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배낭여행의 즐거움인 자유여행의 묘미를 마음껏 느끼고 왔다. 정해진 코스대로 시간 맞춰 움직이지 않고 발품을 팔아 여행지를 찾아 다니다보니 힘은 조금 더 들었지만 그 나라의 풍습과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들을 만나면 ‘이즈 까레이(한국에서 왔어요)’, ‘쓰빠시바(고맙습니다)’로 화답하면서 즐거운 여행이 됐다.

긴 이동시간에 비해 짧은 관광 일정이 다소 아쉬웠지만 얼지 않는 바다를 찾아 극동 정책을 펼친 야욕의 현장에서 승리와 비극, 과거와 현재, 자유와 속박의 역사가 숨 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또 다른 추억을 간직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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