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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막

  • 입력 2013.11.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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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인 ‘페인트 최’는 고향이 서울로 울진에서 15년간 생활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lomo / 이명동기자]




  
회사 휴무 날, 채 날이 밝기도 전에 배낭을 찾아 메고 집을 나선다.
제법 파고드는 찬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서서히 드러나는 산과 바다, 들길을 따라 폐부 깊이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 발걸음이 가볍다.
  
잘 떠나왔다.
잘 떠나왔다. 집으로부터 이 길을, 도시로부터 여기로.
  
수 없이 모르는 사람들의 어깨를 스치며 서울거리의 물결에 구불거리다 보면, 아주 한적한 어딘가로 나를 떠밀 이유를 찾곤 했다.
  
사람들과 마음이 부딪혀도 힘들고, 부딪는 이유를 따지기는 더 싫고, 그저 말을 잃을 즈음. 언제부터인가 전통 음식과 산야초 효소, 약초에 호기심이 생겼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책을 뒤적이고 컴퓨터를 헤집어도 잘 얻어지지 않는 것이 많았다.
제대로 체득을 하고 연구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어쩌면 나를 울진으로 이끈 가장 큰 이유일지 모른다.
  
머물고 떠남에 대해 나는 자유롭다. 이유가 분명하면 미련을 금방 버린다.
세월 속에 감춰진 험난한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가시에 찔리고 상처받으며, 눈물을 흘리다 보니 어느 새 나의 길은 명료해졌다.
아니 그것은 나의 착각이다.
사막이 남아 있었고 지금 나는 사막에 도착했다.
  
회사의 윗분으로부터 좀 손해를 보면서 살아도 된다, 배려를 가지라는 충고를 거푸 들었다. 그 분의 성품이나 말씀에 머리가 숙여진다.
  
누군가 나에게 손해를 입히고 배려를 안 하면, 내가 손해보고 내가 배려하리라 마음먹어도 그렇게 안보이면 그런 거다.
  
한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이해와 소통의 부족이 문제인 것은 혼자 해결하기가 힘들다. 
  
서로 열려야 하고 서로 귀 기울여야 한다. 다른 사람을 찢어발기는 맛 보다는 서로 상생하고 서로 이기는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막은 메말라 있고 불편불만과 냉소, 방관과 탄식으로 얼룩져 있다.
그 곳에서 매일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한고비 한 고비를 넘기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환경에 익숙해 질 것이다.
  
전진하라. 두려움 없이 망설임 없이 눈앞에 다가선 일상을 향해, 언제나 그랬듯이 삶은 투쟁의 연속이다.
우리가 서있는 이 길은 또한 투쟁의 영역이다. 누군가의 사막을 건너는 법이다. 
  
어딘가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서기 전에 머물면서 부딪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모든 것은 삶의 일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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