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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입술을 움직일 때

  • 입력 2014.01.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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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집에 오면서 김장 김치 겉절이와 2014 갑오년 달력을 챙겨왔다.
싱싱한 굴을 잔뜩 넣은 배추 겉절이는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나를 기다리는 내년의 시간들은 과연 나를 어디로 어떻게 데려갈까 기대하며 새로운 달력도 넘겨본다.  
지금은 올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시기이며 한 겨울의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먼 산의 성긴 나무 사이로 바람이 울고, 수돗가에 받아놓은 물이 얼고, 뛰어가며 내뿜는 나의 입김이 하얗게 날리는 겨울이다.
쨍하고 깨진 유리 끝 같이 날카롭게 감기는 차가움에 몸서리를 치지만 참지 못할 겨울은 없는 법이다.

반면에 만나면 겨울이 싫다고 심하게 불평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
거의 매일 보는 사이라 ‘너무 추워서 겨울 싫어’ 소리는 매일 듣는 인사가 되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여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추위가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그럴까 싶어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그 사람이 안타까운 건 죽도록 싫어해도 겨울은 한 해도 빠짐없이 어김없이 우리에게 온다는 사실이다.
분명하게 맞닥뜨려야 되는 현실이다.
  
나는 겨울이 그리 싫지 않다.
춥다는 게 겨울의 본격적인 맛이라면, 뭔가 보조적인 맛의 매력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계절이 겨울이다.
  
한 잠 자다 깨어도 아직 긴 긴 밤이 그렇고, 따뜻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있다 시원한 동치미 국수 말아먹을 생각만으로도 그렇고, 햇살 가득한 창가를 찾아 앉아 마시는 커피 맛이 제일 좋은 것도 겨울이다.
  
밤하늘 별들은 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무엇보다 가장 최고인 것은 생명을 틔우는 봄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 차가운 대지가 말이다.
겨울이 겨울로 끝난 적이 있던가?
모든 게 꽁꽁 얼어붙어 있어도 피어날 봄을 생각하면 춥다는 푸념은 잠시 접을 일이다.
  
푸념은 가까운데 먹이가 있다는 걸 사나운 짐승에게 알려주는 꼴이다.
겨울에게 춥다, 추워서 싫다고 하면 더 사납게 덤벼들지 모른다.
제대로 추우면 제대로 견디겠다고 순응의 입술을 움직여 주자.
누군가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응원하면 서로 힘이 되듯 내 인생에 새겨지는 또 하나의 겨울이 등을 토닥인다.
나는 겨울이 그리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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