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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목련(木蓮)꽃 피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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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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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당(月堂) 장형팔(張炯八)  


흰 목련꽃을 처음 보고 가슴이 뭉클하게 느낀 것은 내 나이 열아홉 살 때이다. 그때 나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으로 부모 곁을 떠나 수원 농촌진흥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도회지 생활이 처음이어서 모든 것이 생소하고 외로워하던 때이다.
  
그러던 3월 어느 날 농촌진흥원 뜰 안에 너무도 화사하게 피어있는 흰 목련을 보고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때 처음 보는 흰 목련꽃은 봄날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앳된 소녀처럼 순결을 잉태하고 수줍어하면서도, 꽃잎의 속살마저 드러내어 화사하게 뽐내면서 너무도 눈부시게 활짝 피어 있는 것이었다.
  
한참 감수성이 강한 시절이어서인지, 그때의 흰 목련꽃은 너무도 청순하고 아름답게 마음에 와 닿아 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의 추억을 그 후에도 오래 못 잊어 집 뜰 안에 흰 목련 나무 한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리고 매년 3월이 되어 우리 집 뜰 안에도 봄이 와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가 피면, 이제나 저제나 하고 흰 목련꽃이 활짝 피기를 기다려진다.
  
이렇게 기다리던 어느 날 흰 목련이 꽃 망우리가 터져 꽃잎을 활짝 피우면, 기다리던 님이 찾아온 듯 나는 너무 반가워 하루에도 몇 번을 내다보며 반긴다.
  
더욱이 보름달이 훤하게 비치는 밤에 흰 목련의 현란한 꽃잎을 바라보면 은은한 달빛을 머금고 피어있는 흰 목련 꽃송이의 우아하고 고운 자태는 너무 청초하고 순결하여, 나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게 하여 잠 못 이루게 하기도 하였다.
  
흰 목련꽃은 언제부터인가 새봄과 함께 나의 젊은 시절의 그리움과 목련꽃이 지닌 순결함과 애절함을 일깨워주는 님이 되었다.
  
그러나 때로는 그토록 순결한 꽃을 피워 나의 온 마음을 사로잡았던 꽃잎이, 실낱같은 꽃 새움의 비바람에도 견디지 못하고 하루 밤 사이에 그렇게도 맥없이 떨어져버린 모습을 보면, 나는 너무 마음이 허전하고 속상하여 며칠을 두고 괴로워하였다.
  
그 화사하던 몰골이 너무도 안쓰럽고, 저렇게 자연으로 되돌아가려고 그토록 순결하고 눈부신 꽃을 피웠던가 싶은 애절한 마음이 들어, 지난해에도 그 지난해에도 다시는 흰 목련꽃이 피기를 기다리지 않으리라고 그렇게 매년 다짐을 하였다.
  
그러나 목련꽃은 나에게 인생(人生)의 더없는 무상(無常)함을 새삼 일러주는 것이기도 하여 때로는 나의 삶의 가르침이 되기도 하였다.
  
‘나도 저 목련꽃처럼 자연의 이치에 따라 태어(生)났다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다가 언젠가는 자연으로 되돌아(死)가리라.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도 불법(佛法)의 만법(萬法)이 스미어 있듯이, 목련의 그 연약한 꽃잎 하나에도 만법(萬法)의 진리의 가르침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또 한해 겨울이 지나고 2월이 되어 입춘이 지나면서 봄이 찾아와 나무 가지에도 긴 겨울 내내 움츠렸던 꽃 망우리의 새움이 하루하루 불쑥 불쑥 돋아 나오면, 나는 대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에 감동되어 어느 사이 마음 한구석에 또 다시 기다림과 애틋함으로 가득하여 진다.
  
그러면 지난해의 그토록 기다리지 않으리라고 다짐하였던 마음은 어느 사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또 다시 기다려진다.
  
이런 기다림 속에 새봄이 되어 목련이 그 두텁든 꽃 망우리의 껍질이 한잎 두잎 벗겨지고, 하나둘 숨겨진 흰 속살의 꽃잎이 살포시 뾰족하게 세상 밖으로 솟아 나오면, 이때부터 나의 마음은 한없이 설레기 시작한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기다림으로 설레게 한 목련이 어느 날 따스한 아침 햇볕을 받으며 꽃 망우리가 터져 내가 바라던 모습으로 화사한 꽃을 피우면, 나는 기다리던 님을 다시 만나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 반가움이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얼마나 마음 애태우며 기다리던 바램이던가? 한없는 반가움에 가슴이 뭉클 거린다.
  
그러나 이런 반가움도 잠시, 행여 꽃샘의 비바람이 잠시라도 일찍 불어 못다 피운 그 순결한 꽃잎들이 피다 말고 떨어지면, 나는 그 아픔으로 또 다시 기다리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것만 같아 마음이 더욱 애절하여 진다.
  
이렇듯 흰 목련꽃은 너무 순결하게 피어나, 티 없이 눈부시게 피었다가 약한 비바람에도 하염없이 떨어지는 그 연약한 꽃잎이 너무 애처로워 나는 해마다 이렇게 못 잊어 하는가 보다.  
  
노년에 나의 삶을 보듬어 주는 사랑하는 관악 드림타운 경로당의 정문 옆에 우뚝 서있는 목련 나무 꽃 망우리의 새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매일 아침마다 바라보며 한없는 사랑으로 축복하면서.

*월당(月堂) 장형팔(張炯八) : 76세, 북면 신화리 출신으로 현재 서울시 관악구 거주, 동국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 졸업, (주)한국후지필름 상무 역임, (주)청음미디어 회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 강의, 서울예술전문대학 사진학 강의 / 저서-『카메라 교실(1983년)』, 『위기는 역전의 기회(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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