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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들에 꽃이 피네

  • 입력 2014.05.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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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인 ‘페인트 최’는 고향이 서울로 울진에서 15년간 생활했다.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Lomo / 이명동기자]



산모퉁이를 돌때마다 꽃들은 참 뜬금없이도 허공에서 화사하고 산야초는 향긋하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생명의 향연은 색을 더해가고, 동네 앞 작은 산길 하나 걸어 넘어가면서 나는 봄을 만끽한다.
  
캐온 달래 한 소쿠리 들고 양지골 할머니 댁에 다녀와야겠다.
부지런한 양지골 할머니가 허리 수술 때문에 올 봄에는 머위 잎 따러 산에도 못가고 누워계신다.
  
이사 온 후 처음 사귄 동네 할머니는 작년 늦은 봄 화분 만들 흙을 담은 양동이 하나 들고 걸어갈 때 ‘흙은 모할라고?’ 라며 말을 붙여 오신 분이다.
  
화분 만들 흙이라 하니 ‘꽃을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따라 오라신다.
‘물에서도 흙에서도 잘 자라, 자네도 가져가’ 하며 화분으로 꽉 찬 거실에서 식물 줄기를 뚝뚝 꺾어 주신다.
  
처음 본 사람을 집까지 데려가서 애써 가꾼 식물 줄기를 나누어 주던 할머니, 그 후로 할머니는 당신이 보니 예쁘고 먹어보니 맛있는 것은 혼자만 간직하지 않는다.
몽실몽실한 정을 나누어준다.
  
한권의 책이 기억나는 건 줄거리가 멋있어도 그렇지만, 행간의 의미가 여운으로 남아 감동을 곱씹게 할 때다.
나에게 양지 할머니와의 만남은 활자화되지 않은 행간의 감성이다.
  
같이 살아 본적도 없고, 살아보기는커녕 만난 적도 없으며, 심지어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우정이랄까 의리가 생성되는 사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해 봤다.
  
나도 할머니처럼 나이 들어 갈 수 있을까?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는 건, 적어도 내가 아집과 욕심 주머니를 늘어뜨리고 늙어가지는 말라는 뜻일 수 있다.
잔소리나 생색, 지적 하나 없어도 나는 할머니의 재치와 지혜를 흉내 내고 싶어 한다.
  
주위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다툼이 나면, ‘저래, 털끝만큼도 손해를 안 볼라고 하니, 쯧... 서로 가지려는 게 똥이라도 싸울까, 다 똥 되는 긴데... 싸우지 마라’ 하면,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부부싸움을 하고 사는 게 답답하다고 사람들이 할머니한테 하소연을 할라치면, ‘내 말 대로 할래? 속 터지는 대로 싸우면 홧병밖에 더 생기나, 저 사람은 오늘부터 귀가 고장 난 사람이라 생각하거라. 귀 안 들리는 사람한테 소리 지르면 네가 도리어 모지란 인간이다. 측은지심을 가지거라.’ 하면 신기하게도 부부싸움은 쉽게 해결된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부자 같은 사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입장을 항상 바꾸어 생각하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사는 사람, 미소가 매력적인 양지골 할머니처럼 나도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
  
내가 아는 한 조금씩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고, 그 성공의 인생은 양지골 할머니가 아닌가 한다.
  
잘난 사람, 똑똑한 사람, 돈 많은 사람 아무리 많아도, 손해 안 보려는 자기들 입장만 우뚝 있지 매력은 빵점이다.
  
쑥 부침개를 하고 달래 된장국을 끓여보고 싶은 할머니 댁에 달려가니, 허리 밴드를 하고 누워 계시다가 두 손을 잡고 반겨주신다.
회사가 바빴었다는 말에 벌써 파스를 꺼내 내 팔목에 붙여주신다.
  
‘말하지 않아도 난 네가 아픈 곳을 알아’ 하시니, 할머니의 센스가 감탄스럽다.
양지골 할머니 마음은 저 산 벚꽃보다 고우시다.
여기 봄 꽃 하나 추가요, 아름다운 나의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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