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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섬기듯 남을 섬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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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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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인 ‘페인트 최’는 고향이 서울로 울진에서 15년간 생활했다.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Lomo / 이명동기자]





사방에 나무와 나무 사이로 보이는 시원한 하늘이 전부일 만큼 첩첩 산굽이를 얼마나 돌았는지 모른다. 
  
햇빛 속에서 바람 속에서 산 속의 나무들은 마음껏 신록을 흔들었다. 
  
신록의 터널을 시간 반 지나 친구의 지인인 이 선생님의 집을 찾아 갈 때만 해도 그 분이 내신 시집을 하나 선물 받을 수만 있어도 좋은 하루였다.
  
도착해 보니 손님이 한 분 더 계셨는데 소개하시길 서로의 생명줄이라고 하신다. 
  
들어본즉 지금으로부터 40여 년도 더 전에 대학교 동아리 산악부에서 처음 만나 산을 같이 타신 선배 형님이셨다. 
  
한결같이 몇 십 년을 산을 사랑하고 다닌 파트너만으로도 대단한데, 내가 내내 감탄한 건 서로를 묶은 끈을 어떠한 상황이 와도 끊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대로’라고 강조하셨다. 
  
한 사람이 추락하면 같이 죽으면 죽었지 혼자 살지는 않는다는 신념은 손에서 피가 나고 살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드러나도 절대 놓지 않는 것이라 했고, 그런 면에서 서로는 서로를 완벽하게 믿는다고 했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서로 끈을 묶을 수가 없다고 했다. 
  
과연 서로의 생명줄이라는 말이 맞다.
퇴직을 하고 산속에 터를 닦은 후배를 보러온 일상에서도 큰 나무의 그늘처럼 마음을 쓰시는 게 보였다. 
  
그 선배 형님은 네팔에 집을 장만하고 상주하실 정도로 산악 전문인으로도 유명하신 분인데, 과연 산을 닮은 격이 느껴진다. 
  
<빛내 가는 길>이 시집의 제목이다.
지난 큰비에 지붕이 새서 책들이 다 젖었는데, 그 중에 깨끗한 책으로 골라온 것 같다며 선배가 거드신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산사나이들의 의리는 뭔가 이 시대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기만 살겠다고 남의 꽃 같은 생명을 버리는 부끄러움이 실재하는 세상에 말이다. 
  
무연히 하늘을 본다.
바다 같은 슬픔이 차 있는 오늘을 견디는 시간들이 언제쯤 상식적이고 보편적일 수 있을까, 진실의 조각조각이 퍼즐처럼 숨어있는 세월...
  
어떤 모습으로 올라와도 가장 예쁜 꽃, 그 예쁜 꽃의 철철 피 흘리는 상실감을 평생 가슴에 묻어야하는 봄의 시작일 줄이야.
우리는 그 부모 마음과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다 해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무연히 하늘을 보게 하는 일 말고, 신록이 반짝반짝 아름답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봄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자신을 섬기듯 남을 섬기고, 자신을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여야 하며, 남을 도우는 것은 나를 도우는 것이며, 남을 해치는 것은 즉 나를 해치는 것임을 언제쯤 우리는 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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