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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덴쟝!

  • 입력 2014.07.3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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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인 ‘페인트 최’는 고향이 서울로 울진에서 15년간 생활했다.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lomo / 이명동기자]

집에 내려온 아들과 며칠 째 같이 밥상머리에 앉아 알콩달콩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 
  
군대에 갔다 오고 지방으로 취업해 나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보고 싶음의 다른 표현이 곧잘 ‘아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해 먹이고 싶다’는 거였는데, 요즘 같이 지내면서 아주 소박한 찬이지만 따뜻한 밥을 마주앉아 먹고 있음에 은근히 행복하다.
  
국이나 찌개 국물이 있어야 밥상의 완성인줄 아는 녀석 때문에 항상 뭔가를 끓여 내놓긴 했는데, 오늘 ‘엄마’하고 부르더니 한마디 한다. ‘왜 된장찌개 안 끓여주세요?’ 하고.

사실 아들이 오던 날부터 부엌에만 가면 망설였다. 아들이 좋아하는 된장국을 끓여? 말아? 
  
망설인 이유는 외갓집에서 얻어오거나 농촌지도소 체험장에서 만들어 온 신토불이 재래된장이 떨어지고, 중국산 고춧가루에 몸에 좋을 리가 없는 방부제가 함유되었다고 믿는 공장제품 된장이 조금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알았어, 끓여주마’
아무래도 고초령 된장을 사러 길곡에 다녀와야겠다.

아들이 아들 나이에 된장을 좋아해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결혼전만해도 지독한 편식을 했다. 특히 된장으로 만든 음식은 숟가락은커녕 눈길도 한번 주지 않았다. 
  
만약에 부모님이 몸에 좋은 거라고 밥 먹을 때마다 강요를 했다면 가출도 불사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혼을 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시할머니, 시부모님 삼시 밥을 차리는데 빠지면 안 되는 것이 된장찌개였으니.
  
‘으악!’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어머님이 가르쳐주시는 토속 음식을 하나하나 배웠다. 배우면서 또 시간이 가면서 알았다. 내가 그것이 싫었던 건 단지 생긴 것 때문이라는 걸.
  
무엇이 원료며,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런 색과 그런 모양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무시하고 멸시했다. 이런, 무식하고 덜 떨어진 인간.

그 속에 알찬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겉만 보다니 말이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겉만 보고 빠지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겉 만 보고 무시당한다면 정말 더러운 기분일 것 같음에 무한한 미안함을 가진다. 
  
된장! 진심으로 미안... 날 용서해줘라. 그 대신 너의 덕을 널리 알리마. 
  
다른 맛과 섞여도 제 맛을 내는 丹心(단심),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恒心(항심),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하는 佛心(불심),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하는 善心(선심),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잘 이루는 和心(화심), 이것이 된장의 오덕이니 덕이 모자란 인간들이 좀 배워도 될 듯하다. 
  
잘 발효된 된장의 효능을 아는 대로 늘어놓자면 항암효과, 변비와 다이어트, 혈관계 질환 예방, 아토피 알레르기 등 피부 건강 뼈 건강은 물론 면역력을 증진시키며 간 기능을 개선시키고 흡연 알코올 중금속 등에 오염된 장기를 깨끗이 한다고 한다.
완전 일등 식품이다.
  
지금은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 하나만으로도 꿀떡같이 밥을 먹는다.
속을 알고 더욱 사랑스러워진 오! 나의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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