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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니더

  • 입력 2014.08.0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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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인 ‘페인트 최’는 고향이 서울로 울진에서 15년간 생활했다.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Lomo / 이명동기자]
  

안 방 정리도 끝났고 안방보다 네 배는 더 큰 나의 놀이터 정리도 거의 마무리 했다. 이 공간이 나의 놀이터라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특별한 성취감을 기대하게 한다.
  
인터넷까지 연결하고 청소 대충 끝내니 배가 고파온다. 가스 연결을 해야 하는데 어디다 해야 하나, 옆집 할머니 댁에 가보았다. 밭에 가셨는지, 장에 가셨는지 안계시고 전화번호 물을 데가 없다.

빵이라도 사 먹을까 하고 집을 나섰는데 차 옆에 미래가스라고 크게 쓴 트럭이 지나 간다. 재빨리 번호를 눌러 가스 연결을 하게 되었다. “이사 오셨나 봐요?” “네” 기사 양반이 얼마나 싹싹한지 기분이 좋았다. 기한이 지난 가스통을 쓸 수가 없으니 사야 된다고 해서 가스통 값 8만원에 가스비 4만5천원, 12만 5천원인데 13만원을 받고는 그냥 쌩 간다. 졸지에 예상보다 큰 지출을 해서 속도 안 좋은데 거스름돈 5천원도 안주고 가버리네. 
  
그래도 덕분에 맛있게 라면을 보글보글 끓여 먹을 수 있으니 팁이다, 마. 자, 이제 인터넷을 켜고 구인구직난에서 일자리를 알아볼까나. 뭐야? 머야? 모야? 이리 저리 군정 뉴스도 살펴보던 중 기한이 지난 가스통은 나라에서 그냥 바꿔준다는 글을 발견했다. 요즘 말로 멘 탈 붕괴다. 전화를 바로 거니 안 받는다. 다행인건 군청에서 불법 사례는 신고를 받고 해결해준다네. 만세!... 그러니까 이사 온 직후라 몰랐던 거고, 몰랐던 사실을 하루만 순서를 바꿨어도 가스통 값은 안줘도 되는 일이었다. 군청에 전화를 해서 이러이러합니다 했더니, 불법이 맞습니다 해서 신고를 했다. 
  
일주일쯤 있다가 전화로 자세히 물어 보더니 ‘확실히 안줘도 되는 가스통 값을 주셨습니다. 불법이 맞습니다’하고 확인을 한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쯤 뒤엔 공무원 두 분이 나와서 내가 산 가스통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통도 기한이 애매하다고 했다. 말하자면 우리 집에 있는 기한 조금 넘긴 통과 별로 구별이 안 된다고 했다. 고발장을 쓰고 서명을 하라고 해서 했다. 야! 뭔가 확실하게 실천하는 행정이구나. 그들의 탄탄한 절차와 집 나간 내 돈, 피 같은 내 돈 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이 가까워올 무렵, 군청에서 전화가 왔다. “저... 미래가스에서 연락 안 왔던가요?” “예 안 왔습니다.”
  
“전화 한 번 해보세요” “......” 진정 그게 끝이었다. 허무개그도 아니고. 전화를 해서 내가 조를 거면 그런 개 풀 같은 법은 왜 있으며, 전화하고 쫓아다니고 뭐 하러 그러지? 인력이 남아도나? 믿는 대로 되리라는 나의 믿음이 턱없이 부족했나? 그것이 딱 1년 전 일이다. 하라고 해서 한 미래 가스는 전화를 안 받고, 군청은 훌륭하게 무지한 서민을 골탕 먹였다. 소진한 가스는 가스통만 보면 그때 끓여먹던 라면의 온도보다 속이 더 부글거려서 끊어 버리고 전기 렌지를 사버렸다. 나의 우편물 속엔 몇 년 전에 뭐를 안 냈니 하면서, 나도 모르는 고지서가 가끔 온다. 그것처럼 하란 말이다. 빚쟁이 돈 독촉하듯 지구 끝까지 쫓아올 기세의 그 정신으로 서민의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하란 말이다. 뭔가 확실하게 전시행정의 난무만 보는 이 씁쓸함, 흐지부지... 내 그럴 줄 알았니더. 서민들이 관에 기댈 때마다 시원하게 해결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아직 부정이다. 왠지 최소한의 보호도 기대할 수 없는 ‘그럴 줄 알았니더’가 된다. 이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만 있는 건 아니겠지. 이미 만성이 되어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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