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청산에서 지친 영혼을 치유하며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고자 했던 마음이 서서히 꿈틀되기 시작했다. 창식씨가 꿈꾸는 세상이 오지 않는다면 그가 직접 만들고 싶은 욕망은 벌써 고향땅을 향하고 있었다.
어느 날, 창식씨가 던진 폭탄선언에 영애씨는 “시골로 들어간다니요?”... “왜?”... “뭣 때문에?라며 반문을 해 보았다. 회유와 협박도 해보았지만 황소고집인 남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때 놀란 일을 생각하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것처럼 가슴이 철컹 내려안는다고 했다.
고향집에서 10여년을 넘게 홀로 계셨던 어머님을 이제라도 모시고 자연과 더불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그럼 “저와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만 쩝... “글쎄요”란다. 하도 어이가 없어 더 이상 따져 물어보고 싶지 않았단다.
“가서 1년 살아보고 아니다 싶음 다시 돌아오고”라며, 너무도 쉽게 말을 꺼내 놓고는 그 날 이후 창식씨는 계획한 바를 실천에 옮기며 도시 생활에 묻은 때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영애씨의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신바람이 난 귀농 준비였다. 
2008년, 창식씨 나이 마흔여덟에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향해 고향땅 갈면리에서 새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물론 주변에서도 이들 부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모두들 입을 달았지만 창식씨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1년 뒤에는 시골로 먼저 내려간 창식씨를 따라가기 위해 영애씨가 20년 가까이 운영하던 미술학원을 정리했다. 해방감에 시원하기도 하고 오랜 세월 같이한 붓을 놓으려니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손때가 묻은 화구들을 보며 밀려오는 섭섭함에 너무 힘들어 하루 종일 울다가 지친 하루였다고 했다.
애증표현에 소홀한 창식씨도 그날 영애씨의 손을 잡고 “앞으로 10년만 더 고생해서 터전을 잡으면 다른 친구들 퇴직할 때 우리는 소득도 창출되고 소일거리가 있지 않으냐”며, “인생 백세시대에 맞게 노후 준비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귀농 후 시어미니와 갈등
대학에 다니던 딸 수정양은 대구에 남겨둔 채 사춘기에 막 접어든 중2 한세 군과 영애씨는 그렇게 짐을 꾸려 남편 곁으로 왔다. 명절 때나 잠시 머물렀던 시골집에 막상 살려고 와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영애씨는 사관학교 교장선생님보다 근엄하시고 위엄 있으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숨 막히는 일이었다고 한다. “새벽에 엄니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고요, 그런 시엄니를 마주하기 너무 힘들어 나이 오십에 눈물, 콧물 쥐어짜는 시집살이가 미칠 것만 같았어요.”
참고 참던 분노가 드디어 폭발되어 시어머니와의 분쟁이 일어나 집안에는 냉기가 흘렀다. 하늘이 내린다는 고부사이, 그러나 이 또한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고 한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남편의 곤혹스러워하던 얼굴이 이제야 보인다며 웃음으로 미안함을 대신한다.
한 번씩 스치는 바람소리, 물소리가 홀로선 영애씨를 외로움에 떨게 했고 산골에 밀려드는 적막감은 한없이 황량한 골짜기 밑으로 밀어 넣었던 아픔들도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어느 듯 모난 돌들이 동글동글해졌다.
“배려해주시는 엄니가 고마워 며느리는 더 잘해드리고 싶어져요. 우리들 잘되라고 애쓰시는 엄니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또한 “엄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요, 그리고 저희들을 지켜봐주세요.”
아름다운 자연에 적응
마음먹고 들어온 시골 생활이 푸념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뚜벅뚜벅 적응해 가기로 마음먹는 순간 보여 지는 세상도 달라보였다고 했다. 동이 트고 새벽이 밝아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호미와 낫질이 서툴지만 논과 밭에서 일하고 점심을 먹고 한숨 고르고 나서는 산과 들로 쫓아다니며, 야생초와 약초들을 뜯어 장아찌와 발효액을 담그기도 한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선물을 늘 감사하게 받고 있다.
창식씨는 농사지은 배추로 김장김치를 담구어 도시인들에게 오프라인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아직은 배추와 고추 등에 국한되어 농사를 짓고 있는 초보 농사꾼이지만 대농의 꿈을 갖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되는 각가지 교육에도 소홀함 없이 참석하고 있다.
창식씨와 영애씨는 매순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애쓰다보니 어느새 낯설기만 하던 산골의 공기와 마을사람들이 마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들 부부가 이곳 생활에 서서히 녹아들 때 농촌의 새로운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에 좋은 인연들을 있었고 그 인연이 새내기 농사꾼에게 나침판이 되어 변모하는 농촌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알려주었다. 창식씨는 귀촌 4년차에 6차 산업인 가공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부가 삶의 진정한 행복과 주변 이웃을 돌아보며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미래를 준비한다!
영애씨는 2년 전 불영사 사찰음식 경연대회에 출전하면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건강 식생활 체험관’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졌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고자 하는 것을 음식으로 그 역할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창식씨는 고전을 통해 역사속 지혜를 배우고 나눌 수 있는 ‘사랑방 체험장’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 농촌에서도 꿈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성공은 이루어지고 참된 삶을 살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말동무가 별로 없는 이곳은 자연이 친구이다. 이들 부부가 가꾸고 있는 작은 꽃밭에서 삶을 드려다 본다. 많은 꽃들에게 자리를 찾아주고 뿌리를 내리게 해준다. 서로가 공유하고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을 이들 부부도 지켜나가며 아름다운 향기를 피울 것이다.
부부의 삶은 어느새 이곳에서 얕으나마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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