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야외로 가족 나들이를 나서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오면서 고향을 찾아 미리 성묘하려는 인파까지 겹치면서 주말이면 늘어나는 차량 행렬로 도로마다 북새통이 되곤 한다. 요즘은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게 된 세상이어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더 재미있는 놀이문화 쪽으로 집중되고 있는데다가, 주 5일 근무가 정착되어 가면서 주말이 되면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맘때면 먹을 것들이 넉넉해지고 봄, 여름을 지나면서 사나워졌던 인심도 수그러진다고 했다. 곳간에 쌓이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당면문제가 되었던 30여 년 전만 해도 ‘보리고개’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였다. 끼니를 걱정하면서 망태기를 등에 메고 들로 산으로 달래와 냉이,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광경들이 낯설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몸에 좋은 건강식의 하나라고 해서 나물에 보리밥을 비벼 먹으려고 차를 타고 일부러 음식점을 찾아다니지만, 돌이켜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것 저 것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주문들이 많다. 가장 많은 주문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 고향 옛 것들을 보존해 달라는 것이다. 가끔 찾아오는 고향이 올 때마다 달라져서 이제는 정겹던 마을의 모습이 하나 둘 사라져 간다는 안타까움이 목소리에 가득 배어 있다.
정감어린 옛 모습을 보고 싶어도 어느 새 마땅히 가볼 곳이 없으니 사라지는 옛 것을 보존하는데 신경 좀 써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비로소 우리 울진의 구석구석 어디를 가도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분주하고 바쁘게 주변 환경이 달라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울진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이고 하나의 추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급격하게 달라져 가고 있는 그 변화의 중심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변화를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개발과 함께 주변 환경이 현대식으로 변하면서 생활은 점점 편리해져 가지만, 동시에 우리에게는 얻는 것만큼 잃어버리는 것도 상대적으로 많아져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편리함을 추구하던 사람들은 곧 다시‘삶의 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즉, 현대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질수록 상대적으로 문화적인 욕구와 수요가 점점 증가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시급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향토역사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일 것이다. 문화재 보존이 최근 수도권 지자체에서 가장 많이 받는 민원 가운데 하나라고 하니 우리 고장의 몇 년 후도 바로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이제 우리 울진도 지금까지 고수해 왔던 개발 일변도의 수직적이고 평면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문화적인 욕구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도시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여러 곳이 이미 옛 모습을 잃어버린 상태이고 그나마 구제발굴을 통하여 몇몇 유적들에 대한 자료들이 발굴기관에 보관되고 있는 것과, 지역을 아끼는 몇몇 향토사학자들과 언론기관 등에서 사라져 버린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빼면, 아직도 갈 길은 너무나 멀다. 학자들이 연구 자료로 활용하려 하거나 주민들이 보고 싶어 해도 일일이 찾아다닐 수 없다면, 쉽도록 그렇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군 당국에게 있는 것이다.
‘향토역사박물관’을 만들면 이런 문제는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다행히 요즈음 군에서는 향토문화보존을 위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사업’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경상북도 지자체 중에서 제일 먼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한다고 하니 너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업명도 ‘디지털 울진향토문화대전’이라고 한다.
이런 사업을 통하여 우리 고향의 향토문화를 집약하고 발굴하면서 그동안 향토유물과 구제발굴을 담당했던 기관에서 보관 중인 유물들을 회수하여 함께 전시한다면, 정말 울진의 역사를 잘 알릴 수 있는 그럴 듯한 향토역사박물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박물관 건립을 위하여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향토역사 관련 자료를 기증하는 범군민 캠페인을 함께 전개한다면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향토역사박물관’은 마땅히 건립되어야 하며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것은 바로 울진 땅을 살아가는 우리 후손들에게 부여된 역사적인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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