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누구나 오늘의‘나’를 있게 만든 부모가 있고 조상이 있다. 먼 과거의 누군가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의‘나’에 이르기까지 존재했던 많은 조상들을 위하여 우리는 일정한 의식을 통해 그 분들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살아계시는 어버이에게 효도할 것을 가르치는 것은 일상의 모심을 소홀히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고 이들을 다시 불러 살아계실 때처럼 모시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식이 바로 제사이다.
제사는 후손들이 모여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정성의 표현이다. 이것은 조상이 살아계실 때 다하지 못한 효도의 연장이며 한 집안의 의식인 동시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의 산물이다. 또 제사는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며 생명의 근본과 맥락을 확인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후손들은 제사라는 의식을 통하여 조상의 축복을 바라며 가문의 전통과 정신을 배운다. 아울러 같은 뿌리를 가진 친족들을 한 데 모아 동족의식을 고취함으로써 화합과 우의를 돈독하게 만들어 간다. 제사는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지켜오며 발전시켜온 거룩한 가문의식으로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역사요 전통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혼(魂)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 역사상 수많은 위인들일지라도 오늘을 사는‘나’의 생명과는 아무런 인연의 고리가 없다.
우리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지만 그러나 이들을 어찌 나에게 생명을 주신 조상에 비할 수 있겠는가? 세상의 어떤 가치가 나의 생명보다 귀할 수 있으며, 세상의 어느 누가 나를 있게 하신 어버이에 견줄 수 있겠는가? 때문에 어찌 그 은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어떤 가치가 이보다 더 소중하다 할 것인가?
어린 시절을 한 번 되돌아보자. 아기는 배가 고플 때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젖을 찾는다.
성장하면서도 아프면 부모를 먼저 부르고 연락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위급한 일을 당하면 제일 먼저 부모를 찾는다. 시장 골목에서 어머니를 찾으면서 우는 어린아이나, 병상에 누워 임종을 앞 둔 80세 노인도 자신이 죽으면 부모의 곁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부모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는 것이다.
나의 조상들은 내 생명과 영혼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어 내가 늘 공경하는 분들이요,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어 늘 나에게 용기와 구원을 주시며, 내가 위기에 처하여 간절히 원하며 찾을 때마다 기꺼이 달려오셔서 구원해 주시는 우리 자손들의 수호신인 것이다. 비록 인류가 만들어내서 전지전능하다고 자랑하는 신들과 비교해 비록 전능하시지는 않지만 나를 사랑하고 보살핌에 있어서야 어느 신에게 뒤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생명을 이어받는 그 오묘한 신비로움에 대해서는 다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가져야 할 본능적인 도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식에 대한 사랑과 어버이에 대한 효성이다.
세상에 어버이의 사랑보다 더 크고 넓은 것은 없을 것이며 자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수천 년을 이어온 조상에 대한 제사는 이러한 생명 계승의 신비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제사는 내 생명의 근본이신 어버이에 대한 은혜에 보답하는 뜻을 담고 있고 그 근본의 뿌리인 먼 조상의 은혜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제사의 의미는 바로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효도’의 완성에 있는 것이다.
조상을 제대로 알고 조상이 남긴 뜻을 배우고자 하는 이는 절대로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 세상에 자손들을 악의 길로 인도하여 나락의 구덩이로 몰아 파멸시킬 조상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우리가 제사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한편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조상을 극진히 모시는 정신을 배우고 익혀, 다시 그들의 미래를 이어갈 후손들에게 전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와 정신은 계승되고 발전되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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