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이라 따스한 봄날의 월송정이여
푸른 강 맑은 모래 십리나 이어졌네
끝없는 평원에 무한한 생각 일어나는데
불탄 흔적에 풀색이 그 더욱 푸른 것을
김시습(1435-1493)
한시 원문은 생략했다.
김시습은 5세 신동으로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세조가 어린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자 책을 불사른 뒤 전국을 떠돌았다. 그때 울진에 와서 <평해 월송정에서 노닐며>, <울진에 머물면서>, <울진에 들르다>, <망양정에 올라>, <羽陵島를 바라보며>와 같이 5편의 시를 남겼다. 시 <울진에 들러다>에는 울진이 외가 곳임을 말하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가 울진 장가로 강릉 김가 집안에 시집간 것으로 보인다.
『평해 월송정에서 노닐며』라는 시는 그저 자연을 음풍농월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당시 임금 세조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은유로 표현했다. 바로 3행과 4행에 나타나 있다.
3행『끝없는 평원에 무한한 생각이 일어나는데(一望平原無限思)』, 4행『불탄 흔적에 풀색이 그 더욱 푸른 것을(燒痕草色更靑靑)』에서 자기의 심정과 단종을 향한 충심을 토로하고 있다.
당시 그는 최고 지식인으로서 왕위 계승의 정통성에 맞지 않는『계유정란』을 개탄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비록 세조가 사육신 등 선비들을 도륙하고 왕권을 잡았지만, 그도 사육신과 마찬가지로 일편단심을 버리지 않고, 세조 정권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4행에 나타내고 있다.
왕조시대에도 문란한 정치 행위로 백성의 민심은 외면하고 간신의 말에 줏대 없이 놀아난 이른바 혼군, 폭군, 용군이 있었다. 이들은 결국 자신과 나라를 망친 임금으로 역사에 남았다. 옛사람들은 이 같은 까닭으로 물을 백성에, 배(舟)를 임금에 비유하여 물이 배를 뜨게 할 수도 있고, 능히 배를 뒤엎을 수 있다고 했다. 옛글의 君舟民水가 바로 이런 뜻이렸다!
하여, 이 시대에도 왕처럼 군림하고 민심을 외면, 불의를 지지, 선동하는 등의 행위로 우리가 피로 일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들이 있다면 어쩌면 역사에 현대판 연산군 시대로 기록되지 않을까 한다.
김시습의 말대로 불탄 역사의 흔적에 푸른 생기가 도는 계절이 오고 있다. 생명의 빛, 평화의 빛, 희망의 새 빛이 일어서고 있다. 산천에 봄이 오고 있다.
(김진문 시인)
기사댓글 0
BEST 뉴스
-
울진 출신 남상민 전 UNESCAP 환경개발국장, 미국 호놀룰루 총영사 임명
울진 출신 남상민(58세) 전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환경개발국장이 대한민국 정부의 미국 하와이 주호놀룰루 총영사로 임명돼 오는 6월 23일 부임할 예정이다. 남 총영사는 국제기구와 학계, 시민사회 분야를 두루 거친 환경·국제협력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녹색연합 연대사업... -
[풍경이 있는 산문 64] 황홀한 색채의 블랙홀에 빠지다
/ 2026 한국 근대 거장전 /2026. 5.19~10.25 : 서울시립미술관(관람 무료) /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글·사진 / 김진문(시인)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 마련된 유영국미술전 홍보물 “와, 색채 바다에 풍덩 빠진 것 같아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시장. 한 관람객... -
[이달의 문향] 동쪽 끝 넓은 바다 산은 내 안에 있다
울진이 낳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선생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의 예술 세계를 다시 만나는 뜻깊은 기회를 가졌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2026 한국근대거장전 《유영국(1916~2002): 산은 내 안에 있다》가 열리고 있었다. 유영국은 생전에 “산에는 뭐든지 있다. 봉우리의 삼각형, 능선의 곡선, ... -
제6화 11회(마지막회) 경징이풀
논산 명재고택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시매는 장탄식하며 울고 있는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당에서 시립해 있는 장정들에게 저잣거리 시장통에 가서 소녀의 주인이 되는 자를 불러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장정들이 중년인을 데리고 들어왔... -
[풍경이 있는 산문 63] 선열들의 항일투쟁, 그 길을 걷다(6)
하얼빈역 이도백하행 열차 이제 신흥무관학교로 가는 여정도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제2일(10월 26일)은 하얼빈역에서 고속열차로 오후 3시 37분 출발, 4시간 걸리는 열차 여행으로 이도백하에 ... -
[장원섭 칼럼] 주막집 개(狗)와 사당 쥐(社鼠)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에 술을 잘 빚는 이가 주막을 열었다. 그가 빚은 술은 맛도 좋을 뿐 아니라, 장사 수완도 뛰어나 얼마 안 가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술이 안 팔렸다. 그는 영문을 몰라 동네 어른을 찾아가 물었다. “술맛도 여전히 좋고 손님도 정성스럽게 대...
NEWS TOP 3
추천뉴스
정치/행정/의회
more +-
울진군, 민선9기 민원담당 공무원 간담회 개최
울진군이 민선9기 출범 이후 군민이 체감하는 민원행정 서비스 향상을 위해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과 ... -
울진군, 영남대와 손잡고 수소에너지 온라인 교육 운영
울진군은 영남대학교 K-U시티 원자력·수소사업단과 함께 수소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미래 에너지... -
울진군, ‘왕피천공원 써머레스트 2026’ 7월 18일 첫 개막
울진군는 오는 7월 18일부터 8월 17일까지 한 달간 왕피천공원 물결광장 일원... -
울진군, 생성형 AI 활용한 구직자 취업역량강화 교육 운영
울진군(군수 황이주)은 취업을 준비하는 군민들의 실질적인 취업역량을 높이고 변화하는 채용환...
사회/경제/교육
more +-
울진소방서, 여름철 물놀이 위험지역 현장 점검 실시
울진소방서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물놀이 사고와 집중호우 등 풍수해에 대비한 현장 ... -
울진고, “제44회 경상북도청소년과학탐구대회(융합과학ㆍ과학토론) 입상”
울진고등학교(교장 김진구)는 2026년 6월 20일(토), 구미코에서 열린 「제44회 경상북도청소년과학탐... -
울진초등학교병설유치원 꿈담 이음 독서 골든벨
울진초등학교병설유치원(원장 박찬억)은 7월 14일(화) 유․초 이음 교육의 일환으로 울진초등학교 1학... -
죽변초, 마술로 배우는 독도 이야기, 「독도를 품은 매직 콘서트」 운영
죽변초등학교(교장 김현주)는 7월 13일, 울진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독도 사랑 교육의 일환...
원자력소식
more +-
한울2호기 방사능방재 전체훈련 실시
한울원자력본부는 7월 16일 한울2호기를 대상으로 방사능방재 전체훈련을 실시하며 원전 비상상황 대... -
한울본부, 7월 「한울다누림무비데이」 시행
한울원자력본부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7월 21일, 22일 양일간 한울에너지팜 대강당(300석)과 ... -
한울본부, 제2회 ‘반드시 빛날 당신과 함께하는 희망 페스티벌’ 개최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세용, 이하 한울본부)는 8월 12일 14시 한울에너지팜 ... -
한울본부, 제3회 한울 열광 문화제 및 전국 청소년 댄스 페스티벌 개최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세용, 이하 한울본부)는 7월 17일(금), 18일(토) 양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