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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문향] 동쪽 끝 넓은 바다 산은 내 안에 있다

  • 울진뉴스 기자
  • 입력 2026.06.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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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이 낳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선생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의 예술 세계를 다시 만나는 뜻깊은 기회를 가졌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2026 한국근대거장전 《유영국(1916~2002): 산은 내 안에 있다》가 열리고 있었다.


유영국은 생전에 “산에는 뭐든지 있다. 봉우리의 삼각형, 능선의 곡선, 원근의 면, 그리고 다채로운 색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 속 산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었고, 끝없는 탐구의 대상이었다. 또한 그는 "설명이 요구되는 그림은 이미 그림이 아니고 군더더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림은 말보다 먼저 마음에 닿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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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work, 1989, 100×8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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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work, 1992, 52.5×7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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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work, 1989, 97×131cm.(현재 작품 3점 모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중)

 

전시장에 들어선 나는 황홀한 색채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붉은색과 푸른색, 노란색과 초록색이 서로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산은 더 이상 산이 아니었고, 색은 더 이상 색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들은 어느새 바람이 되고, 파도가 되고, 빛이 되어 내 마음속을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작품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자꾸만 "추상화란 무엇일까" 하고 묻게 된다. 설명을 붙이려 하고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나를 보며 문득 웃음이 났다. 

유영국의 말대로라면 나는 아직도 추상의 문턱을 서성이는 초보자인 셈이다. 어쩌면 추상화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며 산의 의미를 묻지 않듯, 그의 그림 앞에서는 그저 색채의 숨결과 형태의 울림에 몸을 맡기면 되는 것 아닐까. 그날 나는 그림을 해석하기보다 그림 속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그리고 되뇌었다. 동쪽 끝 넓은 바다, 산은 내 안에 있다.

(김진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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