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배려
기사입력 2016.03.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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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것이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군가를 돕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어떤 이들은 베풀고 나누는 일을 통해 오히려 돕고 있는 자신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 받고, 위로를 얻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받아서 행복하지만, 나누어서 더 행복하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사람은 누구나 늘 행복해 지기를 희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가진 것이 적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고, 많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상에서 지치고 견디기 힘든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주위의 누군가로부터 위로 받고 싶어 한다. 우리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웃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도우려는 마음으로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주변의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내가 힘든 순간에 위로 받을 수 있는 좋은 친구를 가지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 주위의 힘든 사람에게 내 존재가 위로가 될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바른 길로 인도하는 좋은 친구를 선지식(善知識, kalyanamitra)이라고 한다. 선지식은 본래 박학다식하면서도 덕이 높은 현자를 이르는데, 선종에서는 수행자들의 스승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중생에게 나쁜 업(業)을 버리고 선한 업을 쌓게 하는 이를 가리키므로 진실한 선지식은 부처와 보살을 의미한다. 수행자가 수행과정에서 여러 선지식을 만나는 이유는, 선지식의 가르침이 어떤 일을 판단하거나 실천하는 데 본보기와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선지식이 갖추어야 할 일곱 가지 덕목을 선우칠사(善友七事)라 하였다. 즉, 주기 어려운 것을 주고, 하기 어려운 것을 하며, 참기 어려운 것을 참고, 비밀스러운 일을 서로 말하며, 잘못한 것을 덮어주고, 괴로운 일을 만났을 때 버리지 않으며, 비천할 때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진정 위하는 사람은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행복하고 가진 것 많았을 때는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지만 난처한 처지에 놓였을 때 도와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서고금을 통해 보면 작은 관심과 도움으로 운명이 뒤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양고기 국물 한 그릇 때문에 나라를 잃기도 했고, 찬밥 한 덩어리 때문에 위기에서 목숨을 구한 이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중산국(中山國) 왕이 신하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였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준비한 음식에 차질이 생겨 양고기 국물이 조금 부족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고위관리 가운데 사마자기(司馬子期)에게만 양고기 국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나 주위의 아무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고 모두 즐겁게 먹고 마시며 잔치를 즐겼다. 사마자기는 매우 불쾌했다. 자신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왕의 처사에 화를 참지 못한 그는 이웃 초(楚)나라로 망명했다.
초나라로 간 그는 초왕의 마음을 움직여 중산국을 공격했다. 중산국의 수도는 함락되고 왕은 도망가는 신세가 됐다. 중산국 왕은 사마자기가 이끄는 군대의 추격에 쫓겨 거의 붙잡히게 될 위험한 지경에 빠졌다. 이때 갑자기 낯선 사내 둘이 이끄는 군대가 나타나 죽을힘을 다해 사마자기의 군대로부터 왕을 구해주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두 사람의 용맹스러움에 감동한 왕이 그들의 정체를 묻자 두 사내는 공손하게 예를 갖추어 대답했다.
“지난 날 한 사람이 배고픔으로 길에서 쓰러졌을 때, 왕께서 우연하게 지나가시다가 그를 보시고 찬밥 한 덩어리를 주신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사람은 그 찬밥 한 덩어리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저희들의 부친입니다. 부친께서 돌아가실 때, 훗날 만약 왕께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죽음으로 보답하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이에 왕은 탄식했다.
“베풂의 크기는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받는 이의 어려운 정도에 달렸고, 원한은 깊고 얕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얼마만큼의 상처를 주었느냐에 달린 것이로구나.”
풍성한 잔치를 베풀고서도 약간 모자랐던 양고기 국물 한 그릇 때문에 나라를 잃은 중산국 왕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까짓 국물 한 그릇이 뭐라고. 그러나 주는 이에겐 별것 아닌 일도 받는 이에게는 큰 원한을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점에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라면 새겨볼 만한 고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사소한 일로 조직에 불만을 품은 임직원들이 기밀을 빼내 경쟁자들에게 넘기기도 하고, 작은 실수로 중요한 거래를 그르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모두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스탠 톨러(Stanley A. Toler)가 쓴 ‘행운의 절반 친구’에 보면, 주인공 조가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커피숍 주인 맥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향해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대목이 나온다. 커피숍의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커피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오감(五感)을 사용해야 한다네. 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 모두를 말이야. 아! 커피도 그렇지만 인관관계도 마찬가지야. 좋은 친구 사이가 되려면 상대방에게 오감을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네. 오감으로 듣는다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지. 그래야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네. 공감하고 소통해야 비로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 커피가 섞이면 조화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고, 사람이 어우러지면 행복과 성취를 만들어낸다네. 엄밀히 말하자면, 자네의 행운은 자네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야.”
그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티베트 속담을 인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함축시킨다.
“앞에 놓인 삶을 향해 미소 지어보라. 미소의 절반은 당신의 얼굴에 나타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친구들의 얼굴에 나타난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서민경제는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민생법안은 식물국회에서 정쟁의 볼모가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간이 갈수록 서민들의 인심도 팍팍해져 간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백성에게는 먹는 것이 하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뜻이다. 세상에 하늘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예로부터 사람들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생각했고, 세상만사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하늘 아래 먹는 일 빼고 무엇이 있을까’라고까지 했다. “사람은 쇠요, 밥은 강철(人是鐵,飯是鋼)”이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로 흔히 사용된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은 노동자들도 점심때가 되면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곧잘 이렇게 말한다. “다 먹고 살려고 이 고생하는 것 아닌가.”
단언컨대 적어도 백성들의 간절한 바람이 무엇인지 모르는 위정자들은 없다. 그러므로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라면, 현실을 직시하고 백성들을 향해 넉넉한 양고기 국물과 찬밥 한 덩이를 베푼다는 마음으로 백성들과 소통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말로 백성들이 분노하기 시작하면 이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선량을 뽑는 선거철이 되었으니 혹시라도 소통이 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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