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소의 새끼 사랑(老牛舐犢)

기사입력 2016.10.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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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오늘날 사람들은 대부분 자식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사랑을 쏟아내지만, 부모에 대한 효도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다. 자식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도 부모를 위한 일에는 적은 돈도 아까워한다.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에게는 좋은 먹이를 사주고 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하고 병이 나면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등 정성을 다하면서도, 늙은 부모가 아프다고 하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려니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자식들이 자신에게는 나중에 커면 효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자신은 자신의 부모에게 자식은커녕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만큼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게다가 가끔은 부모의 은혜를 잊고 패륜을 저지르는 경우까지 있다.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은 부모가 된 자의 본능이다. 누가 가르치지 않고 시키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다 잘한다. 오히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문제가 될 정도이다. 이에 반해 부모에 대한 효도는 자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이지만 깨우쳐 주거나 배우지 않으면 소홀히 하기가 쉽다. 오죽하면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거나, ‘열 자식이 한 부모 못 모신다.’는 속담이 생겨났겠는가.

옛날에는 효리지치(孝理之治)라고 하여, 제왕은 ‘효(孝)’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교화시키는 근본으로 삼았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효라는 행동규범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士有親在堂  선비에게 부모 있어 집에 계신데,
貧無甘旨具  가난해서 맛난 음식 못 드리누나.
微禽亦動人  짐승조차도 사람을 감동케 하니,
淚落林烏哺  숲 까마귀 반포지효에 눈물 떨구네.

이 시는 광해군과 현종 대에 이조판서와 대사헌, 한성부판윤 등을 지낸 박장원(朴長遠, 1612∼1671)이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인조에게 지어 올린 시로, 《인조실록》에 실려 있다. 여기에 나오는 반포(反哺)라는 말은, 까마귀 새끼가 다 장성한 뒤에는 먹이를 물어다가 늙은 어미에게 먹여 주면서 어미의 은혜를 갚는다는 고사(故事)에서 온 말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 바쳐 그 은혜를 갚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 시를 본 인조는 박장원의 효심을 크게 칭찬하면서, 쌀과 베를 하사하여 어머니를 봉양하게 하였다.

예로부터 '사람에게 최고의 스승은 부모'라고 했다. 그만큼 가정에서의 가르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오죽했으면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내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했겠는가.

오늘날 전하는 많은 고전 속에는, 부모가 자식들을 가르치는 데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글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중국 남북조시대의 문인 안지추(顏之推)가 남긴 《안씨가훈(顔氏家訓)》은 가장 주목을 받는 책이다. 안지추는 자신이 깨달은 여러 가지 교훈을 자손 대대로 전하고자 책으로 남겼다. 책의 내용에는 자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형제끼리는 어떻게 지내야 하며, 자기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더 나아가 성현을 어떻게 본받아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또 관직에 나아가서는 어떠한 자세로 직무에 임해야 하며, 한가할 때에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를 담았다.

위진남북조 양(梁)나라 원제(元帝) 때, 아주 총명하고 민첩하며 재주가 뛰어난 한 학사(學士)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로부터 지나치게 사랑을 받기만 하는 바람에 그만 옳고 그름을 배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간혹 옳은 말이라도 한마디 하면, 온 거리를 돌아다니며 한 해가 다가도록 아들 자랑만 했다. 또 아들이 잘못된 행동을 해도 감싸주고 꾸며대며 변명하기에 바빴다. 그는 아들이 장성하면 스스로 잘 알아서 고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은 나이가 들고 장가를 들어 벼슬을 할 때가 된 후에는, 오히려 게으르고 교만함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말을 아낄 줄 모르다가 주적(周逖)이라는 사람에게 처참한 몰골로 죽임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안씨가훈》〈교자(敎子)〉편에 실린 사례로, 부모가 자식을 사랑만 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자식을 망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이는 ‘자식이 어려서 태만한 것은 그 어미의 잘못이고, 성장해서 순종하지 않는 것은 그 아비의 잘못이다’라고 지적한 한(漢)나라 때 유향(劉向)이 쓴 《열녀전(列女傳)》의 가르침을 확인해 주고 있다.

안지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성현의 명언이나 종교의 교리처럼 한 순간 뇌리를 번쩍이게 하는 경각의 깨달음이 아니라, 마치 길거리에서 오가다 만나는 사람들의 언행 속에서 스스로 무언가 화두를 찾아냄으로써 자신을 반추하는 깊은 성찰의 깨달음과 같다. 이 때문에, 자신이 죽은 뒤의 장례 문제까지 당부하는 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가훈서가 그 집안의 후손들에게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대 가훈서 중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가장 오래도록, 그리고 가장 광범위하게 읽히고 있는 만인의 가훈서가 될 수 있었다.

자식은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절대로 부모의 내리사랑을 깨우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자식은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절대로 부모의 내리사랑을 깨우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조조가 태위의 벼슬에 있는 양표(楊彪)에게  물었다.
“요즘 왜 그리 모습이 파리하고 야위었는가?”

양표가 대답했다.
“제가 선견지명이 부족하여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해 죄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죽고 나니 늙은 어미 소가 어린 송아지를 핥아주는 마음(老牛舐犢)처럼, 아비로서 자식에 대한 사랑과 그리운 마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성급하게 양수를 죽인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조조 휘하에서 주부(主簿)를 지낸 양수(楊修)는 재능이 뛰어나고 지혜로웠으나, 평소 그의 총명함에 질투심을 느낀 조조가 군사들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을 씌워 목을 베었다. 44살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양수는 양표의 아들로서 바로 '계륵(鷄肋)'이라는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고사에서 전해지는 ‘노우지독(老牛舐犢)’이라는 성어는 늙은 어미 소가 새끼 송아지를 핥아주는 것처럼, 부모의 지극한 자녀 사랑을 이르는 말로, 《후한서(後漢書)》 〈열전(列傳)〉에 실려 있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평소 자신이 행한 대로 거둔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평소 부모를 정성을 다해 모시면, 그것을 보고 자란 자식들은 커서 당연히 자신에게 효성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평소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지 않았다면, 자식들이 큰 후에 자신에게 당연히 효도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행실을 보고 자란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지 않는 것은 바로 자기 자녀에게 불효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참으로 두렵고도 두려운 일이다.

바야흐로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오랜만에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오순도순 한 자리에 모여 앉아 가족 사이의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부모님과 자식 사이에 낀 세대인 내 자신이 내 부모에게는 어떤 자식이며, 동시에 내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창밖을 보니 햇살이 따사롭다. 산천은 오늘도 지난해와 다름없는데 부모님의 주름살은 뵐 때마다 자꾸 깊게 늘어만 가고 있다. 죄송하고 서글픈 마음에 뜨거워지는 눈길은 자꾸 먼 산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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