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恒産)과 항심(恒心)

기사입력 2018.05.10 17:57  |  조회수 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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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齊)나라 선왕(宣王)이 맹자를 만나 백성을 다스리는 요령을 물었다. 맹자는 ‘인덕(仁德)을 베풀어 모든 사람들이 왕을 존경하여 왕의 나라로 모여드는 정치를 하라.’고 말했다. 제선왕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자, 맹자는 백성에게 중요한 것은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고 대답했다.

맹자가 지적한 항산과 항심은 무엇인가. 송나라 주희(朱熹;朱子)가 『맹자』에 주석문을 덧붙여 저술한 『맹자집주대전(孟子集註大全)』에 보면, ‘항산은 수입을 만들어내는 생업을 말하고, 항심은 사람이 항상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恒常也 産生業也 恒産可常生之業也 恒心人所常有之善心也)’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항산은 백성들이 생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 즉 일정한 수입의 근원을 말한다.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맞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항심은 도덕심을 말한다. 바른 생각을 하고 바른 행동을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먹고사는 데에 부족함이 없는 수입을 보장하는 항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는 백성을 다스리는 요체가 민생과 도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백성들의 배를 채우고 그들의 마음을 바로잡아 도덕이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생과 도덕 중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백성들의 배를 먼저 채우는 일이다. 백성들의 배를 채우는 것을 항산(恒産)이라 하고 백성들이 도덕을 실천하는 것을 항심(恒心)이라고 맹자는 정의하고 있다. 윤리와 도덕은 사람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요소이지만, 민생의 안정 없이 도덕과 윤리만 강조한다면 백성들은 쉽게 따르지 않을 것이란 의미이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을 다스리는 일에 현실적으로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었던가.

그래서 맹자는 덧붙인다. “물질적 토대인 항산 없이도 도덕적 항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선비만이 가능하다, 백성들은 물질적 보상이 없다면 항심, 즉 도덕심도 없다.(則無恒産因無恒心)” 나아가 “물질적 보상 없이 그들에게 충성을 요구하고, 그 충성심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지도자는 그물을 쳐서 백성들이 그 속에 들어가게 만드는 최악의 지도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현명한 군주는 백성들의 항산을 잘 다스려 위로는 부모를 섬기고, 아래로는 처자를 양육하며, 풍년에는 배불리 먹고, 흉년에는 굶어죽는 것을 면하게 한다.”고 정의한다. 백성들이 먹고사는 것이야말로 왕도정치의 시작이며, 민본정치의 요체라는 것이다. 이 문답은 『맹자(孟子)』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에 실려 있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비로소 윤리와 도덕이 생긴다. 항산, 즉 민생이 먼저고 항심, 즉 의무와 규칙은 그 다음이라는 이야기이다. 일정한 소득이 없어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인심은 각박해지고 서로 원망하게 되어 인륜은 무너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늘 가지고 있어야 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덕심, 즉 항심(恒心)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항산 없이 항심을 기대하지 마라! 맹자의 엄중한 경고이다.

GM 군산공장 지원 문제를 놓고 정부가 해법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대도시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 우리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자폭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자리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으로 내걸고 출범한 정부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게 되었다. 한미 FTA 재협상 카드도 뜨거운 감자로 도마 위에 다시 오른 요즈음, 먹고사는 문제가 현실적인 과제가 되었다. 항산(恒産)을 늘려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 모두가 절감하고 있다.

조선 영조 때 선비 이덕무(李德懋)가 저술한 『사소절(士小節)』에는 가정에서도 항심이 없게 되면 일어날 수 있는 폐단을 적시하고 있다. 이 책은 선비와 부녀자, 아동교육 등 일상생활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예의범절을 924개 항목으로 나눠 정리한 책이다.

“춥고 배고픔이 심해지면 자제들이 부형을 원망해서 ‘왜 나를 이렇게 춥고 굶주리게 하는가?’하며 원망한다. 부형은 자제에게 화를 내며 ‘어째서 나를 춥고 주리게 하는가?’ 한다. 이것은 바로 맹자가 말한 항심(恒心)이 없는 자를 이른다. 그래서 인륜의 즈음에 비록 죽음과 환난에 이르더라도 돈독하고 후덕함에 힘쓰고 각박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飢寒之至, 子弟怨父兄曰 何使我飢寒 父兄恚子弟曰 何使我飢寒 此孟子所謂無恒心者也. 故人倫之際, 雖至死亡患難, 務敦厚而戒刻薄也)”

얼었던 대지에도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올림픽으로 들뜬 분위기는 잔치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가라앉았다. 나라 안팎으로 조여들고 갈라지는 모양새가 여간 심상치 않다. 봄이 왔는데도 도무지 봄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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