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어구십(半於九十)

기사입력 2018.05.10 18:03  |  조회수 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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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경민대 교수)
 

옛말에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노자 도덕경(老子道德經)》에서 유래한 이 성어는 일을 도모하려면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천히 하나하나 일의 앞뒤를 잘 살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회자되는 속담이다.
"만사가 생기기 전에 신중히 하며, 어지러워지기 전에 다스려야 한다.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터럭만한 싹에서부터 생겨나고, 9층 높이의 누대도 흙을 쌓아 올려 세워지며,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되는 법이다(爲之於未有 治之於未亂. 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千里之行 始於足下)."

작은 싹이 큰 나무로 자라듯이 모든 일은 그 시작이 있으며, 작은 것에서부터 점차 크게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므로, 이를 거스르고 억지로 이루려 하거나 집착하면 실패하게 된다는 뜻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千里之行始於足下).'라는 뜻으로,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이 판문점에서 이루어졌다. 분단 후 70여 년 동안 지속되어온 대립과 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두 정상의 육성은, 설마하며 숨죽이면서 지켜본 많은 국민들로부터 격한 감동과 함께 환호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환상에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통일 문제는 여전히 난해한 퍼즐 맞추기와 같다. 남과 북의 정치적 상황이 다르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 내부에서조차도 극명하게 갈리는 의견과 시각차는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남북 간의 통일 노력은 이제 비로소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은 쉽고 끝을 맺기가 어려운 법이다. 매년 초가 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늘 이루고 싶었던 소망을 달성하기 위해 실천할 내용을 조목조목 정하고 실행에 옮기곤 한다. 그러나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간다’라는 우리말 속담도 있듯이, 사람의 마음이란 쉽게 변하는 것이고, 바위 같은 굳은 결심도 끝까지 지켜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물며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이르면 어디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게 어디 있겠는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끈기 있게 밀고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전국책(戰國策)》의 〈진책(秦策)〉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진(秦) 무왕(武王)의 조급함을 걱정한 신하가 말했다. “신은 마음속으로 왕께서 제나라를 가볍게 알고 초나라를 업신여기며, 한나라를 속국 취급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신이 듣건대, ‘왕(王)된 자는 군사를 몰아 싸워 이겨도 교만하지 않고, 패업(覇業)을 이룬 자는 궁지에 빠져 있어도 노여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왕께서 만일 여기서 좋은 결과를 맺게 되면 고금을 통해 가장 위대한 왕이 되실 수 있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면 여러 제후들과 제나라, 송나라 인재들이 왕을 궁지로 몰아넣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는 다시 계속해서,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절반으로 한다.(行百里者半九十里)’고 했습니다. 이것은 마지막 남은 길이 어렵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라고 충고했다.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를 가고서 이제 비로소 절반쯤 왔다고 여긴다.'는 뜻으로서, 무슨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고 어려우므로 끝마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가르치는 성어(成語)이다. 세상사 모두 그만큼 시작의 중요성만큼이나 마무리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뜻일 게다. 금세 뜻대로 잘될 것 같아도, 세상 일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막연하게 될 거라는 낙관과 자신의 업적을 과대평가하는 자만에 취해 있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작은 일에서 삐끗하고 예상치 않은 데에 발목을 잡혀 결국 큰일을 그르치기 일쑤다. 성과에만 열중한 나머지 조급함을 버리지 못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자면 90리를 오고서도 이제 겨우 절반쯤 왔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로지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드디어 이 땅에도 봄이 오려나 보다. 아직 냉기를 다 털어내지 못한 바람을 타고 봄내음은 다투어 들판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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