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三戒)

기사입력 2019.11.18 11:47  |  조회수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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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경계해야 할 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는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갖춤이 확실한가를 돌아보는 것이다. 먼저 자신을 알아야 남과 비교할 수 있다. 그러면 스스로 어떻게 처신해야 할 바를 알고 마주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옛 현인들이 스스로를 경계(警戒)했던 고사를 통해 교훈을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당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삼계(三戒)가 그중의 하나다. 

유종원(773∼819)은 중국 당나라 때 시인이자 철학가이다. 그가 남긴 600여편의 시문은 후세에 당송 8대가에 이름을 날릴 만큼 명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근본을 모르고 날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동물을 비유하여, 무릇 사람은 세 가지를 스스로 경계(三戒)할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삼계(三戒)’를 지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근본을 미루어 알지 못하고 다른 것을 빌어 제멋대로인 것을 항상 싫어하였다. 어떤 사람은 세력가에 빌붙어 자기류(類)가 아닌 것을 범하고 재주를 드러내다가 강자에게 노여움을 산다. 시기를 틈타 방자하고 난폭한 짓을 하는데 그러다가 마침내 화를 당한다. 어떤 손님이 노루, 당나귀, 쥐라는 세 가지 동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일과 비슷해서 삼계(三戒)를 지었다’.

삼계 가운데 임강의 노루(臨江之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임강 사람이 새끼노루를 사냥해 집으로 데려왔다. 집에 있는 개들이 새끼노루를 보고 군침을 흘렸으나, 주인이 그 개들을 꾸짖어 어쩔 수 없이 침을 삼키면서도 노루와 잘 지낼 수밖에 없었다. 3년 뒤에 노루는 자신이 노루임을 망각하고 개와 같은 부류라 생각해서 혼자 바깥으로 나갔다. 노루가 길에서 놀고 있는 개들을 보고 반가워서 같이 놀려고 했는데, 개들은 노루를 잡아먹었다. 하지만 노루는 살점이 뜯겨져 죽어가는 중에도 자신이 왜 죽임을 당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세력가와 어울리다 보면 자신이 세력가인 줄 착각해 세력가처럼 굴다가 결국엔 화를 당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검주의 당나귀(黔之驢) 이야기이다.
‘검주 땅에는 원래 당나귀가 없었다. 그런데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당나귀를 들여와 곧 쓸모없게 되자 산에 버렸다. 호랑이는 처음 보는 나귀의 큰 몸집에 놀라 신(神)이라 여기고 무서워 숲에 숨어서 조심스레 살피고 있었다. 다음날, 당나귀가 한 번 울자 호랑이는 크게 놀랐다. 시간이 흘러 그 울음소리에 익숙해지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특별한 재주가 없어 보였다. 겁을 먹은 당나귀가 발굽으로 찼지만 호랑이에게는 별것이 아니었다. 호랑이가 달려들어 당나귀를 잡아먹었다.’

이 이야기는 권문세가로서 거기에 걸맞는 재주와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자신의 권세만 믿고 행세하다가 무식함이 들통나면, 몸집이 작아도 능력 있는 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비유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영모씨의 쥐(永某氏之鼠) 이야기이다.
‘영주에 사는 사람이 미신을 두려워하고 금기(禁忌)에 얽매이는 게 심했다. 자신이 태어난 해가 쥐띠 해이므로 쥐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다. 하인들에게 쥐를 잡지 못하게 하니 창고와 부엌이 온통 난장판이었다. 동네 쥐들이 이 사람 집에 몰려들었다. 쥐들이 식량을 모조리 축내고 몰려다니며 물건을 갉아대고 소란을 피워도 그 사람은 쥐를 싫어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 그 사람이 집을 팔고 이사를 갔다. 새 주인이 왔는데도 쥐들은 예전과 같이 행동했다. 주인은 고양이를 풀고 하인들에게 쥐를 잡게 했다. 죽은 쥐가 언덕처럼 쌓이자 쥐들이 다 도망가고 말았다. 쥐의 행패로 생긴 냄새가 몇 달이 지나고서야 그쳤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남에게 해를 가하고도 화를 입지 않는 시대를 틈타서 그 시절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 생각해 마음대로 굴다가 화를 당한다는 것을 일러주는 교훈이다. 

예로부터 선비란 곤궁할 때 비로소 절개와 의리를 보여준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함께 놀러 다니며 손을 잡고 폐와 간을 꺼내 서로 보여주며 하늘의 해를 가리켜 눈물을 흘리며 생사를 걸고 서로 배반하지 않는다고 맹세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머리카락 한 가닥만큼 작은 이해관계가 생기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치 알지도 못하는 척한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커녕 돌을 던지는 게 오늘의 세태가 아닌가?

유종원의 삼계는 오늘날 읽어봐도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법을 일러주는 사례로서 가히 금과옥조로 여길만하다. 깊은 감명을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깨우치고 또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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