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매화 이현세만화거리에 빠지다!

기사입력 2022.04.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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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면서 만화벽화 감상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가을이 오는 길목이다. 매화 남수산 아래 황금 들판에 가을 햇살이 자글거린다. 그 햇살에 남수산 밀림의 녹색 기운들이 삼각형 산봉우리마다 뻗쳐 오르는 듯하다. 하늘은 긴 장대로 건드리면 쨍하고 금 갈 듯이 맑고, 싱그러워 잘 닦아 놓은 유리창이다. 남수산 서쪽 너머 하늘 밭에 가을 목화송이 폈다. 그 구름을 바라보면서 매화면 소재지 7번 국도 갈림길 들머리에 들어섰다. 매화마을은 그 지명답게 지형 지세가 아담하고 매화꽃 향처럼 사람들이 순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다. 매화는 최근 만화작가 이현세를 만나 새로 태어나고 있다. 다름 아닌 2017년 이현세만화거리(이하 만화거리)를 조성하고부터이다. 만화거리 조성은 전국 최초이다. 따라서 매화는 그 시발점의 원조이다.


『만화거리』를 따라 살펴보자. 먼저 매화 북쪽 들머리에 가면 『어서 오이소, 이현세만화거리』 라는 문구의 커다란 돌표지가 관광객을 환영한다. 만화거리는 곧바로 매화면사무소 들머리부터, 서쪽으로는 구 7번 국도 매화초등학교를 지나 동쪽의 매화면 농기계수리센타 시멘트 담에서 시작된다. 그곳 맞은편에 남벌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필자에게는 만화 거리가 낯설지는 않다. 2017년 겨울, 만화 거리가 조성되고 개막식 때 처음으로 이현세 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했던 적이 있다. 그는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모습이었다. 최근에 필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5년여 지나는 동안 그 변화 모습을 보고자 함이다. 만화 거리를 찬찬히 살펴보고 감상하는데 두 어 시간이 걸렸다. 매화마을 골목길은 마치 이현세만화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한 골목길 같다. 벽화 그리기에 자연스러운 조건의 화판인 담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매화마을은 골목이 주로 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더구나 매화중학교 담장은 하천을 따라 수백미터나 된다. 그래서 『매화만화거리 벽화』는 그 길이가 1,000여 미터에 이른다. 여기에는 이현세 작가의 출세작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 『남벌』 ,『며느리밥풀꽃』 ,『만화 삼국지』 등 400여 점이 그려져 있다. 매화라는 지명도 향기 나듯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만화벽화로 더욱 아름다운 예술의 마을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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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중학교 아이들의 꿈 이야기를 경상도 사투리를 통해 구수하게 표현해 놓았다(매화중학교 골목 길)

 

필자가 취재 간 날, 마침 여러 명의 관광객이 보였다. 서울에서 관광버스로 온 아주머니 일행은 골목을 둘러보고, 일부는 만화도서관에서 만화독서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울진에 연고를 둔 인천에서 온 가족은 드론으로 만화 거리를 촬영하고 있었다. 울산에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온 가족은 울진 관광은 처음이고, 성류굴, 망양정케이블카, 왕피천공원, 죽변해안스카이레일에 갔다가 이곳에 들렀단다. 만화거리를 둘러보고 필자에게 쉴 곳이 없느냐고 묻기에 『남벌카페』를 소개해 주었다. 

 

만화거리의 제1구간은 매화면사무소에서 매화면 복지회관까지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이 방문객을 맞는다. 제2구간은 보건지소 맞은편 골목에서 매화중학교 사택 골목이다. 제3구간은 매화중학교 운동장 담을 따라서 우체국 쪽으로 이어진다. 국내 최초로 걸어가면서 읽는 벽화만화작품이다. 여기에 주요 장면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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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

 

공포의 외인구단이 떴다! (제1구간)

공포의 외인구단! 이현세 작가 출세작이다. 1980년대 만화를 좀 봤다는 사람이 공포의 외인구단을 모른다면 간첩(?)일 것이다. 매화면사무소 대형 창고 벽면에 대표작인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들이 떴다. 당당한 주먹을 꽉 쥔 그들의 걸음걸이 품새와 얼굴에서는 뭔가 강건하고 결의에 찬 모습이다. 

 

이 만화 주제는 오혜성과 마동탁이 최엄지라는 소녀를 두고 야구라는 스포츠 매개를 통해 서로 야심 찬 경쟁을 벌이는 사랑 이야기이다. 이 만화는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 방영되었다. 당시 세대들의 감성을 대표하는 주제였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 (제3구간에 그 주요 명장면들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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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밥풀꽃

 

만화거리 입구 면사무소 창고 맞은편 벽면에는 눈보라 휘날리는 겨울날, 신혼인듯한 부부가 남편의 두루마기를 함께 덮어쓰고 길을 나서고 있다. 둘 다 환한 웃음으로 행복한 얼굴이다. 천하대장군 장승도 그들의 수호신인 듯 웃음을 보내고 있다. 어쨌든 결기 찬 외인구단 주인공들의 표정과 행복한 웃음을 짓는 부부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한편 조금 지나면 며느리밥풀꽃에 이야기가 나온다. 식물 유래담의 하나로 구전설화이다. 

 

『옛날에 아주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하던 며느리가 배가 몹시 고파 몰래 밥풀을 훔쳐먹었다. 이를 알게 된 시어머니가 음식을 훔쳐먹었다고 나무라면서 모진 매를 때렸다. 며느리는 매를 맞으면서, 『음식이 아니라 요거예요.』라고 하면서 밥풀을 혀끝에 내밀면서 죽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다. 

 

작가는 옛날 모진 시집살이와 굶주림에 죽은 며느리 이야기에서 상징하듯이 가출해 오갈 데 없는 남루한 소녀를 등장시켜 길바닥에 돋은 새싹을 보며 하는 독백이 눈길을 끌게 한다. 『이 시멘트를 뚫고도 싹이 돋았어.』 하고 말이다. 이 말이야말로 작가가 느낀 삶에 대한 희망 보고서가 아닐까. 겨울을 이겨낸 만물이 솟는 희망의 봄을 말이다. 이 구간에는 작가의 학창 시절 장면들도 나온다. 아니 그 시절 청춘들의 낭만적인 사랑 장면이다. 첫사랑 그 단어만으로 울컥 멀미가 난다. 

 

매화목욕탕 광장 옆 반시홍시 식당 동쪽 골목에는 이현세의 어린 시절과 작가 시절에 울진물회와 물곰국에 대한 추억담이 나온다. 

『어릴 때 성묘 오면 먼 길 끝에 언제나 죽변에서 물회 한 그릇을 먹었다. 쥐치 물회 한 그릇에 아버지 냄새가 있다.』

『밤새워 그림을 그리다 기분 좋게 피곤해지면 수유리 새벽 골목을 두부장수 아저씨가 지나갔다. 그때 나는 울진의 시원한 물곰국이 생각났다.』

 

유명 만화작가가 이렇게 광고성으로 한마디 했으니 울진의 물회와 물곰국은 상업적으로 자연 홍보된 것이다. 죽변물회는 아니 울진물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쥐치물회는 맛보기 어렵다. 쥐치가 거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어종이 물회감을 대신한다. 물회 맛은 역시 울진물회다. 물곰국도 마찬가지다. 울진여행의 끝판은 뭐니뭐니해도 여행의 피로를 가시게 소주를 곁들인 물회와 물곰국으로 뱃속을 두둑이 채우는 게 마지막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구간에는 만화의 한 장면으로 죽변 어시장 아지매들의 장사 모습을 푸근하게 그려놓았다. 또 다른 벽화에는 6∼70년대 한국농촌의 보편적 아버지상과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놓아 지금의 60대들에겐 가슴 짠한 풍경이기도 하다. 부모에 대한 애틋한 정서, 학교생활의 한 단면, 겨울철 놀이, 여름철 냇가 고기잡이 등 요즘 아이들에게는 좀 낯선 모습이다. 이곳에는 『이현세 삼국지』의 주인공도 만날 수 있다. 유비, 관우, 장비 모습의 입체형 간판 조형물로 포토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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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 어시장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 (제2구간)

매화보건지소 맞은편 골목에서 시작하여 매화중학교 사택 담을 지나 계속 이어진다.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 잘 노는 사람이 문화를 만든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문이 열린다. 호기심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벽을 눕히면 길이 된다』 등 여러 만화벽화 사이에 짧은 경구들이 눈길을 끈다. 아마 이현세 작가가 이때껏 살아오면서 느낀 인생 철학이 담긴 경구 같다. 제2구간의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라는 경구는 한창 배움과 발랄한 열정으로 가득 찬 청소년들에게 주는 희망의 언어이다. 청소년 시절, 누구나 한번은 실수할 때도 있으니 좌절 말고 일어서라는 용기를 주는 말이다. 제2구간은 매화중학교 아이들의 꿈을 소재로 하여 그림 만화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오혜성이 지독한 훈련과 고난 끝에 야구선수 꿈을 이루어 갔듯이 장차 승마선수가 되려는 꿈을 가진 시골 아이(승찬)가 늙은 말 쎈더와 교감하며 자라 나중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그려놓았다. 여기에 나오는 시골 생활 장면과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재미있다. 

 

이곳 골목을 돌아서 나오면 『이현세만화공원』이 있다. 입구에 야구복을 입은 머리가 까치 형상인 오혜성(캐릭터)이 미소로 맞아준다. 아직은 미완성 같으나 제법 공간이 넓고 깔끔하다. 잔디가 심어져 있고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앞으로 정자수도 심어 행사나 축제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란다. 각종 행사, 작은 공연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이 둘레 구간에는 만화 캐릭터가 있는 포토존도 더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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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만화공원 입구 조형물


『나는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제3구간)

국내 최초로 걸어가면서 읽는 벽화 만화작품이다. 이 구간은 이현세작가 특유의 펜화로 『공포의 외인구단』의 명장면만 그려놓았다. 남벌카페 맞은편 매화농기계센타와 연결된 매화중학교 담을 따라 우체국 방향으로 벽화만화가 있는 길이다. 작은 시내와 함께 마을에서 꽃길도 조성해 놓아 우아하고 정갈하다. 천천히 산책하면서 만화를 감상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앞서 약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야구라는 당시 인기스포츠를 통해 주인공인 오혜성, 마동탁, 엄지라는 삼각관계를 설정해 만든 이야기이다. 만화와 영화로 보았던 4~50대들이라면 젊은 날 추억의 시절을 반추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 구절은 공포의 외인구단의 주인공인 오혜성(까치)이 최엄지에게 한 말이다. 이 구절을 넣은 노래 가사가 대중가요로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가수 정수라가 부른 『넌 나에게』란 대중가요다.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다던 오혜성의 엄지를 향한 순애보였다. 오혜성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엄지는 마동탁의 연인이 되었다. 오혜성의 엄지를 향한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에서 멀어져 갔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야구라는 당시의 인기스포츠를 매개로 하여 인간군상의 희로애락을 그린 것이다. 주인공들의 사랑과 질투, 야망, 프로야구선수가 되기 위한 지옥훈련, 그것을 극복하는 불굴의 정신, 인간사회의 이권 투쟁 등을 주제로 그린 만화이다. 당시 80년대 정치적 암울기에 젊은이들의 억압된 감성을 자극, 흥미를 끌 만한 강력한 주제였던 것. 또한, 이 작품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따라서 만화가 꼬맹이들만이 보는 심심풀이 땅콩이 아닌 어른들도 읽을만한 독서라는 인식 전환을 가져 왔다. 이후 한국 만화가 영화와 접목해 만화영화산업이 본격화되었고, 지금은 웹툰으로까지 진화·발전되었다. 비평가들은 『공포의 외인구단』은 작품 내용에서 약간의 흠결을 지적하지만, 1980년대 최고 작품으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 작품은 한국만화역사의 한 획을 그은 불후의 명작이다.


『매화만화거리』는 국내 최초 만화 거리의 시발점인 원조이다. 

울진은 이현세 아버지의 고향이다. 매화에서 10여 킬로 떨어진 기성 사동리이다. 이현세는 대부분 청소년 시절을 경주에서 보냈다고 한다. 따라서 이현세 작가는 아버지의 고향인 울진에 와서 재능기부로 매화마을을 전격 만화예술의 새로운 마을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지금 경북도에서는 지역 출신의 유명 화백이나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경산과 경주에 『만화웹툰마을』을 구상으로 『이현세 만화관』을 건립한다. 경주는 이현세 화백이 청소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이현세 만화관』은 화백 전시실과 청년 창작 공간 등을 조성해 경주의 명소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부산에는 최초 공립만화도서관을 조성한다고 한다. 이는 모두 울진의 『매화만화거리』에서 착안하여 지자체에서 활용, 발전시킨 것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만화 관련 관광 산업은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만화 콘텐츠』 활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따라서 『매화만화거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특정 작가의 만화를 주제로 대중들에게 벽화 예술로 승화시켜 만화예술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 올린 문화사적으로 아주 의미 있는 시공간적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매화만화거리』는 국내 최초 만화 거리의 시발점인 원조이다. 

 

가까운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일례로 일본 돗토리현 도하쿠군에는 인기 만화 ‘명탐정 코난’을 이용해 조성한 ‘코난 마을’이 있다고 한다. 명탐정 코난은 1994년 처음 출간된 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번역됐고 자국에서만 1억 5000만 부 이상 팔렸다. 만화영화와 웹툰 등으로도 제작되면서 전 세계에서 톱으로 꼽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되었다. 이곳 도하쿠군에 코난 마을이 들어선 것은 명탐정 코난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가 이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코난 마을답게 이 마을은 기차역도 코난 캐릭터로 꾸몄고 마을 곳곳에 각종 캐릭터 동상과 만화 조형물 설치는 물론 코난 박물관도 건립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 1만5000명인 이 작은 시골 마을이 일본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해마다 1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언론은 전한다. 

 

참고로 톳토리현은 울진과도 역사적 인연이 있다. 1819년 울진 평해 출신 선장 안의기의 상선이 폭풍우로 난파해 『돗도리현 아카사키』 해변에 표착, 안 선장 등 열두 명 선원들이 그곳 주민들의 보호를 받다 조선으로 귀국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한국판 하멜 표류기라 할만한 사실이 담긴 족자가 현재 『톳토리현립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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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권의 만화 도서와 일반도서가 있는 매화만화도서관. 시골지역에서 최초의 만화 전용도서관이다.

 

이현세가 매화를 살리고, 매화가 이현세의 명성을 드높였다.

이현세의 어린 시절 일화 한 토막이다. 그의 만화 그리기 재능을 알아본 어느 만화 가게 주인아저씨와의 일화이다. 인간의 따듯한 말 한마디, 칭찬과 격려가 어린아이에게 꿈을 심어주고, 마침내 꿈을 안고 어린 고래가 대양으로 나아가 성공했다는 상징적 이야기다.


『이현세는 경주에서 자랐다. 어릴 적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학교 뒷문에 있는 만화 가게에 가서 만화를 봤다. 어느 날, 이현세가 만화를 보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이 있었다. 이현세는 주변의 눈치를 본 다음 그 페이지를 찢고 도망쳤다. 그러고는 집에서 그 주인공을 반복해서 계속 그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죄책감 때문에 만화 가게 근처에도 가지 못했만 차츰 이현세는 대담해져 갔다. 어느 날, 이현세가 또 책을 찢고 있을 때 만화 가게 아저씨에게 들켰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네가 그 유명한 화가 지망생이로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대인배 그 자체. 이 사건으로 이현세는 만화가의 꿈을 키워 만화가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공포의 외인구단』이 처음 나오자 이현세는 어릴 적의 만화 가게 아저씨에게 찾아갔는데, 그 아저씨를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처, 다음)

 

이현세 작가는 1978년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데뷔했다. 1982년 『공포의 외인구단』이 성공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강렬하고 선 굵은 스토리와 남성적인 그림으로 정통 성인극화의 시대를 연 작가다. 주요 작품으로 『천국의 신화』, 『남벌』, 『아마게돈』,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등이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한국만화영상콘텐츠진흥원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현세 작가의 친인척 연고가 울진이다. 아버지의 고향이 기성 사동리이다. 그는 대부분의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경주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아버지와 친인척 연고로 이곳 매화에 만화 거리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울진지역 문화사적으로 아주 뜻깊은 일이다. 여기에는 『매화만화거리』 조성의 주역인 『매화마을가꾸기위원회』(위원장 황춘섭)의 역할이 컷다고 주민들은 이야기 한다. (황 위원장 대담 참조)

 

매화마을은 근대유산과 시골 풍경이 많이 남아 있는 정겨운 마을이다. 역사 유적지로는 울진기미독립만세기념탑, 남태영의병장비, 몽천, 경춘단, 삼조어비각 등이 있다. 풍경이 있는 곳으로는 갈면저수지, 오산항, 남수산둘레길, 남수산남사고학문터, 옛 고택과 체험장으로는 옛동서약방집, 영동이네옛집, 명계고택, 쌍디은행나무, 산중가, 매매떡, 밤나무체험장, 전통된장솔담콩, 울진금강송주제조장 등이 있다. 가까운 곳에 성류굴과 남사고 유적지가 있다.

 

가을 햇살이 초록 들판에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자연은 아무함이 없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그 사이에 매화꽃 한 송이 복지회관 벽면에 피어나고, 마을 골목마다 벽화 꽃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며 그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매화만화벽화거리! 예술과 인간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한번 『매화만화거리』에 와서 보시라. 이 가을에 매화 골목을 어슬렁거리면서 만화에 푹 빠져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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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매화만화거리운영위원회 『황춘섭 위원장』

 

 

- 일시: 2021.10.2. 매화면복지센타

 『이현세매화만화거리』 조성의 주역인 황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경위와 앞으로의

 

    사업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마을개발위원회』에서 만화 거리를 조성하게 된 목적은?

우리나라 농촌의 대부분이 인구 감소, 노령인구 증가 등으로 앞으로 해체위기까지 간다고 하잖아요. 우리 매화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마을 낙후를 막고 발전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만화거리 조성사업입니다. 앞으로 이것을 대안으로 마을의 경제적 이득이 있는 사업도 진행코자 합니다. 현재는 수익사업으로 『남벌열차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황 위원장은 그간 만화 거리 조성에 함께 힘쓴 마을개발 위원들과 도와준 관계기관과 공무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매화마을개발위원 명단>

위원장 황춘섭, 사무장 배영희, 노인회장 지중삼, 부녀회장 이정희, 중량회장 남석희, 마을감사 김득기·안성렬, 지도자 남석진, 번영회장 이재근, 농악대장 김명자, 반장 윤종구·김명수·박수연·최재록·최영식·도중길·전계중·김영배)

  우리나라 만화계 거장인 이현세 작가가 매화 만화 거리 조성에 동참하기까지 경위가 궁금하네요?

이현세 선생님의 부친 고향이 울진 사동입니다. 또 친인척이 울진에 살고 있고요. 그걸 연고로 하여 모두 찾아뵙고 도와달라고 협조를 구했죠. 선뜻 아버지 고향 발전을 위해서 작품을 그리도록 허락해준 이현세 선생님께 새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4년여 동안 짬을 내어 마을 시멘트벽에 작품을 그려준 안창회 작가님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네요.

 

만화 거리 조성 후 어떤 변화가 왔나요?

우선 골목이 밝아졌고요. 삭막했던 마을 시멘트벽이 그림으로 장식되다 보니 어둡던 골목에서 예술 거리가 되었죠. 또 그림과 함께 이야기가 있으니 재미있고, 과거 추억도 살리고 해서 좋다고 합니다. 또한, 매스컴에서 취재를 여러 번 왔어요. 그 바람에 매화가 전국적으로 떴지요. 우스개로 이현세가 매화를 살리고, 매화가 이현세 명성을 드높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고맙죠. 


  두어 시간 만화 거리를 들러 보았는데요. 처음보다 지금은 변화가 있었네요.

그렇죠. 2017년 12월 처음, 1구간은 350미터로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만화거리 조성사업이었어요. 지금까지 3구간에 걸친 작업을 마쳤습니다. 모두 길이가 1,000여미터에 이릅니다. 작품은 400여 점 됩니다. 만화 거리에 있던 논을 매입하여 『매화이현세만화공원』을 조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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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벌열차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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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의 오혜성, 마동탁, 최엄지의 조형물(남벌열차카페 뒷마당)

 

만화 거리 일부 그림에 일제 군국주의 상징이 국민 정서와 이반 등 비판적 견해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 압니다. 작가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만화 남벌의 욱일기 문제인데요.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욱일기를 꼭 그렸어야 하는 것과 그것도 눈에 띄게 너무 크게 그렸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학교 교문 입구의 그림은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그림인데요. 앞으로 개선에 노력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더 발전적 사업계획은?

매화는 다른 지역보다 근대문화유산이 꽤 많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만화 거리를 이런 유산들과 연계하여 『예술체험과 휴식이 있는 품격있는 만화마을』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른바 게스트하우스 사업이죠. 빈집을 민박 시설로 개조하여 시골체험을 하도록 연계하는 것이죠. 문제는 예산입니다. 경상북도, 울진군 등 지자체에 예산을 요구할 겁니다. 그 방법으로『2021경상북도관광거리공모사업』에 응모하여 선정되었고요. 아직 미완성인 『만화공원』에는 주인공 캐릭터 세우기, 캐릭터 개발, 포토존 만들기, 울진의 특산품, 먹을거리 등 판매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자 하고요. 만화 거리의 특성을 살려 만화작품, 웹툰 공모대회 등으로 만화예술의 품격을 높이는 행사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선진자치마을인 경기도 『수원시선진자치마을위원회』와 연대(M0U 체결)하여, 서로 아이디어와 정보를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을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자면 색다른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행사, 숙박시설 같은 것이 병행돼야겠죠.


끝으로 황 위원장은 10월 11일, 이현세만화공원 바로 옆 매화면 매화목욕탕 앞 광장에서『싱글벙글 은빛행복나눔』문화예술공연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2021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울진군이 협력, (사)코리아파파로티문화재단에서 주관했다. 이 문화행사는 농·산·어촌 지역의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술적 체험사업 일환으로 열린다. 가수, 색소폰 연주, 춤(탱고)음악극, 사진예술체험, 사진 전시, 품바 등 공연예술가들이 총출동하여 벌이는 난장놀이판이다. 


황 위원장과의 대담을 매화면복지회관에서 약속했다. 이웃의 일을 도우다 급히 나오는 바람에 작업복 차림이라면서 겸연쩍게 웃었다. 땀을 훔치는 그의 모습에서 고향 사랑과 마을발전을 위해 애쓰는 충정이 묻어났다. 가을 햇살에 만화 거리가 더욱 환하게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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