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말도 마소, 불이 날아다녀, 죽을 삔 했니더!

기사입력 2022.06.30 13:54  |  조회수 133,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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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잿더미가 되고, 숲은 숯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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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부구교차로 쉼터 근처에 불탄 소나무들

 

동해안 7번 국도에서 바라본 울진의 서북쪽 산들은 숯검댕이다. 검은색 크레파스로 마구 칠한 산들이 둥글게 겹쳐 연달아 나타난다, 숯검댕이로 변한 산봉우리 수목들이 하늘에 친 빗금이 선명하다. 그 여백 사이로 먼데 뿌연 재색 물감이 구름이 되어 떠돌고 있다. 거센 산불이 꺼지고 숨을 멎자 울진산들은 생명의 빛과 기운이 빠진 듯한 애잔한 한 폭의 묵화가 되어 있었다. 산불 피해 마을로 들어갈수록 잿빛 나는 묵화 하나가 되어 매캐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이미 솔숲은 숯이 되었고, 산골 마을은 검은 잿더미가 되었다. 울진 국도변의 불탄 나무와 마른 풀들은 바싹 마른 재가 되어 날렸다. 그래도 봄은 오고 있다. 국도변의 검게 그을린 자리에는 풀들이 제법 푸르러다. 하지만 울진의 일부 동해안 국도변은 솔숲이 뿜어내는 풍광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초대형 산불로 울진, 죽변면과 북면의 산야가 검게 타버렸다. 특히 죽변 화성리, 북면 소곡리, 신화리, 주인리, 검성리, 덕구리 일대가 피해가 컷다. 먼저 북면 영월엄씨 집성촌인 검성리 마을을 찾았다. 나곡리에서 7번 국도 굴다리 밑을 지나 서쪽으로 3킬로쯤 들어가면 양쪽 산골짜기 자그만 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검성리로 가는 산골에는 불탄 자리마다 봄이 오고 있다. 골짜기마다 산 것들과 죽은 것들이 선명히 대비되어 연초록색과 검은 나무 숯덩이가 대비되어 봄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마치 얼룩덜룩한 예비군 군복을 산자락에 걸쳐 놓은 듯하다. 타다남은 소나무의 바싹 마른 솔잎을 쥐어 본다. 잎은 잿가루 되어 버렸다. 소나무 가운데도 불길이 그냥 스쳐 간 나무들은 누렇게 고사되었고, 봉우리 상층부는 검은 숯덩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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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에 용케 살아남은 사계리 어느 주택 뒷산의 진달래

 

화염에 휩싸였을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산 것들 또한 그렇다. 산비탈에서 불길에 용케도 살아남은 소나무 몇 그루가 녹색 잎을 간신히 달고 있다. 조금 떨어진 바위에 진달래가 붉은 꽃잎을 달고 있다. 오리나무 가지는 물이 올라 연초록 새잎이 제법이다. 먼데 산벚꽃은 이미 허옇게 빛바랜 수채화로 지고 있었다. 용케 살아있는 것들의 봄빛 향연이나 그렇게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물 고인 산골 논에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우드득 뿌드득 꽈리를 씹는 듯 들려온다. 죽음의 빛과 생명의 소리! 그걸 바라보고 듣는 것 자체가 묘한 감정이다. 


바람이 허공에 솟아오르자 마치 붉은 뱀 같은 불줄기를 산을 휘감았다. 산봉우리마다 상승기류를 탄 불씨가 여기저기 튀었다. 마치 영화 속 용가리 아가리에서 붉은 혓바닥 같은 불줄기가 산등성이를 훑어버리자 숲은 숯이 되었다. 산봉우리는 화구가 되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타올랐다. 마치 가뭄에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다발로 산줄기마다 여러 갈래로 불줄기들도 연합전선을 펼친 것마냥 산을 태웠다. 연기가 구름인 듯 떠다녔다. 이른바 연무라고 했다. 산 아래 연이은 집들은 순식간 날아든 불길에 휩싸여 폭삭 내려앉았다. 산간마을은 그슬려 잿더미가 되어 타다남은 검은 기둥과 가재도구가 어지럽고, 간장 단지들이 퍽석 깨어져 뒹굴었다. 각종 농사 도구였던 경운기 따위는 검붉게 타버려 형체만 겨우 남았다. 어느 집에서는 방안에 타버린 옷가지며, 창문짝이 떨어져 나갔고, 그 집안 방에서는 많은 하얀 잿더미만 남아 있기에 주인에게 물었더니 고서적과 책들이 탄 흔적이란다. 그 주인은 가옥의 경우 전소든 반파든 그 이하이든 저렇게 불타버린 집에 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주민들은 폭탄만 터지지 않았을 뿐 또다른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했다. 초대형 산불이 가져다준 전쟁터임이 틀림이 없다. 이쯤해서 당시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그들의 피해 의식은 크고 깊었다.


산불 재난 이재민 가운데는 아직 일부가 친인척, 마을 경로당, 덕구관광호텔 등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우스개 소리로 호텔에서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면서도 대다수 피해 주민들은 앞으로 당국의 사후 대책에 민감했다. 특별 재난 지원금이나 성금 배분 문제, 주택의 전소나 반파 보상기준, 송이산 등 임산물 피해 문제, 컨테이너 등 거주 공간의 주택 문제 등이다. 그들은 당국에서 어련히 잘 해결하리라 생각하지만, 어떤 분은 국가 예산을 집행하자면 합법적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은 걸린다고도 했다. 피해 주민들은 어쨌든 사후 대책이나 재난 지원금 등이 신속히 집행되어 하루빨리 일상생활이 회복되길 바랄 뿐이었다.


초동 진화 시 산동네에 소방차만 배치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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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면 주인리 전아무개씨 불탄 집 일부와 울진군에서 지원한 

컨테이너 임시주택 너머로 불탄 전씨 가옥이 보인다

 

울진 북면 주인리 이아무개(82) 할아버지는 산불에 집이 타는 걸 보면서 피난 나오듯이 그날의 일이 꿈만 같다. 산자락 아래 집이 있던 터라 어디서 불씨가 날아들었는지 걷잡을 수가 없었다. 

 

『아이고, 불이 날아다녔지! 나오니 집 앞에 연게가 자욱하더라고, 죽을삔 했지』 불가항력! 나중에 알았지만 산 너머 동네인 두천에서 불이 일었다고 한다. 발화지점인 두천리에서 이 아무개 할아버지 집이 있는 주인리까지 30여 리이다. 불이 났다고 했으나 설마 했지. 불은 이미 산밑에 있는 그의 집 뒤 안에까지 날아들었다. 순식간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집에 있다가 동네 노인회장이 『형님 빨리 피하소, 불이 여게까지 왔니더!』 다급하게 외치는 바람에 몸만 피했다고 한다. 인근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튿날 와서 보니 집은 홀랑 타 버렸다. 


같은 동네 북면 주인리 산자락 밑에 있던 전아무개(67)씨 슬라브집도 마찬가지로 온통 잿더미로 변했다. 전아무개씨에 따르면 산불이 순식간에 모든 것을 빼앗아 가버렸단다. 

『물로 끄고 할 시간도 없고 무엇을 가지고 나온다는 생각보다 옷 입은 채로 급히 몸만 나왔어요. 인력으로 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아마 이재민들이 거의 다 그랬다고 봐야지요.』 

하며 허탈해했다. 이번 산불 진화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불이 날아다녀요. 이산 저산에 불똥이 튀어 강풍에 수십, 수백 미터씩 날아다니니, 진화가 무척 어려웠다고 봐요. 산줄기마다 동시다발로 불이 붙어 헬기가 물을 떠다 부어도 낙엽이 많이 쌓여 있고, 지중화가 되니 또 불씨가 살아나고, 예전에 남은 미쳐 썩지 않은 바싹 마른 고사목이 잉걸불이 되어 잘 꺼지지가 않아요. 아무튼 산불 끄느라 관계 공무원, 헬기조종사, 지역민, 자원봉사자님들 모두가 애를 많이 썼지만, 소방 당국에 아쉬운 대목이 하나 있어요. 이번 산불은 뭐니해도 산촌 주민들이 피해가 많았어요. 왜냐하면 당국에서 원자력과 엘엔지 가스 탱크, 금강송 군락지에 신경 쓰다 보니 민가에는 다소 소홀했고요. 물론 그러한 시설도 중요하지만, 원자력에는 그리고 초동 진화과정에서 산밑 동네에 소방차들을 조금만 배치했더라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봐요.  아니 원자력이 그런 산불에 그렇게 약하단 말인가요?  소방 당국에서 너무 원자력에만 올인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번 산불로 야생동물이 많이 타 죽었어요. 산새, 들새들이 불길이 번지는 속도를 앞질러 날지 못했어요. 워낙 불이 세고, 불길이 순식간에 새가 나는 속도보다 빠르고, 새가 나는 높이보다 높게 산봉우리로 치솟으니 그 열기에 미처 피하지 못해요. 그러니 죽을 수밖에요. 고라니도 산골에 죽은 걸 15마리나 봤어요. 불길을 피하지 못해 그을려 타 죽었더라고요. 아마 불붙은 골짜기마다 산짐승들도 거의 전멸했다 봐야지요. 들고양이, 참새 떼도 바글바글 많았는데 이제 씨도 없는 것 같고, 산양이나 담비도 피해를 입지 않았나 생각해요.』  산짐승에 대한 그의 애틋한 마음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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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면 고목리 남아무개씨 불탄 집과 표고버섯 재배 하우스 

 

고목리 남아무개(69세)씨도 90년대에 애써 지은 한옥이 다 타 버렸다. 당시 좋은 송목으로 지었는데 내내 한옥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남씨는 표고버섯 농사를 짓고 있단다. 이번 산불로 2년 전에 참나무 원목(종균목) 2000여 개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도 몽땅 타버렸다. 표고버섯 수확을 앞둔 농민으로서는 큰 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남씨는 이번 산불 피해가 정신적 트라우마가 되어 불면 수면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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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곡1리 엄씨 할머니가 소야 열두 동네가

 성한 곳 없이 타버렸다고 당시 산불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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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곡1리 컨테이너 임시주택

 

소곡 1리 소야 열두 동네에 들렀다. 마을 시내버스 타는 곳에서 엄씨 할머니(86세)를 만났다. 할머니 산불로 많이 놀랬지요! 하고 물었더니 서슴없이 그날 상황을 이야기했다. 할머니 댁은 피해가 없지만, 소야 열두 동네가 다 탔다고 했다. 도림마, 골마, 복상골, 살방, 평지마, 웅덩골, 굿마, 새터라고 하다가 열두 동네를 외다가 이제는 다 까먹었다며 웃었다. 그날 동서네 집에서 도라지 까다가 점심을 함께 먹었단다. 조금 있다가 보니 구시골 너머에서 구름 같은 연개가 넘어와 눈 깜짝 새 동네를 덮쳤단다. 며느리가 울면서 황급히 와서 빨리 피해야 한다고 해서 차를 타고 동네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연개가 매캐하고 불덩이가 동네를 날아다녀 손이 덜덜 떨렸다고 했다.


동네 지도자들의 역할이 컷다.

북면 검성리는 50여 가구에 고령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인구수는 80여 명이라고 한다. 마을 박영철 이장을 찾아 이번 산불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 이장은 칠순이 넘었으나 마을 이장을 여러 해 맡고 있었다. 동네에 산불이 들이닥치던 날, 오전에 마을 노인들과 함께 부구에 내려가 사전 투표를 하고 집에 돌아와 쉬고 있었다. 오후 5시경 산불 상황을 전해 듣고 마을에 대피 방송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해 사전에 마을 차량을 동원해 1, 2, 3차로 나누어 주민들을 나곡 해수욕장으로 집단 피신을 시켰다고 한다. 불은 이미 마을 산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그는 마을 주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에 마을을 나왔다. 차량을 끌고 나오는데 저녁이 되어 어둑해지자 연기가 앞을 가려 도로 방향 자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사방에서 불티가 날아들고 불덩이가 튀었다. 겨우 도로 중앙선 노란 표지선을 따라 차량을 운행하면서 골짜기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나곡 해수욕장까지는 20여 리가 안 되지만 그날은 200여 리가 되는 것 같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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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면 검성리 박모 할머니(83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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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내려앉은 동네 불탄 집

 

검성 마을의 박모 할머니(83세)가 이번 산불 피난에 대해 박 이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장이 집집이 다니며 노인들을 하나하나 차에 일일이 타 태워 보내고 자기는 마을 순회하다 마지막에 마을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장 아니랬으면 큰일 날 뻔했지. 박 할머니는 난생처음 겪는 난리라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생각하기 싫다고 한다. 지금은 약을 먹고 있어 마음이 좀 안정이 되었고, 집이 몽땅 타버려 아직 마을 경로당에서 거주한단다. 영감은 예전에 하늘나라로 가버리고, 나올 때 숟가락 하나 가져오지 못하고 맨몸으로 나왔다면서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이장에게 할머니의 칭찬을 얘기했더니 이장이라면 마땅히 할 일이라면서 겸손해 했다.

어느 집단에서나 지도자(리더)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침착한 대응과 판단력, 기지와 순발력이다. 비록 마을의 집들이 불탔지만 검성리는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피난 대처를 잘했던 것 같다. 

 

울진군 보건소의 이재민 등 건강 증진 활동 큰 호응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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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면 신화리 불탄 가옥을 철거하고 있다

 

울진군에서는 이번 산불로 이재민 복지를 위한 사후 대책 등을 세워 집행하고 있다. 농촌 일손 거들기, 이재민 피해 조사와 보상 대책, 불탄 가옥 철거작업 등 할 일이 많아 대민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군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지만 이재민의 요구사항도 잘 알고 있으며 이재민 복지 대책, 산불 피해복구 최선 등 사후 대책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필자에게 전했다. 그 가운데서도 뭐니 뭐니해도 산불 피해 주민의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외상인 맨붕 현상, 트라우마 극복 등을 위한 재난 심리 회복 지원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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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리 마을에 이재민 이동진료를 나온 의료진

 

지난 12일 북면 검성리 마을에 들렀더니 마침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한 울진군 보건소(소장 남화모)와 경북 포항의료원에서 이동진료차 나와 있었다. 이동 진료소는 마을 회관에 마련되어 있었다. 울진군 보건소 관계자는 이번 이동 진료는 『찾아가는 행복병원』을 추가로 운영, 지난 3월에 포항의료원과 김천의료원의 지원으로 울진읍, 북면, 죽변의 주민과 산불 피해 이재민을 대상으로 진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진료과목은 엑스레이 검사, 혈액검사, 기초검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두통약, 감기약, 소염진통제 등을 처방하고, 수건, 생필품을 지원하여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제공하는 데 있음을 전했다. 

 

검성리 동회관에는 이장과 함께 어르신 여럿이 나와 진료를 받고 있었다. 더구나 산불 피해로 불안하고 어수선했던 이재민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관련 진료를 해주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음을 진료 현장에서 느꼈다.


산간 지역 피해 주민들도 산불 전문가가 다 되었다.

역대 우리나라 산불 역사상 10일간 최장(213시간) 지속된 이번 산불은 피해 마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주민들이 반전문가 이상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산불 진화와 원인을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여러 의견을 내어놓았다. 귀담아 들을만하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새삼 다중민심이 무섭다.


첫째 이번 산불은 인간 실화 같지만 봄날 가뭄에다 초속 25미터 강풍이 불어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동시다발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둘째 소방 당국의 초동 진화 작전 실패를 꼽았다. 미리 산불 진행을 예상하여 산간마을에 소방차를 1대씩만 분산 배치했더라면 피해가 많이 줄었을 것, 소방 당국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셋째 소방 당국이 원자력발전소 방어에 너무 올인하다 보니 민간 주택 등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런 산불에 피해 입을 정도면 원자력 건물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표시하면서 이들은 원자력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성토까지 했다. 국가시설인 원자력도 중요하지만 사람 생명이 더 우선임을 강조했다.

 

넷째 소방헬기 조종사들에 대한 어려움도 이해해주었다. 송전탑이 여기저기 있어 헬기가 마음대로 이동을 못 한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바람은 강풍에다 낙엽은 두껍게 쌓여 지중화가 되는 바람에 물을 떠다 부어보았자 언 발에 오줌 누기격이라는 것이다. 작은 헬기가 물을 얼마나 나르겠냐. 그래도 큰 헬기가 낫다고 했다. 산불 주요 진화 장비 등에 대한 아쉬움 같다. 

 

다섯째 앞으로 외국의 사례처럼 산불 비상 시 쓸 물탱크를 산간에 마련하는 등 급수지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강물이나 저수지 등에 헬기가 안전하게 물을 뜨고 오르내리도록 일정한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섯째 이들은 열흘 동안 수고한 관련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자, 성금을 보내준 사회단체 등 모든 분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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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 화성리 불탄 교회 건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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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 화성리컨테이너 임시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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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면 고목리 농가의 불탄 농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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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생산농가의 보상 요구 현수막(부구교 입구)


울진역사 속의 산불, 그때는 어떻게 대처했나?

동해안 산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조시기, 한국전쟁 등 병란에 따른 산불, 화전민 등의 개간 산불이 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인간 실화에 의한 산불이 빈번하다. 이번 울진산불도 지나가던 차량에서 던진 담뱃불이 그 원인이 아닌가 수사 당국은 추정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주요 국가산업 시설은 산불에 피해 없이 안전하게 대비했지만, 대한민국 최대 금강송 군락지는 일부가 소실되어 버렸고, 덕구계곡 등은 아름다운 금강송 풍광을 잃어버렸다. 더구나 울진의 국도변의 소나무도 일부 불타 버려 울진의 이미지 제고에 흠이 되어 버렸다. 어쨌든 앞으로 당국은 피해 산림복구, 이재민 생활 안정 등 사후 수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조선왕조실록에도 다음과 같은 울진 관련 대형 산불 등 화재 기록이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헌종 13년(1672. 4. 5) 기록에는 양양, 강릉, 삼척, 울진 등 네 고을에 산불이 났다고 한다. 

『당시 하루 새에 타버린 민가가 1천 9백여 채, 강릉의 우계창과 삼척의 군기고가 모조리 불에 타버렸다. 화상을 입어 사망한 백성이 65명이었다. 도신이 이 일을 알려오니 상이 명하여 영서의 곡물 1천 석을 옮겨 진휼하도록 하였다.』 

 

대형 산불로 네 고을에 불탄 민가가 1천9여 채, 민간인 사망 65명, 관가의 곡식 창고와 무기고가 잿더미가 되었으니 당시로서는 아주 큰 피해이다. 이런 산불 피해 구제책으로 임금은 도신(지금의 도지사)에게 명해 식량 1천여 섬을 백성들에게 베풀었다는 기사이다.


숙종 11년(1685. 2. 7) 기록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고 있다. 

『강원도 평해군의 민가에 불이 번져서 60여 호를 태웠다. 울진현의 민가에서도 불이 났는데 양녀 점덕이 할아버지가 앓고 누워 있어서 미처 나오지 못했다. 양녀가 불길로 들어가 업고 나오려다 불이 세어 할아버지와 손주가 함께 불에 타 죽었다. 도신이 임금에게 아뢰니 특별히 휼전을 베풀라고 명하였다.』

실록 기록에서 보듯이 평해와 울진 민가에 불이나 60여 호를 태웠다는 것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대형 산불인 듯하다. 모두 봄철에 난 산불이다. 더구나 미처 불을 하지 못한 할아버지를 손주가 구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불에 타 죽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당시 두 기록은 모두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 요인이 대형 산불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다만 임금의 명으로 약간의 식량 시혜가 있었을 뿐, 화상자 치료, 사망자 처리, 주택 마련 등 복지 차원의 구체적 기록은 없다.

 

초대형 산불, 기후 위기 이미 시작됐다?

초대형 산불 화마가 울진 산간마을을 훑고 지나간 지 한 달이 되었다. 9박 10일(213시간)간 확산이 된 최근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울진산불』은 각종 건물, 이재민 등을 제외하고 산림피해 면적만해도 1만4천140㏊ 규모다. 최근으로 보면 참으로 최장 시간 산불이요, 최대면적의 피해로 별로 달갑지 않은 기록이다. 지난 3월 30일 산림청은 최근 현장 조사를 거쳐 울진산불·삼척산불, 강릉·동해산불 피해 면적을 모두 2만 523.2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은 여의도(290㏊) 면적의 70배, 축구장(0.714㏊)을 2만8천744개 모아놓은 넓이다. 서울 면적(6만500㏊)의 33.9%, 즉 ⅓이 탄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불 발화의 원인은 주로 인간의 실화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기후 위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산불을 유럽, 미국에서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겨울에서 봄철로 이어지는 시기에 가뭄과 건조 등 기후 위기 영향으로 대형 산불이 위험이 커졌다고 논평을 내었다. 앞으로 대형 산불은 기후재난 대비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종래의 산불관리 개념보다 기후 위기에 따른 산불 예방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한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최근 3년 사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주의 남동부 지역, 중국 쓰촨성 등에서 오랜 기간 계속된 대형 산불이 이를 말해주는 징조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산불은 빈번할 것이며 강도가 더 세어질 거란다. 발생 건수도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금세기말까지 50%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산림청 당국도 이번 동해안 대형 산불을 계기로 『초대형 산불진화헬기확대 추진』, 『내화수림대 등 산불 방지 기반 확충』, 『응급 복구와 항구복구 병행 추진』 등을 하고,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은 『지역 주민, 전문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복원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누가 이 재난을 탓하랴. 옛사람의 잠언에 사람은 자연을 따르고, 자연은 하늘을 따르고, 자연은 하늘의 뜻이라고 했다. 글쎄 초대형 산불도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은 인간에 대한 벌인가? 자연의 역습일 게다. 하지만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불탄 땅에도 새싹은 희망처럼 다시 터져 나온다. 하루빨리 이재민 등 군민 모두가 평화로운 일상생활이 되고, 이번 산불 피해도 하루빨리 복구되고, 울진 산하가 예전처럼 금강송 푸름으로 더욱 빛나기를 기대한다. 예로부터 울진사람은 위기에 강하다. 울진사람 모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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